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한국

안동에는 송덕비가 없었다

월지 2014. 8. 4. 10:16

安東無碑

안동무비

 

鄭侙

정칙

 

吾州 自古無立碑頌邑宰德者 人皆恠之 退溪李先生獨深韙之

오주 자고무입비송읍재덕자 이개괴지 퇴계이선생독심위지

 

우리 고을 안동에는 옛날부터 비석을 세워 고을 수령의 덕을 칭송하는 경우가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괴이하게 여겼는데, 유독 퇴계 이 선생께서는 그것을 매우 좋게 보시고 말씀하셨다.

 

以爲立碑 近於評論地主贒否 况一時毁譽 未必盡出於公乎

위위입비 근시평론지주현부 황일시훼예 미필진출어공호

 

비석을 세우는 것은 수령이 어질고 어질지 못한 것을 평가하는 것에 가깝다. 더구나 한때의 비난과 칭찬이 반드시 다 공정한 것에서 나온 것은 아님에랴.”

 

鄭斯文岦 來莅吾州 承昏朝叨懫之後 政平人悅 州人多欲立碑 鳩材伐石 而終未就

정사문립 래리오주 승혼조도치지후 정평인열 주인다욕입비 구재벌석 이종미취

 

사문(斯文) 정립(鄭岦)이 우리 고을에 부임하였는데, 혼조(昏朝: 광해군)의 탐학한 정사를 겪은 뒤라 공평한 정사에 사람들이 기뻐하였다. 고을 사람들이 많이들 비석을 세우고 싶어 하여 자재를 모으고 돌을 채취해 두었으나, 끝내 이루지는 못하였다.

 

自古及近 布德施惠於吾州如鄭公者 不知其幾人

자고급근 포덕시혜어오주여정공자 부지기기인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 고을에 정공(鄭公)처럼 덕을 펴고 은혜를 베푼 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若使此碑一立 非徒有損於鄭公 吾州自麗迄今 八百年淳厚之風 一朝盡矣

약사차비일입 비도유연어정공 오주자려걸금 팔백년순후지풍 일조진의

 

만약 이 비석이 한 번 세워지고 나면 정공에게 득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려 때부터 지금까지 8백 년 동안 유지되었던 우리 고을의 순후한 풍속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其不顧大贒定論 而創爲前古所無之事者 不野則妄矣

기불고대현정론 이창위전고소무지사자 불야즉망의

 

대현(大賢)의 정론을 고려하지 않고, 전고에 없던 일을 처음으로 행한다면 비속하지 않으면 망령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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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칙(鄭侙, 16011663)우천집(愚川集)4권 잡저(雜著) 안동무비(安東無碑)

*(): 기이하다.

*(): 옳다. 바르다.

*(): 기리다. 칭찬하다. 바로잡다. 가상히 여기다.

*(): 산이 우뚝하다.

*(): 다다르다. 담당하다. 지위. 벼슬.

*(): 탐내다. 함부로 차지하다. 함부로. 외람되이

*(): 성내다. 화내다. 어그러지다.

*(): 모으다. 편안하다.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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