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돈의 폐단을 논하다

월지 2014. 7. 14. 16:51

論錢弊

논전폐

 

柳壽垣

유수원

 

我國商販不盛, 故錢貨多滯於富室, 必須疏通此弊, 使之自然流布, 然後錢法可行也.

아국상판불성, 고전화다체어부실, 필수소통차폐, 사지자연유포, 연후전법가행야.

 

우리나라는 상업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돈[錢貨]이 부자들의 수중에 많이 들어가 있는데, 이 폐단을 해결해서 돈이 저절로 돌게 해야 화폐 제도가 시행될 수 있다.

 

今之議者, 至曰設爲禁令, 使富商大賈, 不得多錮錢貨, 此實可笑之論也.

금지의자, 지왈 설위금령, 사부상대고, 부득다고전화, 차실가소지논야.

 

지금 논의하는 사람들이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부상대고(富商大賈)가 돈을 많이 쌓아 두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참으로 우스운 주장이다.

 

富商之錮錢與否, 只在渠心, 雖秦始皇, 安能威督設禁, 使之勿錮乎?

부상지고전여부, 지재거심, 수진시황, 안능위독설금, 사지물고호?

 

부상이 돈을 쌓아 두고 말고는 그들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진시황(秦始皇)이라 한들 어찌 위협적인 금령을 만들어 막을 수 있겠는가.

 

究其本, 則我國之人, 好名無實, 徒知士人之可貴, 賤汚工商.

구기본, 즉아국지인, 호명무실, 도지사인지가귀, 천오공상.

 

그렇다면 부자들이 돈을 쌓아 두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예를 좋아하고 실질적이지 못하여 사인(士人)이 귀한 줄만 알고 공()()을 천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故雖牟利之輩, 外恥商賈之事, 不得不貯蓄錢貨, 暗中財利, 或月利或防納,

고수모리지배, 외치상고지사, 부득불저축전화, 암중재리, 혹월리혹방납,

 

이익을 추구하는 무리라도 겉으로는 장사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므로 부득이 돈을 많이 쌓아 놓고서 은밀히 이익을 도모하여, 이자놀이나 방납(防納)을 하면서도,

 

而不敢爛用興販於衆目所視之地.

이불감난용흥판어중목소시지지.

 

감히 많은 사람이 보는 데서 떳떳하게 장사를 하지 못한다.

 

若不巧値價賤之物, 則終不肯販買翻轉, 深藏伺便, 以爲求田買僕之計.

약불교치가천지물, 즉종불긍판매번전, 심장사편, 이위구전매복지계.

 

그래서 기막히게 값싼 물건을 만나지 않는 한 끝내 투자하려 하지 않고, 돈을 깊숙한 곳에 쌓아 두었다가 기회를 봐서 토지를 구입하고 종을 사들이려고 한다.

 

此雖外似厭避商賈之名, 而其所以暗地營利, 自壞其心術, 則反不如行商坐賈之光明痛快也.

차수외사염피상고지명, 이기소이암지영리, 자괴기심술, 즉반불여행상좌고지광명통쾌야.

 

이것은 외형적으로는 장사꾼이라는 이름을 싫어하는 듯해도, 남몰래 영리를 추구하여 스스로 심성(心性)을 무너뜨리는 점에서는 도리어 행상(行商)이나 좌상(坐商)의 당당함보다 못한 것이다.

 

由其國俗如此, 故多出子錢者甚少, 唯彼手業小販之流, 何所得錢, 而廣行商販乎?

유기국속여차, 고다출자전자심소, 유피수업소판지류, 하소득전, 이광행상판호?

 

나라의 풍속이 이렇기 때문에 소자본을 출자하는 사람이 극히 적으니, 소상인들이 어디에서 돈을 얻어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겠는가.

 

小販不多, 則物種不能廣集於都會之地.

소판불다, 즉물종불능광집어도회지지.

 

소상인이 적으면 물건이 도회지에 많이 모일 수 없다.

 

故富商亦無以任意翻轉, 以規利殖, 商販如此, 則泉貨能不壅滯乎?

고부상역무이임의번전, 이규이식, 상판여차, 즉천화능불옹체호?

 

그러므로 부상(富商)도 뜻대로 물건을 사들여 이익을 볼 수 없으니, 시장이 이와 같고도 돈이 묶여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若使此俗一變, 不恥工商, 則損出累千百金, 募集同夥, 設肆行販者, 必然百倍於今日,

약사차속일변, 불치공상, 즉연출루천백금, 모집동과, 설사행판자, 필연백배어금일,

 

만약 이런 풍속을 변화시켜 사람들이 상공업에 종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면, 수천, 수백 냥의 돈을 출자하여 동업자를 모으고 가게를 내어 장사할 사람이 지금보다 백배 이상으로 많아질 것이며,

 

而窮鄕僻邑, 無不用錢如水矣. 尙安有錮錢之慮乎?

이궁향벽읍, 무불용전여수의, 상안유고전지려호?

궁벽한 시골에서도 돈을 물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찌 돈을 깊이 쌓아 두는 폐단을 염려할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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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원(柳壽垣, 1694~1755)우서(迂書)논전폐[論錢弊]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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