홍인(弘忍 : 602 ~ 675)의 속성(俗姓)은 주(周)씨이다. 본래 여남(汝南)에 살다가 기주(冀州)의 황매(黃梅)로 옮겼다. 그의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광채가 하늘로 뻗어 올랐고 항상 이상한 향내가 났으며 몸과 마음이 그지없이 편안하였다. 아이가 태어나 자라자 형상이 특이하였다. 어느 날 관상가가 보고 말했다.
"이 아이는 부처님의 거룩한 32상(相)보다 단지 일곱 가지가 부족할 뿐입니다.
이 아이가 7세에 출가하여 제4조 도신의 제자가 되었는데, 매우 총명하여 두 번 묻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역대법보기(曆代法寶記)"에 따르면, “신장은 8척, 용모는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며 성품은 질박하고 말이 없었다.”고 한다.
도신으로부터 법을 이어받은 후 홍인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당대의 호족(豪族)들이 사방에서 운집하였고, 10여년 동안에 출가자와 재가자를 막론하고 홍인의 교화를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32세 되는 노행자(老行者)가 영남(嶺南)에서 홍인대사를 뵙고자 찾아왔다고 하자, 홍인은 그를 불러서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저는 영남(嶺南)의 신주(新州)에서 왔으며, 부처가 되기를 원합니다."
"영남사람이라면 오랑캐인데, 오랑캐 사람은 불성이 없어서, 부처가 될 수 없다."
그러자 그 노행자는 항의하듯,
"사람은 남쪽과 북쪽이 있겠으나, 어찌 불성에 남쪽과 북쪽의 차이가 있겠습니까?"
홍인은 이 사람이 큰 그릇임을 즉시 깨달았으나,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새로 온 자가 꽤 시끄럽구나. 가서 방앗간에서 일을 하거라."
하고 노행자를 방앗간으로 보내어 방아를 찧게 하였다.
노행자가 방아를 찧기 시작한 지 8개월이 되던 어느 날 홍인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대도의 근원입니까?"
"그대는 속인인데 나에게 그런 것을 물어서 무엇 하겠는가?"
"세상일에는 승속이 있지만, 도에는 승속이 없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다면 왜 남에게서 찾으려 하는가?"
그러자 노행자는 안 바가 있듯이,
"그렇다면 밖으로 찾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안에서 찾아도 옳지 않느니라."
당시 홍인은 나이가 매우 많았다. 그래서 자신이 갈 때가 되었음을 알고 하루는 대중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고했다.
"내 너희들에게 말하나니, 세상 사람의 나고 죽는 일이 크거늘, 너희들 문인들은 종일토록 공양을 하며 다만 복밭[福田]만 구할 뿐 나고 죽는 괴로운 바다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너희들의 자성이 미혹하면 복의 문이 어찌 너희들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 너희들은 모두 돌아가 스스로 잘 살펴보라. 지혜가 있는 자는 본래의 성품인 반야의 지혜를 스스로 써서 각기 게송 한 수를 지어 나에게 가져오너라. 내가 너희들의 게송을 보고 만약 큰 뜻을 깨친 자가 있으면 그에게 가사와 법을 부촉하여 육대의 조사가 되게 하리니, 어서 빨리 서둘도록 하라."
이때에 모든 대중들은 신수(神秀)상좌가 자기네들의 교수사(敎授師: 학인들을 가르치는 스님)이므로, 신수가 법을 받을 것으로 믿어서 아무도 게송을 쓰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신수는 밤중에 몰래 남쪽 복도 중간 벽에 자신의 소견을 게송으로 써 놓고 돌아갔다.
身是菩提樹 몸은 보리수요
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이라
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 부지런히 털고 닦아
시시근불식
勿使惹塵埃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하라.
물사야진애
홍인이 이 게송을 보고는 대중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모두 이 게송을 외라. 외는 자는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으리라."
이어, 신수를 방으로 불러서 그에게서 자신의 글임을 확인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을 드러내었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 없는 보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 본성을 보느니라. 너는 우선 돌아가 며칠 동안 더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 나에게 와 보여라. 만약 문안에 들어와서 자성을 보았다면 마땅히 가사와 법을 너에게 부촉하리라.”
그러나 신수 상좌는 끝내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한 동자가 방앗간 옆을 지나면서 이 게송을 외고 있었다. 방앗간의 노행자는 한 번 듣고 이 게송이 견성하지도 못하였고, 큰 뜻을 알지도 못한 것임을 알았다. 이에 이 노행자가 동자에게 묻기를,
"지금 외는 것은 무슨 게송인가?
동자가 노행자에게 대답하기를 “홍인대사의 말씀으로, 신수상좌가 게송을 지어 바쳤는데, 홍인대사께서 이 게송을 외면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라고 하였다”고 하니, 노행자는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하고는, 다시 한번 읽어주기를 청하니, 옆에 있던 장일용(張日用)이라는 자가 크게 읽어 주었다.
이에, 노행자는 자신도 알은 바가 있으니, 대신 벽에 글을 써달라고 했다. 장일용이 그 게송을 받아썼는데 다음과 같았다.
菩提本無樹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보리본무수
明鏡亦非臺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 없네
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본래무일물
何處惹盡埃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오.
하처야진애
절 안의 대중들이 노행자가 지은 게송을 보고 예삿글이 아니라고 다들 괴이히 여기므로 노행자는 방앗간으로 돌아갔다.
홍인이 문득 이 게송을 보고 곧 큰 뜻을 알았으나, 여러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여 대중에게 말씀하기를 "이도 또한 아니로다!"고 하였다.
홍인은 그 길로 방앗간으로 가서 묵묵히 방아를 찧는 노행자 곁에 가서 물었다.
"쌀은 다 찧었느냐?"
"쌀을 찧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 키질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홍인은 선장(禪杖)을 세 번 땅바닥에 툭툭툭 치더니 돌아갔다.
삼경이 되어서 노행자가 홍인의 처소로 찾아가자, 홍인은 노행자에게 혜능(慧能)이라는 법명을 지어주고 가사(袈裟)를 주어 법(法)의 신표(信標)로 삼게 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有情來下種 정이 와서 씨를 뿌리니
유정래하종
因地果還生 원인의 땅에 결과가 다시 생겨난다.
인지과환생
無精旣無種 무정은 이미 종자가 없으므로
무정기무종
無性亦無生 성품도 없고 태어남도 없다.
무성역무생
그리고는 혜능에게 금강경을 설해주었다. 이에 혜능은 이 게송과 금강경을 듣고 문득 깨닫고는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자성이 공함을 내 어찌 알았으리오. 삼라만상이 모두 공함을 내 어찌 알았으리오."
홍인은 조용히 일렀다.
"내가 3년 후에 열반에 들 것이다. 그대는 당분간 법을 펴지 말라. 그대를 시기하여 해치는 자가 있을까 걱정해서이다."
혜능이 물었다.
"이 가사는 계속 전해야 합니까?"
홍인이 말했다.
"후대에는 도를 얻는 이가 황하의 모래 같으리라. 이제 이 신표의 옷은 그대에게서 멈춰야 한다. 달마 대사께서 이 가사를 전한 뜻은,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해서 표적으로 삼은 것이나, 법을 듣고 전하는 것이 어찌 이 가사에 달렸겠는가? 만일 이 옷을 계속 전하게 되면 생명을 해치는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다. 더구나 달마 대사께서도 ‘한꽃에 다섯 잎이 퍼져 열매가 저절로 맺으리라’했으니, 이 땅에서 그대까지가 다섯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인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가사를 전하는 일은 그대에게서 끝이 난 것이니라."
그리고는 밤을 도와 혜능을 남쪽으로 내려 보냈다.
혜능이 남쪽으로 가다가 강을 만났다. 그때에 홍인이 나타나서 혜능을 배에 태워 건네주려 하자, 혜능이 말했다.
"모를 때에는 스승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알고 난 이제는 스스로 건너겠습니다. 건널 도(度)자가 이렇게 깊은 뜻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자 홍인은 웃으면서,
"소란피우지 말라. 내가 지치면 그대고 도와주고, 그대가 지치면 내가 도와주면 된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 번갈아 가며 노를 저어 강을 건넜다. 그리고 혜능은 남쪽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홍인은 절로 돌아와 사흘이 지나도록 설법을 하지 않았다. 나흘째 되는 날 대중이 와서 홍인이 가사를 입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법과 가사가 이미 전달되었음을 알고 물었다.
"스님의 법은 누가 전해 받았습니까?"
"나의 법은 이미 영남으로 갔느니라."
신수가 다시 물었다.
"누가 스님의 법을 받았습니까?"
"능한 이가 얻었느니라."
대중들이 잠시 침묵에 잠겨 능한 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다가 노행자가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7백 명의 대중들이 동시에 노행자가 물려받은 가사를 빼앗기 위해 그의 뒤를 쫓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