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노자 도덕경

월지 2007. 7. 12. 18:39
 

道德經

도덕경


 老子

 노자 

 

     道經

     도경


제1장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도를 도라고 하면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이름을 이름이라 하면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無, 名 天地之始. 有, 名 萬物之母.

무, 명 천지지시. 유, 명 만물지모.


무(無)라는 것은 천지의 시작을 가리키는 것이고, 유(有)라는 것은 만물의 어미를 일컬은 것이다.


故 常無, 欲以觀其妙. 常有, 欲以觀其徼.

고 상무, 욕이관기묘. 상유, 욕이관기요.


그러므로 항상 무(無)로써 미묘한 본체를 살피려 하고, 항상 유(有)로써 그 순환하는 현상을 살피려 한다.


此兩者, 同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차량자, 동출이이명, 동위지현, 현지우현, 중묘지문.


이 무(無)와 유(有) 둘은 같은 곳에서 나왔으나 그 이름을 달리할 뿐이며 둘 다 가믈한 것이다. 가믈하고 또 가믈하여, 모든 미묘한 것이 이 문을 통해 나온다.


제2장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천하개지미지위미, 사악이. 개지선지위선, 사불선이.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아는 것은 그 속에 추함이 있기 때문이고, 착함을 착함으로 아는 것은 그 속에 선하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고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교, 고하상경, 음성상화, 전후상수.


그러므로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서로가 대(對)가 되기 때문에 나온 것이고, 어렵고 쉬운 것은 서로가 대(對)가 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며, 길고 짧은 것은 서로가 대(對)가 되기 때문에 비교될 수 있는 것이고, 높고 낮은 것은 서로가 대(對)가 되기 때문에 기울어짐이 생긴 것이며, 규칙이 있는 소리[音]와 규칙이 없는 소리[聲]는 서로가 대(對)가 되기 때문에 어울리는 것이고, 앞과 뒤는 서로가 대(對)가 되기 때문에 뒤따라감이 있는 것이다.


是以聖人,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시이성인, 처무위지사, 행불언지교.


그런 까닭으로 성인은 함(爲)이 없이 일을 처리하고, 말없이 가르침을 행한다.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不居. 夫唯不居, 是以不去.

만물작언이불사, 생이불유, 위이부시, 공성이불거. 부유불거, 시이불거.


만물을 움직이게 하면서도 그 노고를 사양하지 않고, 만물을 나게 하고도 그것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행(行)하고도 자랑하지 않고, 공(功)을 이루어도 그 공에 머물지 아니한다. 그 공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공(功)이 그에게서 떠나가지 아니한다.


제3장


不尙賢, 使民不爭.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상현, 사민부쟁.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현명하다고 하는 사람을 떠받들지 않으면 백성들이 다투고 경쟁하는 일이 없게 되고,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이 도둑질하는 일이 없게 되고, 욕심날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是以 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시이 성인지치,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그러므로 성인의 다스림은 백성의 마음을 비게 하고, 배를 든든하게 채워 주며, 쓸데없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뜻을 약하게 하고, 각자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골격을 튼튼하게 한다.


常使民無知無欲, 使夫智者不敢爲也,

상사민무지무욕, 사부지자불감위야,


항상 백성으로 하여금 앎도 없고 욕심도 없게 하며, 아는 자로 하여금 감히 쓸데없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


爲無爲, 則無不治.

위무위, 즉무불치.


무위(無爲)를 행함으로써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없다.


제4장 


道, 沖而用之, 或不盈. 淵兮 似萬物之宗.

도, 충이용지, 혹불영. 연혜 사만물지종.


도는 비어 있어 아무리 사용해도 채워지지 않고, 깊은 연못 같아서 만물의 근원이다.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湛兮 似或存.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담혜 사혹존.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복잡한 것을 풀며, 빛을 부드럽게 하며, 티끌도 앉지만, 맑고 고요하여 늘 그대로 있는 것 같다.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오불지수지자, 상제지선.


나는 그 도가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으나 아마 우주를 주재하는 상제보다도 먼저 있었던 것 같다.


제5장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천지는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로 여긴다. 성인도 어질지 않아서 백성들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와 같이 여긴다.


天地之間, 其猶槖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다언수궁, 불여수중.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아서, 비어 있으나 힘이 끝이 없고 움직일수록 힘이 더욱 커진다. 말이 많으면 이치에 곤궁하게 되니 가만히 있는 것만 같지 못하다.


제6장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곡신불사, 시위현빈, 현빈지문, 시위천지근, 면면약존, 용지불근.

 

도는 산골짜기의 신(神)과 같은데 그 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 이를 일러 현빈(玄牝: 가믈하게 큰 암컷)이라 한다. 현빈의 문은 천지의 근본이라 한다. 그것은 끊어질듯 하면서도 이어지고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다.


제7장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천장지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이기불자생, 고능장생.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오래다. 천지가 영원하고 오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 살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이다.


是以聖人 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시이성인 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 비이기무사사, 고능성기사.


이와 같이 성인도 자신을 앞세우지 않기에 오히려 앞서게 되고 자신을 버리기에 오히려 자신을 보존하게 된다. 거기에는 사사로움이 없기에 자신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제8장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악. 고기어도.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만물에게 이로움을 주지만 다투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거의 가까운 것이다.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거선지, 심선연, 여선인, 언선신, 정선치, 사선능. 동선시. 부유부쟁, 고무우.


거(居)할 곳은 낮은 데가 좋고, 마음은 못처럼 깊은 것이 좋고, 벗은 어진 사람이 좋고, 말은 믿음이 있어야 좋고, 정치나 법률은 세상이 잘 다스려지는 것이 좋고,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능숙한 것이 좋고, 행동은 적당한 시기를 아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다투는 일이 없으니 나무람을 받을 일도 없다.


제9장

 

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金玉萬堂, 莫之能守.

지이영지, 불여기이. 췌이예지, 불가장보. 금옥만당, 막지능수.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은 적당할 때 멈추는 것보다 못하다. 벼려서 날카롭게 만든 칼은 오래가지 못하고, 금은보화를 집안에 가득하다 하더라도 이를 지켜 낼 수가 없다.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

부귀이교, 자유기구. 공수신퇴, 천지도.


부귀하여 교만하게 되면 스스로 화를 부르게 되는 것이니, 공(功)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길이다.


제10장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專氣致柔, 能孀兒乎.

재영백포일, 능무리호. 전기치유, 능영아호.


하늘과 땅의 기운을 한 몸에 싣고 흩어지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 기(氣)에 전념하여 부드러움을 이루어 능히 갓난아기처럼 될 수 있겠는가?


滌除玄覽, 能無疵乎, 愛民治國, 能無知乎.

척제현람, 능무자호, 애민치국, 능무지호.


가믈한 거울을 깨끗이 씻어 능히 흠이 없게 할 수 있겠는가?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다스림에 능히 인위적인 헤아림이 없이 할 수 있겠는가?


天門開闔, 能無雌乎, 明白四達, 能無爲乎.

천문개합, 능무자호, 명백사달, 능무위호.


하늘의 문을 열고 닫음에 능히 암컷(여자)처럼 할 수 있겠는가? 밝고 또 밝아 사방을 비추면서 능히 함이 없는 것 같이 할 수 있겠는가?


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생지축지,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부재, 시위현덕.

 

낳고 기르되, 낳으면서도 그것을 가지려 하지 않고, 지으면서도 그것에 기대려 하지 않으며, 자라게 하면서도 그것을 다스리려 하지 않으니, 이것을 일컬어 그윽한 덕(德)이라 한다. 


제11장


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삼십폭공일곡. 당기무, 유차지용. 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서른 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여 있으나 바퀴통 복판이 비어 있음으로 쓸모가 있고, 찰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나 그 한가운데가 비어 있어 쓸모가 있다.


鑿戶爽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착호상이위실. 당기무, 유실지용. 고유지이위이. 무지이위용.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나 안이 비어 있기 때문에 방으로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제12장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오색령인목맹. 오음령인이롱. 오미령인구상.


오색의 찬란한 빛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의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귀를 먹게 하고, 오미의 좋은 맛은 사람의 입을 버려 놓는다.


馳騁田獵 令人心發狂, 難得之貨 令人行妨.

치빙전엽 영인심발광, 난득지화 영인행방.


말을 타고 밭을 달려 짐승을 사냥하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얻기 어려운 재물은 사람의 행실을 나쁘게 만든다.


是以聖人 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시이성인 위복불위목, 고거피취차.


그런 까닭에 성인은 배를 위를 위하고 눈을 위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뒤의 것[爲目]을 버리고 앞의 것[爲腹]을 취한다.


제13장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총욕약경, 귀대환약신.


은총과 굴욕을 놀날 일을 당하는 것과 같이하고, 큰 근심을 제 몸과 같이 귀하게 여겨라.


何謂寵辱若驚. 寵爲下, 得之若驚, 失之若驚, 是謂寵辱若驚.

하위총욕약경. 총위하, 득지약경, 실지약경, 시위총욕약경.


은총도 굴욕도 놀날 일을 당하는 것과 같이 하라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사랑 받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행하여지므로 얻어도 놀랍고 잃어도 놀라운 것이니, 이를 일컬어 은총과 굴욕은 놀랄 일을 당하는 것과 같다 하는 것이다.

 

何謂貴大患若身.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及吾無身, 吾有何患.

하위귀대환약신. 오소이유대환자, 위오유신, 급오무신, 오유하환.


큰 근심을 제 몸과 같이 귀하게 여기라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까닭은 나의 몸이 있기 때문이니, 내 몸이 없으면 내게 어찌 근심이 있겠는가?


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

고귀이신위천하, 약가기천하, 애이신위천하, 약가탁천하.


그러므로 내 몸과 같이 천하를 소중히 여긴다면 천하를 맡길 수 있고, 내 몸과 같이 천하를 사랑한다면 천하를 부탁할 수 있다.


제14장

 

視之不見, 名曰夷. 聽之不聞, 名曰希. 搏之不得, 名曰微.

시지불견, 명왈이. 청지불문, 명왈희. 박지불득, 명왈미.


눈을 크게 뜨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빛이 없다’[夷]고 한다. 귀를 기울이고 들으려 해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소리가 없다’[希]고 한다. 손으로 쳐보고 만져보아도 아무 것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형체가 없다’[微]고 한다.


此三者, 不可致詰. 故混而爲一. 其上不曒, 其下不昧,

차삼자, 불가치힐. 고혼이위일. 기상불교, 기하불매,


그러나 이 세 가지 말로는 도의 정체를 밝혀낼 수 없다. 그래서 세 가지가 서로 섞여 하나인 것이다. 그 위라서 더 밝은 것도 아니고 그 아래라서 더 어두운 것도 아니다.


繩繩不可名, 復歸於無物. 是謂無狀之狀, 無物之象. 是謂恍惚.

승승불가명, 복귀어무물. 시위무상지상, 무물지상. 시위황홀.


끝없이 이어져 이름 붙일 수가 없고 물질의 차원을 초월한 곳으로 되돌아가 있다. 이것을 모양 없는 모양, 물질의 차원을 초월한 형상이라 한다. 어렴풋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迎之不見其首, 隨之不見其後. 執古之道, 以御今之有. 能知古始, 是謂道紀.

영지불견기수, 수지불견기후. 집고지도, 이어금지유. 능지고시, 시위도기.


앞에서 맞아도 그 머리가 보이지 않고 뒤에서 쫓아도 그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 태고의 도를 가지고 지금의 일을 처리하면 태고의 시원을 알 수 있다. 이를 일러 도의 실마리라 한다.

 

제15장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고지선위사자, 미묘현통, 심불가식.


예로부터 도를 닦은 훌륭한 선비는 미묘하고 현통하여 그 깊이를 헤아려 알 수가 없다.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부유불가식, 고강위지용. 예혜약동섭천, 유혜약외사린.


그 깊이를 헤아려 알 수는 없지만 억지로 그 드러난 모습을 형용하자면, 그 신중한 모습은 추운 겨울에 찬 냇물을 건너가는 것과 같고 조심하는 모습은 사방을 둘러싼 적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儼兮其若客, 渙兮若氷之將釋, 敦兮其若樸, 曠兮其若谷, 混兮其若濁.

엄혜기약객, 환혜약빙지장석, 돈혜기약박, 광혜기약곡, 혼혜기약탁.


그 엄숙함은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은 손님과 같고, 그 맺힘이 없기는 봄바람에 녹는 얼음과 같고, 그 꾸밈이 없기는 마치 산에서 갓 베어낸 통나무와 같고, 그 활달한 마음은 텅 비어 있는 골짜기와 같으며, 세상과 한데 섞여 있는 모습은 마치 흐려진 물과도 같다.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動之徐生.

숙능탁이정지서청. 숙능안이동지서생.


그 누가 능히 흐린 물을 그대로 두어 서서히 가라앉아 맑아지게 할 수 있겠는가? 그 누가 능히 가만히 있던 것을 움직여 점점 생동하게 할 수 있겠는가?


保此道者, 不欲盈. 夫唯不盈, 故能蔽不新成.

보차도자, 불욕영. 부유불영, 고능폐불신성.


이 무위의 도를 몸에 품고 있는 사람은 꽉 차 있는 것을 바라는 일이 없다. 차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낡지 않고 영원히 새롭게 이룬다.


제16장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복.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완전한 비움에 이르고 참된 고요함을 지키면, 만물이 어울려 생겨나더라도 그것들이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만물은 무성하게 뻗어 나가지만 결국은 저마다 자신의 뿌리로 되돌아간다.


歸根曰靜, 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귀근왈정, 시위복명. 복명왈상, 지상왈명. 불지상, 망작흉.


그 뿌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고요해진다는 것이고, 이것은 ‘본래의 참모습으로 돌아가는 것’[復命]이다. ‘본래의 참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늘 그러함’(常)의 이치에 이르는 것이다. 늘 그러함의 이치를 알면 밝아지게 된다. 늘 그러함의 일치를 알지 못하면 미망(迷妄)에 빠져 재난을 당하게 된다.


知常容, 容乃公. 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지상용, 용내공. 공내왕, 왕내천. 천내도, 도내구. 몰신불태.


늘 그러함의 이치를 알게 되면 너그러워지고, 너그러워지면 공평무사해지고, 공평무사해지면 왕자(王者)의 덕을 갖추게 되고, 왕자의 덕을 갖추게 되면 하늘처럼 광대해지고, 하늘처럼 광대해지면 무위의 도와 하나가 되고, 무위의 도는 오래토록 영원하다. 몸이 다할 때까지 두려울 것이 없다. 

 

제17장


太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태상하지유지, 기차친이예지, 기차외지, 기차모지.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정도만 아는 지도자이고,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이며,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이고,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이다.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신언.


지도자에게 신의가 모자라면 사람들의 불신이 따르게 된다.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유혜기귀언,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낀다. 지도자가 할 일을 다 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제18장

 

大道廢, 有仁義, 智慧出, 有大僞.

대도폐, 유인의, 지혜출, 유대위.


큰 도가 행해지지 않게 되자 인(仁)이니 의(義)니 하는 것이 강조되게 되었고, 지혜가 발달하니 큰 거짓이 있게 되었다.


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


집안사람끼리 불화(不和)가 생기게 되니 효(孝)니 자애(慈愛)니 논란이 생기게 되고, 나라의 질서가 문란해지면서 충신(忠臣)이란 것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제19장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절성기지, 민리백배, 절인기의, 민복효자, 절교기리, 도적무유.


다스리는 자가 성스런 체함을 그만두고 아는 체함을 버리면 백성들에게 이로움이 백배나 더할 것이다. 다스리는 자가 인(仁)을 그만두고 의(義)를 버리면 백성들은 효성(孝誠)과 자애(慈愛)를 회복할 것이다. 다스리는 자가 재간 부리기를 그만두고 이익 보려는 마음을 버리면 도적이 없게 될 것이다.


此三者 以爲文不足. 故令有所屬. 見素抱樸, 少私寡欲.

차삼자 이위문불족. 고령유소속. 견소포박, 소사과욕.


이 세 가지는 문명을 위한 것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므로 뭔가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물들이지 않은 명주의 순박함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질박함을 품어라. 사사로운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여라.

 

제20장

 

絶學無憂. 唯之與阿, 相去幾何. 善之與惡, 相去何若.

절학무우. 유지여아, 상거기하. 선지여악, 상거하약.

 

배우는 일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어질 것이다 ‘예’라는 대답과 ‘응’이라는 대답의 차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선하다는 것과 악하다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人之所畏, 不可不畏. 荒兮其未央哉.

인지소외, 불가불외. 황혜기미앙재.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나도 두려워해야 하는가? 얼마나 허황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인가?


衆人熙熙, 如亨太牢, 如春登臺. 我獨泊兮其未兆, 如孀兒之未孩.

중인희희, 여형태뢰, 여춘등대. 아독박혜기미조, 여상아지미해.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 잡아 제사 지내는 것 같고 봄날 높은 전망대에 오른 것 같은데, 나 홀로 멍청하여 아무런 기미도 보지 못하고 아직 웃을 줄도 모르는 갓난아이 같다.


 儽儽兮若無所歸.  衆人皆有餘, 而我獨若遺.

 내래혜약무소귀. 중인개유여, 이아독약유.

 

나는 지치고 고달파도 돌아갈 곳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나는 홀로 가난한 것 같다. 


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 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

아우인지심야재, 돈돈혜. 속인소소, 아독혼혼. 속인찰찰, 아독민민,


내 마음은 바보 같아 멍청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모두 총명한데 나 홀로 흐리멍덩하다. 사람들은 모두 똑똑한데 나 홀로 맹맹하다.

 

澹兮其若海, 飂兮若無止. 衆人皆有以, 而我獨頑似鄙. 我獨異於人而貴食母.

담혜기약해, 요혜약무지. 중인개유이, 이아독완사비. 아독이어인이귀식모.


바다처럼 흔들리고, 쉬지 않는 바람 같이 정처 없다. 사람들은 모두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나 홀로 고집스럽고 촌스럽다. 나만이 유달리 먹이고 길러준 어머니의 도를 귀하게 여긴다.

 

제21장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공덕지용, 유도시종. 도지위물, 유황유홀.


위대한 덕의 모습은 오로지 도를 따르는 데서 나온다. 도라고 하는 것은

오로지 황홀(恍惚)할 뿐이다.


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惚兮, 其中有物.

홀혜황혜, 기중유상. 황혜홀혜, 기중유물. 


황홀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 형상이 있다. 황홀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 질료가 있다.


窈兮冥兮, 其中有精. 其精甚眞, 其中有信.

요혜명혜, 기중유정. 기정심진, 기중유신.


그윽하고 어둡지만 그 안에 알맹이가 있다. 알맹이는 지극히 참된 것으로서 그 안에는 믿음이 있다.


自古及今, 其名不去, 以閱衆甫. 吾何以知衆甫之狀哉, 以此.

자고급금, 기명불거, 이열중보. 오하이지중보지상재, 이차.


예부터 이제까지 그 이름이 없었던 적이 없다. 그 이름으로 만물의 시원(始原)을 볼 수 있다. 무엇으로 만물의 시원이 이러함을 알 수 있겠는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제22장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幣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 抱一爲天下式.

곡즉전, 왕즉직, 와즉영, 폐즉신, 소즉득, 다즉혹, 시이성인, 포일위천하식.


굽은 나무는 수명을 온전히 마치게 되고, 자벌레는 몸을 굽힘으로써 뻗을 수 있게 된다. 물은 우묵한 웅덩이로 흘러 모이게 되고, 옷은 낡아 해어져야만 다시 새 것을 입게 된다. 욕심이 적으면 마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고, 지식이 많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나인 도를 지켜 천하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不自見故明,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功, 不自矜故長.

불자견고명, 불자시고창, 불자벌고유공, 불자긍고장.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에 밝게 빛나고,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돋보이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고, 스스로 뽐내지 않기에 오래 간다.


夫惟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고지소위곡즉전자, 기허언재. 성전이귀지.


다투지 않으므로 세상이 그와 더불어 다투지 못한다. 옛말에 이르기를, 휘면 온전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어찌 빈 말이겠는가? 정성을 다해 온전함을 이루어 돌아가라.


제23장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희언자연, 고표풍불종조, 취우불종일.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러므로 회오리바람도 아침 내내 볼 수 없고, 소낙비도 하루 종일 내릴 수는 없다.


孰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숙위차자, 천지, 천지상불능구, 이황어인호.


누가 이런 일을 하는가? 하늘과 땅이다. 하늘과 땅도 이런 일을 오래 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故從事於道者, 道者同於道, 德者同於德, 失者同於失.

고종사어도자, 도자동어도, 덕자동어덕, 실자동어실.


그러므로 도에 따라 일을 하는 자는 도(道)면 그 도와 하나가 되고, 덕(德)이면 그 덕과 하나가 되며, 실덕(失德)이면 그 실덕과 하나가 된다.


同於道者, 道亦樂得之,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동어도자, 도역락득지, 동어덕자, 덕역락득지, 동어실자, 실역락득지.


도와 하나 되면 도 또한 그를 얻어 기뻐하고, 덕과 하나 되면 덕 또한 그를 얻어 기뻐하며, 실덕과 하나 되면 실덕도 그를 얻어 기뻐한다.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신언.


신의가 모자라면 불신(不信)이 따르게 마련이다.


제24장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기자불립, 과자불행. 자견자불명, 자시자불창.

 

발돋움하는 자는 오래 서 있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급히 걷는 사람은 멀리 가지 못한다. 나를 내세워 자랑하면 뚜렷하게 나타내어지지 않고, 나를 옳다고 하면 그 착한 것도 드러나지 않게 된다.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其在道也, 曰餘食贅行,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자벌자무공, 자긍자부장. 기재도야, 왈여식췌행, 물혹악지. 고유도자불처.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오래갈 수 없다. 도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일은 밥찌꺼기 군더더기 같은 행동으로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에 머무는 사람은 이런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제25장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不改, 周行而不殆.

유물혼성, 선천지생. 적혜요혜, 독립불개, 주행이불태.


혼돈하여 하나가 된 그 무엇이 천지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해 있었다. 그 것은 고요하여 소리도 없고 아득하여 모양도 없고, 어느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어느 것으로도 변하지 않으며, 삼라만상에 두루 나타나 잠시도 쉬는 일이 없다.

 

可以爲天下母,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가이위천하모, 오부지기명. 자지왈도, 강위지명왈대.


것을 만물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이름마저 알 수 없다. 임의로 이름 지어 도(道)라 하고, 억지로 이름 붙여 크다 하자.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대왈서, 서왈원, 원왈반.


크기 때문에 흘러 움직이고, 흘러 움직이면 끝이 안 보이는 넓이를 갖게 되고, 멀고 먼 넓이를 가지면 또 본래의 근원으로 되돌아간다.


故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고도대, 천대, 지대, 왕역대, 역중유사대, 이왕거기일언.


그러므로 도는 크지만, 큰 것으로는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사람들을 다스리는 제왕(帝王)도 또한 크다. 이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제왕도 그 중 하나를 차지한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제26장

 

重爲輕根, 靜爲躁君.

중위경근, 정위조군.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가 되고, 고요한 것은 조급한 것의 주인이 된다.


是以聖人. 終日行, 不離輜重, 雖有榮觀, 燕處超然.

시이성인. 종일행, 불리치중, 수유영관, 연처초연.


그러므로 성인은 하루 종일 다닐지라도 짐수레를 떠나지 않는다. 화려한 경관이 있을지라도 의연하고 초연할 뿐이다.


柰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輕則失本, 躁則失君.

내하만승지주, 이이신경천하. 경즉실본, 조즉실군.


어찌 만대의 수레를 가진 제왕이 된 자가 세상에 대해 몸을 가볍게 움직이겠는가? 경솔하게 행동하면 자신의 근본을 잃게 되고 조급하면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제27장


善行, 無轍迹, 善言, 無瑕謫, 善數, 不用籌策.

선행, 무철적, 선언, 무하적, 선수, 불용주책.


잘 가는 사람은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에 흠이 없으며, 계산을 잘하는 사람은 계산기 따위를 쓰지 않는다.


善閉, 無關楗而不可開, 善結, 無繩約而不可解.

선폐, 무관건이불가개, 선결, 무승약이불가해.


문을 잘 닫는 사람은 빗장을 걸지 않아도 열리지 않게 하고, 잘 묶는 사람은 매듭을 짓지 않아도 풀어지지 않게 한다.


是以聖人, 常善求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故無棄物. 是謂襲明.

시이성인, 상선구인, 고무기인, 상선구물, 고무기물. 시위습명.


그러므로 성인은 사람을 구하여 잘 살려 나가며 어떤 사람도 버리는 일이 없고, 항상 물건을 잘 다스려 쓰되 어떤 물건도 버리는 일이 없다. 이것을 일컬어 ‘밝은 지혜를 몸에 지니고 있다’[襲明]고 한다.


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

고선인자, 불선인지사, 불선인자, 선인지자.


그러므로 착한 사람은 착하지 않은 사람이 본받는 스승이 되고, 착하지 않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 반성하는 대상이 된다.


不貴其師, 不愛其資, 雖智大迷. 是謂要妙.

불귀기사, 불애기자, 수지대미. 시위요묘.


스승을 귀히 여기지 않고 반성하는 대상을 아끼지 아니하면, 비록 지혜로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크게 미혹하게 된다. 이것을 일컬어 ‘오묘한 진리’[要妙]라 한다. 


제28장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孀兒.

지기웅, 수기자, 위천하계. 위천하계, 상덕불리, 복귀어영아.


수컷의 성질이 어떠한 것인가를 알고 암컷의 유연함을 지켜 나가면 천하의 모든 것이 흘러드는 골짜기가 되고, 천하가 모여드는 큰 골짜기가 되면 늘 그러한 덕이 깃들어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知其白, 守其黑, 爲天下式, 爲天下式, 常德不忒, 復歸於無極.

지기백, 수기흑, 위천하식, 위천하식, 상덕불특, 복귀어무극.

 

밝고 명확함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고 어둡고 아득함을 지켜 나가면 온 천하가 본받는 본보기가 되고, 온 천하가 본받는 본보기가 되면 늘 그러한 덕에 어긋남이 없이 한없는 도의 근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爲天下谷, 常德乃足, 復歸於樸.

지기영, 수기욕, 위천하곡. 위천하곡, 상덕내족, 복귀어박.


속세의 영화가 어떤 것인가를 알고 욕된 생활을 참고 견뎌 내면 온 세상이 돌아오는 큰 골짜기가 되고, 온 천하가 돌아오는 큰 골짜기가 되면 늘 그러한 덕으로 가득 차게 되어 손대지 않은 통나무의 소박함으로 뒤돌아가게 된다.


樸散則爲器. 聖人用之, 則爲官長, 故大制不割.

박산즉위기. 성인용지, 즉위관장, 고대제불할.


통나무를 쪼개면 그릇이 된다. 성인이 그 그릇을 쓴다면 고작 한 분야의 우두머리로 쓰일 뿐이다. 그러므로 크게 쓸 때에는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고 통나무의 소박함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제29장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장욕취천하이위지, 오견기부득이. 천하신기, 불가위야,


세상을 장악하여 다스려 보려 하여도, 내가 보기에 그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은 신비로운 그릇이어서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가 없다.

 

爲者敗之, 執者失之. 故物, 或行或隨.

위자패지, 집자실지. 고물, 혹행혹수.


어떻게 잘 해보려고 해도 실패하게 되고 잡으려고 하면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만사는 다양해서 스스로 앞서가는 것도 있고 뒤만 따라가는 것도 있다.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挫或隳.

혹허혹취, 혹강혹리, 혹좌혹휴.


숨을 내쉬는 것도 있고 들이쉬기는 것도 있으며,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으며, 꺾이는 것도 있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있다.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

시이성인거심, 거사, 거태.


그러므로 성인은 지나친 것을 버리고 사치를 버리고 교만함과 태만함을 버린다.


제30장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이도좌인주자, 불이병강천하. 기사호환.


도(道)로써 임금을 보좌하는 사람은 무력으로 나라를 강하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 무력은 무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사지소처, 형극생언, 대군지후, 필유흉년.


군대가 주둔한 곳에는 가시나무가 자라고 큰 전쟁이 있은 후에는 반드시 흉년이 들게 된다.


善者果而已. 不敢以取强.

선자과이이. 불감이취강.


잘 다스리는 자는 목적을 이룬 다음에는 그만둘 줄 알고 억지로 강대해지려  하지 않는다.

 

果而勿矜, 果而勿伐, 果而勿驕. 果而不得已, 果而勿强.

과이물긍, 과이물벌, 과이물교. 과이부득이, 과이물강.


목적을 이뤘으되 자랑하지 않고, 목적을 이뤘으되 뽐내지 않고, 목적을 이뤘으되 교만하지 않는다. 목적을 이룬 것은 그것이 부득이하였기 때문일 뿐, 묵적을 이루었으므로 더 이상 강대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已.

물장즉로. 시위부도. 부도조이.


만물은 장성하면 반드시 쇠퇴하기 마련이니 강성한 것에 집착하는 것은 도에 벗어나는 것이다. 도에 벗어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제31장

 

夫佳兵者, 不祥之器,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부가병자, 불상지기, 물혹악지, 고유도자불처.


좋은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서 누구나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를 아는 사람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군자거즉귀좌, 용병즉귀우.


군자는 평상시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어쩔 수 없이 군사를 일으켜 전쟁을 할 때에만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병자, 불상지기, 비군자지기.


무기라는 것은 불길한 것이므로 군자가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다.


不得已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부득이이용지, 염담위상, 승이불미.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욕심 없이 담담한 것을 제일로 삼고 승리하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다.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則不可以得志於天下矣.

이미지자, 시락살인. 부락살인자, 즉불가이득지어천하의.


그러나 승리를 아름답게 여기는 자는 사람 죽이는 짓을 즐기는 자이다. 무릇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의 뜻을 이룰 수 없다.


吉事尙左, 凶事尙右. 偏將軍居左, 上將軍居右.

길사상좌, 흉사상우. 편장군거좌, 상장군거우.


좋은 일에는 왼쪽을 귀하게 여기고 흉한 일에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직접 병사를 지휘하는 장군은 왼쪽에 자리하고 전군을 통솔하는 장군은 오른쪽에 자리한다.


言以喪禮處之, 殺人之衆, 以哀悲泣之. 戰勝以喪禮處之.

언이상례처지, 살인지중, 이애비읍지. 전승이상례처지.


이는 장례의 예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기 때문에 슬픈 마음으로 전쟁에 임하고, 승리를 하였다 하여도 장례식과 같이 예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제32장


道常無名, 樸雖小, 天下莫能臣也. 

도상무명, 박수소, 천하막능신야. 


도는 언제나 이름붙일 수 없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천하의 누구도 이를 다스릴 수가 없다.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相合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빈. 천지상합이강감로, 민막지령이자균.


임금이나 제후가 이를 지킬 줄 알면 모든 것이 저절로 순복할 것이요. 천지가 서로 화합하여 단비를 내리고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연히 평등하게 다스려질 것이다.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可以不殆.

시제유명. 명역기유, 부역장지지, 지지가이불태.


통나무가 잘리고 쪼개져 많은 기구들이 생기듯 이것저것 분별하는 이름이 생겨나지만, 그 이름 역시 이미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 ‘멈출 곳’[限界]을 알아야 하고, 멈출 곳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비도지재천하, 유천곡지어강해.


도가 천하에 머물러 있는 것을 비유하자면, 시냇물과 골짜기의 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드는 것과 같다.


제33장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지인자지, 자지자명. 승인자유력, 자승자강.


다른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이고,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부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


만족을 아는 사람은 부유한 사람이고, 힘써 행하는 사람은 뜻이 있는 사람이다. 자기의 분수를 잃지 않는 사람은 그 지위를 오래 지속하고,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은 오래 사는 것이다.


제34장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爲主.

대도범혜, 기가좌우, 만물시지이생이불사, 공성불명유. 의양만물이불위주.


큰 도는 이쪽저쪽 어디에나 넉넉하여 만물이 이에 의지하고 살아가더라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공을 이루고도 자기 이름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만물을 입히고 먹이더라도 그 주인 노릇하려 하지 않는다.


常無欲, 可名於小, 萬物歸焉而不爲主,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상무욕, 가명어소, 만물귀언이불위주, 가명위대. 이기종불자위대, 고능성기대.


항상 욕심이 없어 아무 것도 갖지 않으므로 작다고도 할 수 있으나, 만물이 그 품에 돌아와 안기어도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므로 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도는 자신을 스스로 크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기에 참으로 큰 것이 되는 것이다.


제35장


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집대상, 천하왕, 왕이불해, 안평태.


도의 큰 모양을 잡고 살아가면 세상 어디를 가도 방해하는 것이 없어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화평하고 태평하다.


樂與餌, 過客止, 道之出口, 淡乎其無味.

낙여이, 과객지, 도지출구, 담호기무미.


듣기 좋은 음악과 맛있는 음식은 지나가던 나그네도 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도는 입 밖에 나와도 담박하여 별맛이 없다.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시지부족견, 청지부족문, 용지부족기.


눈 여겨 바라보아도 볼 수가 없고, 귀 기울여 들어보아도 들을 수가 없고, 써도 다함이 없다.


제36장


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是謂微明.

장욕흡지, 필고장지. 장욕약지, 필고강지. 장욕폐지, 필고흥지. 시위미명.


오므리려면 일단 펴야 한다. 약하게 하려면 일단 강하게 해야 한다. 폐하게 하려면 일단 흥하게 해야 한다. 빼앗으려면 일단 줘야 한다. 이것을 일러 ‘미묘한 밝음’[微明]이라 한다.


柔弱勝剛强.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 不可以示人.

유약승강강. 어불가탈어연. 국지이기, 불가이시인.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물고기가 연못에서 나와서는 안 되듯, 국가들 다스리는 이기(利器)도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제37장

 

道常無爲而無不爲.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도상무위이무불위.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화.


도는 항상 하는 것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도 없다. 만일 제후나 임금이 자연의 도를 따라 지켜 나가면, 만물은 저절로 생성하고 발전할 것이다.


化而欲作, 吾將鎭之以無名之樸.

화이욕작, 오장진지이무명지박.


저절로 생성하고 발전하는 것을 인위로 조작하려 하면 이름 없는 통나무로 이를 막으리라.


無名之樸, 夫亦將無欲, 不欲以靜, 天下將自定.

무명지박, 부역장무욕, 불욕이정, 천하장자정.


이름 없는 통나무로 욕심을 없애노니, 욕심이 없으면 고요가 찾아들고 천하는 저절로 바르게 되리라. 

 

 

     德經

     덕경


제38장


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

상덕부덕, 시이유덕. 하덕불실덕, 시이무덕.


최상의 덕은 덕에 마음을 두지 않으니 이 때문에 덕이 있고. 수준이 낮은 덕은 덕을 잃지 않으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실제로는 덕이 없는 것이다.


上德無爲而無以爲, 下德爲之而有以爲.

상덕무위이무이위, 하덕위지이유이위.


최상의 덕은 자연에 맡길 뿐 그렇게 하여 무엇을 하려고하지 않는다. 수준이 낮은 덕은 인위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그렇게 하여 무엇을 하려한다.


上仁爲之而有以爲, 上義爲之而有以爲, 上禮爲之而莫之應, 則攘臂而扔之.

상인위지이유이위, 상의위지이유이위, 상례위지이막지응, 칙양비이잉지.


최상의 인은 인을 베풀지만 그렇게 하여 무엇인가를 하려한다. 최상의 의는 의로운 정치를 베풀되 그렇게 하여 무엇인가를 하려한다. 최상의 예는 인위적으로 예에 맞는 정치를 행하려고 애쓴다. 만일 사람들이 예법에 맞게 행동하지 않으면 팔을 잡고 억지로 끌어당겨 예법을 강요한다.


故失道而後德, 失德而後仁, 失仁而後義, 失義而後禮.

고실도이후덕, 실덕이후인, 실인이후의, 실의이후례.


그러므로 도를 잃은 후에 덕이 나오고, 덕을 잃은 후에 인이 나오고, 인을 잃은 후에 의가 나오고, 의를 잃은 후에 예가 나오는 것이다.


夫禮者, 忠信之薄, 而亂之首, 前識者, 道之華, 而愚之始.

부례자, 충신지박, 이란지수, 전식자, 도지화, 이우지시.


무릇 예법은 건실함과 믿음이 옅어진 것으로 어지럽게 되는 시발점인 것이다. 미래의 일을 미리 내다본다는 것은 도의 헛된 꽃이나 어리석음의 발단이 되게 마련이다.


是以大丈夫, 處其厚, 不居其薄, 處其實, 不居其華, 故去彼取此.

시이대장부, 처기후, 불거기박, 처기실, 불거기화, 고거피취차.


그러므로 대장부는 두터운 쪽에 머물러 있고 엷은 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알맹이 있는 곳에 머물고 겉치레 쪽에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예와 지를 버리고 도를 택하는 것이다.


제39장


昔之得一者,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석지득일자, 천득일이청, 지득일이녕, 신득일이령.


옛날에 오직 하나인 도를 얻은 것들로서, 하늘은 도를 얻어서 맑고, 땅은 도를 얻어서 안정되고, 신(神)은 도를 얻어서 영험스럽다.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곡득일이영, 만물득일이생, 후왕득일이위천하정.


골짜기는 도를 얻어서 가득 차며, 만물은 도를 얻어서 생장하고, 제후와 임금은 도를 얻어서 세상을 바르게 다스린다.


其致之一也. 天無以淸, 將恐裂.

기치지일야. 천무이청, 장공렬.


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오직 하나인 도이다. 하늘을 맑게 해주는 도가 없으면 하늘은 장차 찢어지고 말 것이다.


地無以寧, 將恐發. 神無以靈, 將恐歇.

지무이녕, 장공발. 신무이령, 장공헐.


땅을 안정시켜주는 도가 없으면 땅은 장차 무너지고 말 것이다. 신을 영험스럽게 해주는 도가 없으면 신의 영험스러움은 그치게 되고 말 것이다.


谷無以盈, 將恐竭, 萬物無以生, 將恐滅.

곡무이영, 장공갈, 만물무이생, 장공멸.


골짜기를 가득 채워 주는 도가 없으면 골짜기는 장차 마를 것이다. 만물을 생성케 하는 도가 없으면 만물은 장차 절멸하고 말 것이다.


侯王無以貴高, 將恐蹶, 故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후왕무이귀고, 장공궐, 고귀이천위본, 고이하위기,


제후와 임금이 천하를 바르게 다스리지 못하고 높은 것만을 귀하게 여긴다면 그는 장차 몰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밑바탕으로 한다.


是以後王, 自謂孤寡不穀. 此非以賤爲本邪, 非乎.

시이후왕, 자위고과불곡. 차비이천위본사, 비호.


그러므로 임금은 자신을 고(孤)니, 과(寡)니, 불곡(不穀)이니 하며 낮추어 말한다. 이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말 그렇지 아니한가?


故致數譽無譽. 不欲琭琭如玉, 珞珞如石.

고치수예무예. 불욕록록여옥, 낙락여석.


그러므로 명예를 원하게 되면 도리어 명예는 없어지게 되나니, 옥과 같이 찬란하게 빛나기를 원하지 않고, 돌처럼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다.

 

제40장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반자, 도지동, 약자, 도지용. 천하만물생어유, 유생어무.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도의 작용이다. 천하 만물은 천지음양의 기운인 유(有)에서 나오고, 유(有)는 형체가 없는 도인 무(無)에서 나온다.


제41장


上士聞道, 勤而行之, 中士聞道, 若存若亡, 下士聞道, 大笑之.

상사문도, 근이행지, 중사문도, 약존약망, 하사문도, 대소지.


뛰어난 선비가 도를 들으면 최선을 다해 그것을 실천하고, 중간 정도의 선비가 들으면 그것을 반신반의하고, 낮은 수준의 선비가 도를 들으면 그것을 크게 비웃는다.

 

不笑不足以爲道, 故建言有之.

불소부족이위도, 고건언유지. 


낮은 수준의 선비가 비웃지 않는 도라면 도라고 할 만한 것이 못될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전해 오는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纇, 上德若谷, 太白若辱.

명도약매, 진도약퇴, 이도약뢰, 상덕약곡, 태백약욕.


참으로 밝은 도는 어두운 것 같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뒤에서 물러서는 것 같고, 평탄한 길은 울퉁불퉁한 것 같고, 최상의 덕은 텅 빈 골짜기 같고, 아주 흰 것은 오히려 검은 것 같이 보인다.


廣德若不足, 建德若偸, 質眞若渝.

광덕약부족, 건덕약투, 질진약투.


참으로 넓고 큰 덕은 얼른 보기에 부족한 것처럼 보이고, 확고부동한 덕은 얼른 보기에 구차스러워 보이고, 참으로 진실한 덕은 얼른 보기에 절조가 없어 보인다.


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대방무우, 대기만성, 대음희성, 대상무형.


아주 큰 모서리에는 모서리가 없고, 아주 큰 그릇은 더디 이루어지며, 아주 큰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아주 큰 모양은 형체가 없다.


道隱無名, 夫唯道善貸且成.

도은무명, 부유도선대차성.

 

도는 숨어 있어서 이름붙일 수도 없지만, 도만이 온갖 것을 훌륭히 가꾸고 완성시켜 준다.


제42장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 만물부음이포양, 충기이위화.


도는 한 기운을 낳고, 한 기운은 음과 양 두 기운을 낳으며, 이 두 기운은 서로 화합하여 세 번째 기운인 충화를 낳으며, 이 충화의 기운에서 만물이  나온다. 만물은 음기를 업고 양기를 안고 있으며, 충화의 기운에 의해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人之所惡, 唯孤, 寡, 不穀, 而王公以爲稱.

인지소악, 유고, 과, 불곡, 이왕공이위칭.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고(孤: 외롭다)니, 과(寡: 부족하다)니, 불곡(不穀: 모자라다, 미숙하다, 못난이)이니 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이 세상 군주들은 이런 말을 자신의 호칭으로 쓴다.


故物, 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人之所敎, 我亦敎之.

고물, 혹손지이익, 혹익지이손. 인지소교, 아역교지.


그러므로 사물은 손해를 보는 것이 도리어 이익이 되는 수가 있고, 그 이익이 되는 것에 도리어 손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가르치는 것을 나 또한 가르치려고 한다.


强梁者, 不得其死, 吾將以爲敎父.

강량자, 불득기사, 오장이위교부.


억세고 사나운 사람은 제 명에 죽을 수가 없다. 나는 이 말을 가르침의 근본으로 삼으려고 한다.


제43장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間.

천하지지유, 치빙천하지지견, 무유입무간.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물]이 가장 단단한 것[바위]을 돌파해 들어가고, 형체가 없는 것[물]이 빈틈이 없는 곳에도 무난히 스며든다.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오시이지무위지유익. 불언지교, 무위지익, 천하희급지.


나는 이것의 예로써 무위의 유익함을 안다. 말 없는 가르침과 무위의 유익함에 있어 이 세상 어떤 것도 이것[물]에 미칠 만한 것이 없다.


제44장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得與亡孰病.

명여신숙친, 신여화숙다, 득여망숙병.


명예와 내 몸은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 내 몸과 재물은 어느 쪽이 더 소중한가? 이런 것을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사람을 병들게 하는가?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시고심애필대비, 다장필후망,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그러므로 재물을 지나치게 아까워하면 반드시 많이 쓰게 되고, 재물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 두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된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치욕을 당하지 않고, 적당할 때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래 길게 살게 된다.


제45장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대성약결, 기용불폐. 대영약충, 기용불궁.


가장 잘 이루어진 것은 오히려 모자란 듯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그 효용은 다함이 없다. 가장 크게 차 있는 것은 마치 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작용은 그침이 없다.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躁勝寒. 靜勝熱. 淸靜爲天下正.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조승한. 정승열. 청정위천하정.


참으로 곧은 것은 도리어 굽은 것처럼 보이고, 참으로 잘하는 것은 어딘가 서툴러 보이며, 참으로 잘 하는 말은 어눌한 것처럼 들린다. 분주하게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고요히 있으면 더위가 물러가게 된다. 그러므로 맑고 고요한 것이 천하의 바른 것이 된다.


제46장

 

天下有道, 却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천하유도, 각주마이분, 천하무도, 융마생어교,


이 세상에 도가 행하여지면 잘 달리는 군마(軍馬)가 거름 내는 농마(農馬)로 쓰이게 되지만, 이 세상에 도가 행하여지지 않으면 군마(軍馬)가 도성 밖에서 새끼를 치게 된다.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知足之足, 常足矣.

화막대어불지족, 구막대어욕득, 고지족지족, 상족의.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화(禍)는 없고 얻으려고만 하는 욕심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를 만족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영원한 만족을 얻는 것이다.

 

제47장


不出戶, 知天下, 不闚牖,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불출호, 지천하, 불규유, 견천도. 기출미원, 기지미소.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세상을 알며, 창으로 내다보지 않아도 하늘의 이치 알게 된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아는 것은 더욱 적어진다.


是以聖人, 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시이성인, 불행이지, 불견이명, 불위이성.


그러므로 성인은 나가지 않아도 참다운 것을 알고,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며, 억지로 이루려 하지 않아도 절로 이루게 된다.


제48장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학문을 하면 나날이 할 일이 늘어가고, 도를 체득하면 나날이 할 일이 줄어든다. 줄고 또 줄어서 하는 일이 없는 경지에 이른다. 하는 일이 없는 경지에 이르면 행하지 않아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다.


取天下, 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취천하, 상이무사.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천하를 차지하는 것은 언제나 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한다. 하는 일이 있기에 이르면 이미 천하를 차지할 수 없다.


제49장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성인무상심, 이백성심위심.


성인은 변하지 않는 고정된 마음이 없고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한다.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 德善.

신자오신지, 불신자오역신지. 덕신.


선한 사람은 선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선하지 못한 사람도 선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성인의 덕이 선하기 때문이다.


信者吾信之, 不信者吾亦信之. 德信.

선자오선지. 불선자오역선지. 덕선.


진실한 사람은 진실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진실하지 못한 사람도 진실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성인의 덕이 진실하기 때문이다.


聖人在天下, 歙歙, 爲天下渾其心. 聖人皆孩之.

성인재천하, 흡흡, 위천하혼기심. 성인개해지.


성인이 천하를 다스리는 데는 자신의 집착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천하를 자신의 마음과 혼연일체가 되게 한다. 그리하여 성인은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어린아이처럼 되게 한다.


제50장 


出生入死. 生之徒十有三, 死之徒十有三. 人之生, 動之死地, 亦十有三.

출생입사. 생지도십유삼, 사지도십유삼. 인지생, 동지사지, 역십유삼.


사는 곳으로 나가고 죽는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에 살 곳으로 가는 사람이 열 중 셋이요, 죽는 곳으로 가는 사람이 열중 셋이 된다. 그리고 삶에 집착하다가 도리어 죽을 곳으로 가는 사람이 또한 열중 셋은 된다.

 

夫何故, 以其生生之厚.

부하고, 이기생생지후.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생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蓋聞善攝生者, 陸行不遇兕虎, 入軍不被甲兵.

개문선섭생자, 육행불우시호, 입군불피갑병.


그런데 들으니 섭생(攝生)을 잘하는 사람은 뭍에서는 들소나 호랑이를 만나지 않고, 싸움터에서는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고 한다.



兕無所投其角, 虎無所措其爪, 兵無所用其刃. 夫何故, 以其無死地.

시무소투기각, 호무소조기조, 병무소용기인. 부하고, 이기무사지.


그런 사람에게 들소는 그 뿔로 받을 곳이 없고, 범은 그 발톱으로 할퀼 곳이 없으며, 무기는 그 칼날로 파고들 곳이 없다. 무엇 때문인가? 그에게는 죽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제51장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是以萬物, 莫不存道而貴德.

도생지, 덕축지. 물형지, 세성지. 시이만물, 막부존도이귀덕.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그것을 기르고, 물체마다 형태를 이루게 하며 힘으로 그것을 자라게 한다. 그러므로 만물은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없다. 


道之尊, 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도지존, 덕지귀, 부막지명이상자연.


도를 존경하는 것과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故道生之, 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養之覆之.

고도생지, 덕축지, 장지육지, 정지독지, 양지복지.


그러므로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길러 준다. 그리고 그것들을 생장시키고 키워주며, 안정시키고 돈독하게 하고 키워 주고 감싸준다.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元德.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부재, 시위원덕.


도는 만물을 낳지만 소유하려 하지 않고, 만들지만 자랑하지 않고, 기르지만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을 으뜸의 덕(德)이라 한다.


제52장 


天下有始, 以爲天下母.

천하유시, 이위천하모.


세상에는 처음이 있으니 그것을 천하의 어미라 한다.


旣得其母, 復知其子, 旣知其子, 復守其母, 沒身不殆.

기득기모, 복지기자, 기지기자, 복수기모, 몰신불태.


이미 그 어미를 알았으니 돌이켜 그 자식을 알 수 있다. 이미 자식을 알고 돌이켜 그 어머니를 지키면 몸이 다할 때까지 위태롭지 않다.


塞其兌, 閉其門, 終身不勤, 開其兌, 濟其事, 終身不救.

새기태, 폐기문, 종신불근, 개기태, 제기사, 종신불구.


욕망이 일어나는 구멍을 막고 물욕이 들어오는 문을 닫으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수고롭지 않을 것이요, 욕망의 구멍을 열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見小曰明, 守柔曰强, 用其光, 復歸其明, 無遺身殃, 是爲習常.

견소왈명, 수유왈강, 용기광, 복귀기명, 무유신앙, 시위습상.


작은 것을 잘 보는 것을 밝다고 하고 부드러움을 지켜 나가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 그 빛을 이용하여 밝음으로 돌아간다면 몸에 재앙이 닥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떳떳한 도를 지키는 것이라 한다.


제53장

 

使我介然有知, 行於大道, 唯施是畏.

사아개연유지, 행어대도, 유시시외.


만약 나에게 조그마한 지혜라도 있어서 위대한 도를 행할 수 있다면, 그때에는 오로지 도에서 벗어남이 있을까 두려워 할 것이다. 


大道甚夷, 而民好徑, 朝甚除, 田甚蕪, 倉甚虛.

대도심이, 이민호경, 조심제, 전심무, 창심허.


위대한 도는 매우 평탄한데도 백성들은 지름길을 좋아한다. 조정은 깨끗한데 백성들의 논밭에는 풀이 무성하고, 창고는 비어 있다.

 

服文綵, 帶利劍, 厭飮食, 財貨有餘, 是謂盜夸, 非道也哉.

복문채, 대리검, 염음식, 재화유여, 시위도과, 비도야재.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날카로운 칼을 차며 맛있는 음식을 싫도록 먹고 재물은 남아돈다. 이러한 것을 도둑의 사치라 한다. 어찌 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제54장

 

善建者不拔, 善抱者不脫, 子孫以祭祀不輟.

선건자불발, 선포자불탈, 자손이제사불철.


제대로 세운 것은 뽑히는 일이 없고, 제대로 안은 것은 빠지는 일이 없다.  이렇게 도를 지키어 나가면 자손의 제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修之於身, 其德乃眞, 修之於家, 其德乃餘, 修之於鄕, 其德乃長.

수지어신, 기덕내진, 수지어가, 기덕내여, 수지어향, 기덕내장.


도로 몸을 다스리면 그 덕은 참된 것이 되고, 도로 가정을 다스리면 그 덕은 여유가 있게 되고, 도로 고을을 다스리면 그 덕은 오래도록 이어진다. 


修之於國, 其德乃豊, 修之於天下, 其德乃普,

수지어국, 기덕내풍, 수지어천하, 기덕내보,


도로 나라를 다스리면 그 덕은 나라를 풍족히 하고, 도로 천하를 다스리면 그 덕은 천하에 두루 미친다.


故以身觀身, 以家觀家, 以鄕觀鄕, 以國觀國, 以天下觀天下,

고이신관신, 이가관가, 이향관향, 이국관국, 이천하관천하,


그러므로 내 몸을 미루어서 남의 몸을 살피고, 내 집안일을 미루어서 남의 집안일을 살피며, 내 고을 일을 미루어서 남의 고을 일을 살피고, 내 나라 일을 미루어서 남의 나라 일을 살피며, 천하 만백성의 마음을 미루어서 천하의 도를 살핀다.


吾何以知天下然哉, 以此.

오하이지천하연재, 이차.


무엇으로 세상이 그리되는 것을 알 수 있는가. 바로 이를 통해서이다.


제55장

 

含德之厚, 比於赤子, 蜂蠆虺蛇不螫, 猛獸不據, 攫鳥不搏.

함덕지후, 비어적자, 봉채훼사불석, 맹수불거, 확조불박.


덕을 깊이 간직한 사람을 비유한다면 어린아이 같아서, 벌이라든가 전갈도 쏘지 못하고 독사도 물지 않으며, 맹수도 할퀴지 못하고 사나운 날짐승도 덮치지 못한다.


骨弱筋柔而握固. 未知牝牡之合而全作, 精之至也.

골약근유이악고. 미지빈모지합이전작, 정지지야.


뼈는 약하고 근육은 부드럽지만 쥐는 힘은 강하다. 암수의 교합에 대해 아직 모르지만 생식기가 저절로 일어서는 것은 정기가 극치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終日號而不嗄, 和之至也. 知和曰常, 知常曰明.

종일호이불사, 화지지야. 지화왈상, 지상왈명.


종일을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조화가 극치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조화를 아는 것을 ‘늘 그러한 도’(常)이라 하고, 늘 그러한 도를 아는 것을 밝음(明)이라 한다.


益生曰祥, 心使氣曰强. 物壯則老. 謂之不道. 不道早已.

익생왈상, 심사기왈강. 물장즉노. 위지부도. 부도조이.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은 불길한 징조이며, 마음이 기를 거세게 부리는 것을 억세고 사나운 것이라고 한다. 만물은 기세가 너무 왕성하면 곧 쇠퇴하게 된다. 그런 것은 도가 아니며 도 아닌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제56장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지자불언, 언자부지, 색기태, 폐기문,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참으로 알지 못한다. 감각의 구멍을 막고 욕망의 문을 닫으며, 예리함은 무디게 하고 얽힌 것은 풀며, 그 빛을 부드럽게 하고 티끌과 하나가 된다.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疎,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시위현동, 고불가득이친, 불가득이소, 불가득이리, 불가득이해,


이를 일러 도와의 현묘한 하나됨이라 한다. 그러므로 도와의 현묘한 하나됨을 이룬 사람은 남들이 친근하게 할 수도 없으며, 소원하게 할 수도 없고, 이롭게도 할 수 없고 해롭게도 할 수 없다.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

불가득이귀, 불가득이천, 고위천하귀.


귀하게도 할 수 없고, 천하게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제57장


以正治國, 以奇用兵, 以無事取天下.

이정치국, 이기용병, 이무사취천하.


나라는 바른 도로 다스리고, 전쟁은 임기응변의 기계(奇計)로 해야 하지만, 천하는 일없는 것으로 차지해야 한다.


吾何以知其然哉, 以此, 天下多忌諱, 而民彌貧, 民多利器, 國家滋昏.

오하이지기연재, 이차, 천하다기휘, 이민미빈, 민다리기, 국가자혼.


어떻게 그렇다는 것을 아는가. 바로 다음에 열거하는 것으로써 안다. 이 세상에 하지 말라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백성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들이 편리한 도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나라는 더욱더 어지러워진다.


人多伎巧, 奇物滋起, 法令滋彰, 盜賊多有,

인다기교, 기물자기, 법령자창, 도적다유,


백성들이 기교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이한 물건이 더 많이 나오고, 법령이 반포되면 반포될수록 도둑은 더욱더 늘어만 간다.


故聖人云,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樸.

고성인운, 아무위이민자화, 아호정이민자정, 아무사이민자부, 아무욕이민자박.


그러므로 성인은 말한다. 내가 행하는 일이 없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감화되고, 내가 고요히 있는 것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바르게 될 것이며, 내가 꾀하는 일이 없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넉넉해질 것이며, 내가 바라는 것이 없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통나무처럼 순박해질 것이다.


제58장


其政悶悶, 其民淳淳, 其政察察, 其民缺缺.

기정민민, 기민순순, 기정찰찰, 기민결결.


그 다스림이 맹맹하면 그 백성이 순박해지고, 그 다스림이 똑똑하면 그 백성이 못되게 된다.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孰知其極.

화혜복지소의, 복혜화지소복, 숙지기극.


화라고 생각되는 데서 복이 나오고, 복이라고 생각되는 데 화가 숨어 있다. 누가 그 끝을 알 수 있겠는가?


其無正, 正復爲奇, 善復爲妖, 人之迷, 其日固久.

기무정, 정복위기, 선복위요, 인지미, 기일고구.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올바름이 변하여 이상스런 것이 되고, 선한 것이 변하여 사악한 것이 된다. 사람들이 이러한 이치를 알게 되지 못하게 된 것이 진실로 오래다.


是以聖人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燿.

시이성인방이불할, 염이불귀, 직이불사, 광이불요.


그러므로 성인은 자신이 방정하다고 해서 남도 그러기를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청렴하다고 해서 그것으로 남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곧다고 해서 그것으로 남 앞에 멋대로 나서지는 않는다. 진리의 빛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함부로 비추려 하지는 않는다.


 제59장


治人事天, 莫若嗇, 夫唯嗇, 是以早服, 早服, 謂之重積德.

치인사천, 막약색, 부유색, 시이조복, 조복, 위지중적덕.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검소함이다. 검약하는 일은 일찌감치 도를 따르는 일이다. 일찌감치 도를 따른다는 것은 덕을 많이 쌓은 일이다.


重積德, 則無不克, 無不克, 則莫知其極, 莫知其極, 可以有國.

중적덕, 즉무불극, 무불극, 즉막지기극, 막지기극, 가이유국.


덕을 많이 쌓으면 이겨 내지 못할 것이 없다. 이겨 내지 못할 것이 없으면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다.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나라를 맡을 만하다. 


有國之母, 可以長久, 是謂深根固柢, 長生久視之道.

유국지모, 가이장구, 시위심근고저, 장생구시지도.


나라를 맡아 그 근본(母)을 지키면 나라를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뿌리가 깊고 튼튼한 것은 오랫동안 살아 나갈 수 있는 길(道)이라고 하는 것이다.


제60장

 

治大國, 若烹小鮮, 以道莅天下, 其鬼不神.

치대국, 약팽소선, 이도리천하, 기귀불신.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삶는 일과 같다. 도로써 이 세상을 다스리면 귀신도 자신의 신령한 힘을 쓰지 못한다.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비기귀불신, 기신불상인.


귀신이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힘이 있어도 사람을 해칠 수가 없는 것이다.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비기신불상인, 성인역불상인,


귀신이 백성을 해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인도 또한 백성을 해치지 못한다.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부양불상상, 고덕교귀언.


양쪽 다 백성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덕을 합하여 다함께 도에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제61장

 

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 牝常以靜勝牡, 以靜爲下.

대국자하류, 천하지교, 천하지빈, 빈상이정승모, 이정위하.


큰 나라는 강물의 하류와 같은 것으로 천하의 모든 것이 모여드는 곳이다. 큰 나라는 천하의 암컷이다. 암컷은 언제나 고요하게 수동적 자세로써 수컷을 이긴다. 수컷을 이길 수 있는 고요함을 지니면서도 오히려 수컷의 아래에 있다.


故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

고대국이하소국, 즉취소국, 소국이하대국, 즉취대국.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 자신을 낮추면 작은 나라를 얻게 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게 자신을 낮추면 큰 나라가 그를 받아들인다.


故或下以取, 或下而取, 大國不過欲兼畜人, 小國不過欲入事人.

고혹하이취, 혹하이취, 대국불과욕겸축인, 소국불과욕입사인.


어떤 것은 낮은 자세로서 남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낮은 자세로써 남에게 받아 들여 진다. 큰 나라는 아울러 기르려 할 뿐이고, 작은 나라는 속하여 보호를 받고자 할 뿐이다.


夫兩者各得其所欲, 大者宜爲下.

부량자각득기소욕, 대자의위하.


만약 양쪽이 각기 바라는 대로하고 싶다면 마땅히 큰 쪽이 아래가 되어야 한다.


제62장


道者, 萬物之奧, 善人之寶, 不善人之所保.

도자, 만물지오, 선인지보, 불선인지소보.


도는 만물이 생성되는 오묘한 밀실이다. 도는 착한 사람에게는 보물이요. 착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보호되는 곳이다.


美言可以市尊, 行可以加人, 人之不善, 何棄之有.

미언가이시존, 행가이가인, 인지불선, 하기지유.


도에서 나온 아름다운 말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도에서 나온 기품 있는 행위는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착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


故立天下, 置三公, 雖有拱壁以先駟馬, 不如坐進此道.

고립천하, 치삼공, 수유공벽이선사마, 불여좌진차도.


그러므로 천자를 옹립하고 삼공을 임명할 때 구슬을 받들어 사두마차로 나아가 바치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서 도로 나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古之所以貴此道者何, 不曰以求得, 有罪以免邪, 故爲天下貴.

고지소이귀차도자하, 불왈이구득, 유죄이면사, 고위천하귀.


예부터 이러한 도를 소중히 해온 것은 무슨 까닭인가. 구하지 않아도 얻고 죄가 있어도 용서를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러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다.


제63장


爲無爲, 事無事, 味無味, 大小多少, 報怨以德.

위무위, 사무사, 미무미, 대소다소, 보원이덕.


무위(無爲)를 행(行)하고, 일없는 것을 일로 하며 맛없는 것을 맛으로 한다. 작은 것은 크게 하고, 적은 것은 많게 하며 원한은 덕으로 갚는다.


圖難於其易, 爲大於其細.

도난어기이, 위대어기세.


어려운 일은 어려워지기 전에 손을 쓰고 큰일은 커지기 전에 해결한다.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


세상의 어려운 일은 언제나 쉬운 데서 일어나고 큰일은 언제나 작은 데서 시작된다.


是以聖人, 終不爲大, 故能成其大.

시이성인, 종불위대, 고능성기대.


그러므로 성인은 결코 큰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큰일을 이루는 것이다.


夫輕諾必寡信, 多易必多難. 是以聖人猶難之. 故終無難矣.

부경낙필과신, 다이필다난. 시이성인유난지. 고종무난의.


무릇 쉽게 응낙하는 것은 믿음성이 적게 마련이고, 쉬운 것이 많으면 반드시 어려운 것이 많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쉬운 일을 어렵게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제64장


其安易持, 其未兆易謀, 其脆易泮, 其微易散.

기안이지, 기미조이모, 기취이반, 기미이산.


안정된 것은 유지하기가 쉽고, 아직 징조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손대기 쉽다. 취약한 것은 깨어지기 쉽고, 미세한 것은 흩어지기 쉽다.


爲之於未有, 治之於未亂. 合抱之木, 生於毫末.

위지어미유, 치지어미란. 합포지목, 생어호말.


일은 생기기 전에 미리 처리하고, 혼란은 그것이 오기 전에 다스려야 한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자란 것이다.


九層之臺, 起於累土, 天理之行, 始於足下.

구층지대, 기어누토, 천리지행, 시어족하.


아홉 층의 높은 대도 한줌 흙이 여러 번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천리의 먼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爲者敗之, 執者失之. 是以聖人, 無爲故無敗, 無執故無失.

위자패지, 집자실지. 시이성인, 무위고무패, 무집고무실.


억지로 하고자 하는 사람은 실패하고, 잡으려고 하는 사람은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억지로 하는 일이 없으므로 실패하지 않고, 잡으려고 하지 않으므로 잃지도 않는다.


 民之從事, 常於幾成而敗之. 愼終如始則無敗事.

 민지종사, 상어기성이패지. 신종여시칙무패사.


사람이 일을 함에 있어 언제나 다 되어가고 있을 때 그르치게 된다. 마지막까지 처음처럼 신중하게 한다면 그르치는 일은 없다.


是以聖人, 欲不欲, 不貴難得之貨, 學不學.

시이성인, 욕불욕, 불귀난득지화, 학불학.


그러므로 성인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 것을 바라고, 손에 넣기 어려운 보물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으며, 세상 사람들이 배우지 않는 것을 배운다.


復衆人之所過, 以輔萬物之自然而不敢爲.

복중인지소과, 이보만물지자연이불감위.


그리하여 여러 사람의 허물을 도에 복귀시키고, 만물이 자연의 이법에 따르도록 도울 뿐 감히 억지로 행하지는 않는다.


제65장


古之善爲道者, 非以明民, 將以愚之, 民之難治, 以其智多.

고지선위도자, 비이명민, 장이우지, 민지난치, 이기지다.


옛날 무위의 도를 잘 행한 사람은 백성을 밝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 어리석고 순박하게 했다. 백성들을 제대로 잘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들이 지혜가 많기 때문이다.


故以智治國, 國之賊, 不以智治國, 國之福.

고이지치국, 국지적, 불이지치국, 국지복.


그러므로 지혜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나라를 해치는 적이요, 지혜로써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 것은 나라의 복이다.


知此兩者亦稽式, 常知稽式, 是謂元德.

지차양자역계식, 상지계식, 시위원덕.


이 두 가지 모두가 정치의 법칙임을 알아야 한다. 항상 이 법칙을 아는 것을 원덕(元德)이라 한다.


元德深矣遠矣, 與物反矣, 然後乃至大順.

원덕심의원의, 여물반의, 연후내지대순.


원덕(元德)은 심오하고 멀어 세속의 일과는 반대이지만 그 뒤에는 크나큰 순리에 이르게 된다.


제66장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것이다.


是以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

시이욕상민, 필이언하지, 욕선민, 필이신후지.


그러므로 백성 위에 있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겸손한 말로 자신을 낮추고 백성의 앞에 서고자 한다면 반드시 몸을 남의 뒤에 두어야 한다.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시이성인처상이민부중, 처전이민불해.


그래서 성인은 위에 있어도 백성들이 짐스러워 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방해된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是以天下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시이천하낙추이불염, 이기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즐거이 그를 떠받들고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다투려 하지 않으므로 누구도 그와 다툴 수가 없는 것이다.


제67장

 

天下皆謂我道大, 似不肖, 夫唯大, 故似不肖, 若肖久矣, 其細也夫.

천하개위아도대, 사불초, 부유대, 고사불초, 약초구의, 기세야부.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나의 도는 크기는 하지만 도답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크기 때문에 도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만일 도처럼 보였다면 오래 전에 보잘 것 없이 되었을 것이다.


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아유삼보, 지이보지, 일왈자, 이왈검, 삼왈불감위천하선.


내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간직하여 소중히 여기니, 그 첫째가 자비심이고, 둘째는 검약이고 셋째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慈故能勇, 儉故能廣, 不敢爲天下先, 故能成器長.

자고능용, 검고능광, 불감위천하선, 고능성기장.


자비심이 있으므로 용감할 수 있고 검약하기 때문에 널리 베풀 수 있고 사람들 앞에서 나서지 않기 때문에 큰 그릇이 되고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今舍慈且勇, 舍儉且廣, 舍後且先, 死矣.

금사자차용, 사검차광, 사후차선, 사의.


요즘 사람들은 자비심을 버리고 용감하려 하고 검소함을 버리고 풍족하기만을 바라며 뒤에 따르지 않으면서 앞장서려고 하는데 그것은 죽음을 향해서 가는 것이다.


夫慈以戰則勝, 以守則固, 天將救之, 以慈衛之.

부자이전즉승, 이수즉고, 천장구지, 이자위지.


자애로움을 지니고 싸우면 이길 수 있고, 자애로움을 지니고 지키면 견고하게 지켜진다. 하늘이 그를 구해주려 하며 자애로움으로 그를 지켜준다.


제68장


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선위사자불무, 선전자불노, 선승적자불여, 선용인자위지하.


탁월한 전사는 쉽게 무력을 쓰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자는 쉽게 화내지 않으며, 적을 잘 이기는 자는 정면으로 대적하지 않고, 사람을 잘 쓰는 자는 그들 앞에서 자신의 몸을 낮춘다.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 是謂配天古之極.

시위부쟁지덕, 시위용인지력, 시위배천고지극.


이것을 다투지 않는 덕이라 하고, 남의 힘을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또한 하늘의 오래된 지극한 도를 따르는 것이라 한다.


제69장


用兵有言, 吾不敢爲主而爲客, 不敢進寸而退尺.

용병유언, 오불감위주이위객, 불감진촌이퇴척.


용병술에 대하여 이런 말이 있다. 나는 감히 전쟁의 주동자가 되지 아니하고 피동자가 되겠다. 감히 한 치를 나아가기보다는 한자씩 물러나겠다.

 

是謂行無行, 攘無臂, 扔無兵, 執無敵,

시위행무행, 양무비, 잉무적, 집무병,


이를 일컬어, 행군을 하지만 행군을 하지 않는 듯하고, 소매를 걷어붙이지 않으니 팔이 없는 듯하고, 치고 들어가지 않으니 적이 없는 듯하며, 무기를 잡아도 잡지 않은 듯하다고 한다. 


禍莫大於輕敵, 輕敵幾喪吾寶, 故抗兵相加, 哀者勝矣.

화막대어경적, 경적기상오보, 고항병상가, 애자승의.


적을 업신여기는 것보다 더 큰 화근은 없다. 적을 업신여기면 나의 보배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군사를 일으켜 싸우게 될 때는 싸움을 슬프게 여기는 쪽이 이기게 된다.


제70장


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오언심이지, 심이행, 천하막능지, 막능행.


나의 말은 아주 알기 쉽고, 아주 실천하기도 쉽다. 그런데도 이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능히 알지 못하고, 능히 실천하지도 못한다.


言有宗, 事有君, 夫唯無知, 是以不我知.

언유종, 사유군, 부유무지, 시이불아지.


말에는 근원이 있고, 일에는 주관하는 이가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알지 못하므로 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知我者希, 則我者貴, 是以聖人被褐懷玉.

지아자희, 측아자귀, 시이성인피갈회옥.


나를 아는 자는 드물고 나를 따르려는 자도 귀하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남루한 베옷을 입고 있지만 그 품속에는 구슬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제71장 

 

知, 不知, 上, 不知, 知, 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지, 부지, 상, 부지, 지, 병, 부유병병, 시이불병.


알고도 모르는 듯 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모르면서 모두 아는 척 하는 것은 병이다. 병을 병으로 안다면 병이 되지 않는다.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성인불병, 이기병병, 시이불병.


성인이 병이 없는 것은 자기의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병이 되지 않는다.


제72장


民不畏威, 則大威至.

민불외위, 칙대위지.


백성들이 두려워할만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곧 큰 두려움을 내려야 한다.


無押其所居, 無厭其所生, 夫唯不厭, 是以不厭.

무압기소거, 무염기소생, 부유불염, 시이불염.


백성들의 주거나 행동을 속박하지 말고, 그들의 생활과 생계 수단을 억누르지 말라. 억누르지 않는다면 싫어함이 없을 것이다.


是以聖人自知不自見, 自愛不自貴, 故去彼取此.

시이성인자지불자견, 자애불자귀, 고거피취차.


그러므로 성인은 스스로 알면서도 그것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면서도 잘난 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위력의 다스림을 버리고 무위의 다스림을 택한다.


제73장


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此兩者或利或害.

용어감즉살, 용어불감즉활, 차양자혹이혹해.


(형을 집행함에 있어) 과감한 자는 죄인을 죽이고, 과감하지 못한 자는 죄인을 살린다. 이 두 가지 행위에는 이로운 점도 있고 해로운 점도 있다.


天之所惡, 孰知其故, 是以聖人猶難之.

천지소악, 숙지기고, 시이성인유난지.


하늘이 미워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성인도 오히려 이 일을 어렵게 생각한다.


天之道,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 不召而自來, 繟然而善謀.

천지도, 불쟁이선승, 불언이선응, 불소이자래, 천연이선모.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고도 잘 이기고, 말하지 않아도 잘 응하고,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태연하게 있으면서도 잘 도모한다.


天網恢恢, 疏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도 빠뜨리지 않는다.


제74장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민불외사, 나하이사구지.


백성들이 죽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죽이는 것으로 그들을 두렵게 할 수  있겠는가.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

약사민상외사이위기자, 오득집이살지, 숙감.


백성들이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하게 하였는데도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있어 그를 잡아 죽인다 하더라도, 누가 감히 그 일을 집행하겠는가.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斲.

상유사살자살, 부대사살자살, 시위대대장착.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죽여야 할 자에 대해 죽이는 일을 맡은 자는 따로 있다(하늘). 죽이는 일을 맡은 자를 대신해서 죽이는 것은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자르는 것과 같은 일이다.

 

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부대대장착자, 희유불상기수의.


그러나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자르는 자중 그 손을 다치지 않는 자가 드물다.


제75장


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饑. 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민지기, 이기상식세지다, 시이기. 민지난치, 이기상지유위, 시이난치.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윗사람이 세금을 너무 많이 받아먹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굶주리는 것이다.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민지경사, 이기상구생지후, 시이경사.


백성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윗사람이 자신의 삶만을 지나치게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

부유무이생위자, 시현어귀생.


삶에 집착이 없는 사람이 삶을 소중히 여기는 자 보다 현명한 자이다.


제76장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인지생야유약, 기사야견강, 만물초목지생야유취, 기사야고고.


사람은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게 되면 굳고 단단해진다. 만물과 초목도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물렁물렁 하지만, 죽게 되면 마르고 딱딱해진다.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고견강자사지도, 유약자생지도.


그러므로 굳세고 단단한 것은 죽음의 부류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부류이다.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共, 强大處下, 柔弱處上.

시이병강즉불승, 목강즉공, 강대처하, 유약처상.


이처럼 군사도 지나치게 강하여 교만해지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도 크고 우람해지면 꺾이게 된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있게 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있게 되는 것이다.


제77장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損之, 不足者補之.

천지도, 기유장궁여, 고자억지, 하자거지, 유여자손지, 부족자보지.


하늘의 도는 활 메우는 것과 같아서 높은 곳은 눌러 주고 낮은 곳은 올려 주며 남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곳에는 더해 준다.


天之道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천지도손유여이보부족, 인지도칙불연, 손부족이봉유여.


하늘의 도는 남은 것을 덜어내어 모자라는 것에 보태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도는 이것과 달라 모자라는 것에서 덜어내어 넉넉한 것에게 보태어 주는 것이다.


孰能有餘以奉天下, 唯有道者.

숙능유여이봉천하, 유유도자.


누가 여유 있는 것으로 천하에 봉사할 것인가? 오로지 하늘의 도를 따르는 자 밖에는 없다.


是以聖人爲而不恃, 功成而不處, 其不欲見賢.

시이성인위이불시, 공성이불처, 기불욕견현.


그러므로 성인은 일을 하되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어도 그 곳에 머물지 않으며, 현명함을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제78장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强者, 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천하막유약어수, 이공견강자, 막지능승, 이기무이역지.


이 세상에서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단단하고 강한 것을 치는 데는 물을 능가할 것이 없다. 물과 바꿀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약지승강, 유지승강, 천하막부지, 막능행.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모진 것을 이기는 것을 천하에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실행하지는 못한다.


是以聖人云, 受國之垢是謂社稷主, 受國不祥是謂天下王. 正言若反.

시이성인운, 수국지구시위사직주, 수국불상시위천하왕. 정언약반.


그러므로 성인은 말했다. 나라의 욕됨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를 사직의 주인이라 하고, 나라의 불상사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를 천하의 임금이라 한다. 참으로 바른 말은 진실과 반대인 것처럼 들린다.


제79장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화대원, 필유여원, 안가이위선.


큰 원한은 화해를 하여도 반드시 마음속에는 응어리가 남게 된다. 그것이 어찌 좋은 일일 수 있겠는가.


是以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 有德司契, 無德司徹.

시이성인집좌계, 이불책어인, 유덕사계, 무덕사철.


그러므로 성인은 빚 문서(左契)를 지니고 있어도, 빚 독촉을 하지 않는다. 덕 있는 자는 내어주고 덕 없는 자는 억지로 받아낸다.


天道無親, 常與善人.

천도무친, 상여선인.


하늘의 도에는 사사로움이 없고, 언제나 선한 사람 편에 선다.


제80장


小國寡民, 使有什佰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소국과민, 사유십백지기이불용, 사민중사이불원사.


작은 나라에 적은 백성으로 살게 하여 수많은 도구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게 하고 죽음을 중히 여겨 먼 곳으로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라.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수유주여, 무소승지, 수유갑병, 무소진지.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을 것이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벌여 놓을 일이 없을 것이다.


使人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사인부결승이용지, 감기식, 미기복, 안기거, 낙기속.


사람들에게 새끼줄을 묶어서 약속의 표시로 사용하게 하고, 음식을 달게 여겨 먹게 하고, 의복을 아름답게 여겨 입게 하고, 사는 곳을 편안하게 여기게 하고, 그 풍속을 즐기게 하라. 


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至老死不相往來.

인국상망, 계견지성상문, 민지노사불상왕내.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여,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려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오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제81장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신언불미, 미언불신. 선자불변, 변자불선.


진실한 말은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아름답게 꾸민 말에는 진실이 없다. 참다운 사람은 변명을 하지 않고 변명을 잘하는 사람은 참다운 사람이 아니다.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不積, 旣以爲人, 己愈有, 旣以與人, 己愈多.

지자부박, 박자부지. 성인부적, 기이위인, 기유유, 기이여인, 기유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고 많이 아는 사람은 참으로 알고 있지 못하다. 성인은 자신을 위해 쌓아두지 않고, 남을 위하지만 그로 인해 더욱 있게 되고, 남에게 주지만 그로 인하여 더욱 많아진다.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

천지도, 이이불해, 성인지도, 위이부쟁.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지만 해치지 않고 성인의 도는 일을 행하여도 다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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