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및 여행기

신선이 머무는 곳, 그후..., (2)

월지 2006. 7. 3. 23:38

 

 

토요일. 늦잠을 자고 이런저런 밀린일을 처리하고

미타암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니 벌써 저녁 6시다.

 

산아래는 한두방울 비가 비치다 말았는데,

산위로는 짙은 운무에 싸여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시각 이런 날씨에 산으로 든다는 것이 잠시 망설여지지만,

이렇게라도 산에 안기지 않으면 앞으로의 일주일이 괴로울 것이 뻔하다.

 

어느새 산중독자가 다 되었나 보다.

 

 

 

법수원 다리를 지났다.

물이 전보다 많이 불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자 백동 저수지 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이다.

거기서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완만한 산허리길을 따라가니 다시 법수원으로 이어지는 계곡이다.

 

 

 

 

계곡에 들어서니

운무에 가렸던 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장대비다.

 

짚은 운무속에 굵고 긴 비의 사선(斜線)이 쉴 새 없이 그어진다.

가뜩이나 어두운 계곡속인데다 안경에 하얗게 성애까지 끼어 바로 발아래 길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날이 저물기 전에 계곡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합수부(合水部)에서 왼쪽 계곡을 택해 정신없이 내달렸다.

 

드디어 산록이 나오고 뿌연 안개속에 임도가 보인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남짓. 불과 1시간만에 계곡을 빠져 나왔다.

자. 이제는 법(法) 대로...,

 

 

 

 

안개 속에 함초롬히 젖은

야생화가 구름을 타고 온 선녀같다.

 

 

 

임도의 고도가 낮아질수록

안개의 농도는 옅어지고, 어둠이 그자리를 대신한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향그러운 풀냄새와 풋풋한 흙냄새가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실려온다.

 

흠뻑 젖었던 옷도

체온에 의해 다 말랐다.

 

 

 

인적이 끊긴 임도위를

한가롭게 배회하던 고라니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황급히 달아난다.

 

 

 

어둠의 빛깔은 다양했다.

그것은 풀빛이었다가 청자빛으로,

바다빛이었다가 먹빛으로,조금씩 조금씩 농도가 짙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시간 밖에 있었다.

 

 

 

덕계 새진흥 아파트쪽에서 산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창가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몹씨도 낯설다.

 

갑자기 후덥지근한 열기가 확 끼쳐 왔다.

 

 

 

 

2006.    7.    1.

 

못은 달을 비추는 거울  月池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