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능(慧能 : 638 ~ 713)의 성(姓)은 노(盧)씨로서 아버지의 본관은 범양(范陽)인데 좌천되어 영남(嶺南)의 신주(新州) 백성으로 옮겨 살았으며, 아버지를 여윈 후 남해로 옮겨와서 광동성(廣東城) 소주(韶州)의 곡강현(曲江縣)에 머물렀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땔나무를 해다 팔아서 생활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무를 팔러 갔다가 한 손님에게 나무를 팔게 되었는데, 그 손님이 혜능에게 자신이 머무는 여관까지 나무를 지어다 달라고 하여, 지어다 주고 나무 값을 받아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한 손님이 금강경 한 구절을 읽는 것을 듣고 마음이 밝아지며 문득 깨쳤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以生其心: 머물지 않는 바에 그 마음을 내어라.)"
이에 혜능이 그 손님에게 묻기를,
"어느 곳에서 오셨기에 이 경전을 가지고 읽습니까?
그 손님이 말하였다.
"나는 기주(冀州) 황매현(黃梅懸)의 동빙무산(東憑茂山)에서 제5조 홍인화상을 예배하였는데, 그 곳에서 오조대사가 승려와 속인들에게 다만 <금강경> 한 권만 지니고 읽으면 곧 자성을 보아 바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고 권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혜능은 집에 돌아와, 이웃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황매현의 동빙무산으로 가서 홍인의 제자가 되고, 법과 가사를 전해 받았다.
혜능이 황매산을 빠져나와 도망을 나온 뒤 두달쯤 되어서 대유령(大庾嶺)이라는 곳에서 혜명이라는 중이 끝까지 따라와 혜능의 앞을 가로막았다. 혜명은 그 선조가 삼품장군으로 성품과 행동이 포악하였다.
혜능은 곧 가사를 던져주니, 혜명이 그것을 주어 들고 가려하나, 가사를 싼 보자기가 땅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이에 혜명이 혜능 앞에 예를 드리며 법을 구하자. 혜능이 말했다.
"우선 모든 연분을 버리고 모든 생각을 끊으면 널 위해 설법하리라."
"그러하겠습니다."
혜능은 혜명을 위해 법을 설했다.
"선(善)을 생각 말고 악(惡)을 생각 말라. 그럼 너의 참 모습은 뭐겠느냐?"
혜명은 그 말의 뜻을 몰라 쩔쩔매며 다시 물었다.
"소승은 아둔하여 모르겠으니 부디 감춰진 의미를 알려주십시오."
"네 스스로 비춰볼 수 있다면 감춰진 의미는 곧 네 심중에 있다."
이에 혜명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람이 물을 마셔보고야 차고 더움을 절로 아는 것과 같이 일체가 밝아졌습니다."
혜능은 혜명에게 "곧 북쪽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교화하라."하고 돌려보냈다.
그 이후 혜능은 남쪽으로 와서, 당나라의 의봉(儀鳳) 원년(676)에 남해현(南海懸)의 제지사(制止寺)에 의탁하고 머물고 있었다. 그 사찰에는 인종(印宗)이라는 유명한 강사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인종스님이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때 거센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본 두 스님이 서로 다투기 시작하였다.
한 스님이 말하기를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스님이
"아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입씨름이 계속되자, 이 두 스님은 강사에게 가서 그 해답을 바랐으나, 강사 역시 판단하지 못하였다. 이에 혜능이 이를 듣고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자, 강사가 물었다.
"그럼 무엇이 움직인단 말인가?"
이에 혜능이 답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말에 인종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5조의 법을 이은 사람이 남쪽에 내려왔다고 하던데 혹시 처사가 아니시오?"
그제서야 혜능은 가사를 내어놓으며 자신이 제6조임을 밝혔다.
그러나 혜능이 홍인의 법을 받았으나, 행자의 신분이므로 인종은 그의 머리를 깎아주고 구족계를 내리고는, 다시 인종이 혜능의 제자가 되었다.
어느 날 혜능은 어떤 스님을 보고 불자(拂子)를 들어 세우며 물었다.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다시 등 뒤로 불자를 던지면 물었다.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몸 앞에서 보았는가? 몸 뒤에서 보았는가?"
"보는 것엔 앞뒤가 없습니다”
이에 혜능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이것이 묘공삼매(妙空三昧)니라."
어느 날 한 동자가 혜능 대사가 머물고 있는 옥천사(玉泉寺)에 찾아왔다. 이름은 신회(神會)라 하였다.
혜능이 물었다.
"네가 먼 곳에서 고생하며 왔으니 근본을 가지고 왔느냐? 만약에 근본이 있다면 곧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것이다. 말해보라."
신회가 대답했다.
"머무름 없는 것으로 근본을 삼으니 보는 것이 바로 주인입니다."
"어린 중이 꽤나 기특하구나."
다시 신회가 물었다.
"큰 스님께서는 좌선하시면 보십니까? 보지 않으십니까?"
혜능이 일어나 신회를 세 차례 때리고는 다시 신회에게 물었다.
"내가 너를 때렸다. 아프냐? 아프지 않으냐?"
신회가 대답하였다.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합니다."
혜능이 말했다.
"나도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느니라."
신회가 또 물었다.
"큰 스님은 어째서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십니까?"
혜능이 말하기를
"내가 본다고 하는 것은 항상 나의 허물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다고 말한다. 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허물과 죄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느니라. 네가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하다 했는데 어떤 것이냐?"
신회가 답하기를
"만약 아프지 않다고 하면 곧 무정인 나무와 돌과 같고, 아프다 하면 곧 범부와 같아서 이내 원한을 일으킬 것입니다."
혜능이 꾸짖듯이 말했다.
"신회야! 앞에서 본다고 한 것과 보지 않는다고 한 것은 양변(兩邊)이요.
아프고 아프지 않음은 생멸이니라. 너는 자성을 보지도 못하면서 감히 사람을 희롱하려 드는가?"
이에 신회가 예배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혜능이 말했다.
"네 마음이 미혹하여 보지 못하면 선지식에게 물어서 길을 찾아라. 마음을 깨쳐서 스스로 보게 되면 법을 의지하여 수행하라. 네가 스스로 미혹하여 자기 마음을 보지 못하면서 도리어 와서 혜능의 보고 보지 않음을 묻느냐? 내가 보는 것은 내 스스로 아는 것이라 너의 미혹함을 대신할 수는 없느니라. 만약 네가 스스로 본다면 나의 미혹함을 대신하겠느냐? 어찌 스스로 닦지 아니하고 나의 보고 보지 않음을 묻느냐?“
신회가 절하고 제자가 되어서 조계산중을 떠나지 않고 혜능을 모셨다.
혜능이 열반에 즈음하여 대중 스님들에게 일렀다.
"나는 신주로 떠나겠으니 배를 준비하라."
대중들이 울면서 만류했으나 뿌리치며 말했다.
"모든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도 가시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니라."
"신주로 가시면 언제 돌아오십니까?"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올 때엔 잎이 없느니라."
“스님의 법은 누구에게 전하시겠습니까?"
"도 있는 이가 얻고, 마음이 없는 이가 얻느니라."
혜능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육조단경(六祖壇經)"은, 부처님 이래로 경(經)이라고 이름을 붙인 단 한권의 경으로, 선불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