菊花
국화
蔡之洪
채지홍
草木之花. 無非花也. 花必以菊爲貴. 紅白之菊. 無非菊也. 菊必以黃爲貴. 何也.
초목지화. 무비화야. 화필이국위귀. 홍백지국. 무비국야. 국필이황위귀. 하야.
초목의 꽃들은 꽃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꽃 가운데에서 국화를 아주 귀하게 여긴다. 홍국과 백국이 국화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국화 가운데에서 황국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凡花皆春開. 而惟菊傲霜雪而孤芳. 君子之節似之.
범화개춘개. 이유국오상설이고방. 군자지절사지.
무릇 꽃은 모두 봄에 피는데 반해 오직 국화만은 서리 속에서 홀로 핀다. 군자의 절개가 그것과 비슷하다.
凡菊皆偏色. 惟黃禀中央之正氣. 君子之德如之.
범국개편색. 유황품중앙지정기. 군자지덕여지.
무릇 다른 국화는 모두 한쪽에 치우친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오직 황국만은 중앙의 정기를 받았다. 군자의 덕이 이와 같다.
花惡乎不以菊爲貴. 菊惡乎不以黃爲貴.
화악호불이국위귀. 국악호불이황위귀.
그러니 꽃 가운데에서 어찌 국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으며, 국화 가운데에서 어찌 황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余於花之中甚愛菊. 菊之中尤尙黃. 而菊於花中未易得. 黃於菊中尤難得.
여어화지중심애국. 국지중우상황. 이국어화중미이득. 황어국중우난득.
나는 꽃 가운데에서 국화를 몹시 사랑하고, 국화 가운데에서 황국을 특히 좋아한다. 그러나 국화는 꽃 가운데에서 얻기가 쉽지 않고, 황국은 국화 가운데에서 특히 더 얻기가 어렵다.
是知天下小人多而君子小. 君子之中. 成德者爲尤難.
시지천하소인다이군자소. 군자지중. 성덕자위우난.
여기에서 천하에 소인은 많고 군자는 적다는 것을 알겠으며, 군자 가운데에서 덕을 이룬 사람은 더욱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抑吾聞之. 花之類可啖者少. 而菊花啖之. 最有益好. 花無根葉之可啖者. 而菊根菊葉俱可啖.
억오문지. 화지류가담자소. 이국화담지. 최유익호. 화무근엽지가담다.이국근국엽구가담.
또한 내가 듣건대, 꽃 가운데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주 드문데 국화가 먹기에 가장 좋으며, 꽃 중에 뿌리와 잎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는데 국화는 뿌리와 잎을 모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此又君子之材全學備. 利澤及人者也.
차우군자지재전학비. 이택급인자야.
이것은 또 군자가 모든 재주를 다 갖추고 있고 모든 학문을 다 갖추고 있어서 이로움과 은택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濂溪先生甞言菊. 花之隱逸也. 豈先生徒知花之可貴. 而不知根葉之美者耶.
염계선생상언국. 화지은일야. 개선생도지화지가귀. 이부지근엽지미자야.
염계(濂溪) 선생이 일찍이 국화에 대해서 꽃 가운데 은일(隱逸)이라고 하였다. 염계 선생이 어찌 한갓 국화의 꽃이 귀하다는 것만 알고 뿌리와 잎이 좋다는 것을 몰랐겠는가?
抑君子之所貴者節與德. 而他不足取也耶.
억군자지소귀자절여덕. 이타부족취야야.
아마도 군자가 귀하게 여기는 바는 절개와 덕이며, 다른 것은 취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여긴 것이리라.
然則伊呂事業. 終有愧於巢許高風. 世之君子. 亦不可不知也.
연즉이려사업. 종유괴어소허고풍. 세지군자. 역불가불지야.
그렇다면 이윤(伊尹)이나 여상(呂尙)이 이룬 사업(事業)은 소보(巢父)나 허유(許由)가 지닌 고풍(高風)에 비하여 볼 때 끝내 부끄러움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군자들은 역시 이를 알지 않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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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홍(蔡之洪, 1683∼1741)의 『봉암집(鳳巖集)』중 「국설(菊說)」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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