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忘齋記
습망재기
李瀷
이익
夫器有量, 心亦有量. 器之量無限, 心之量亦無限.
부기유량, 심역유량. 기지량무한, 심지량역무한.
그릇에 용량이 있는 것처럼 마음에도 용량이 있다. 그릇으로 헤아릴 수 있는 양이 무한하듯 마음으로 헤아릴 수 있는 양도 무한하다.
苟用之不滯, 十升之斗, 可以盡京垓之積. 不然絫黍添龠, 不終食而已失其受矣.
구용지불체, 십승지두, 가이진경해지적. 불연루서첨약, 불종식이이실기수의.
멈추지 않고 쓰기만 하면 열 되 들이 그릇으로도 한없이 쌓인 곡식의 양을 헤아릴 수 있다. 하지만 곡식이 눈곱만큼씩이라도 그릇에 남다 보면 오래지 않아 꽉 차서 담을 수가 없을 것이다.
惟心爲甚, 人不能無嗜好, 不可舍也. 不可舍則留, 留則積, 積則滿, 滿則佗不能容.
유심위심, 인불능무기호, 불가사야. 불가사즉류, 류즉적, 적즉만, 만즉타불능용.
마음은 더욱 심하다. 사람에게는 기호가 없을 수 없어 버리지 못한다. 버리지 못하면 남고, 남으면 쌓이고, 쌓이면 가득 차고, 가득 차면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方寸之大而所盛貯幾何, 故曰未來而不迎, 方來而畢炤, 旣過而不留.
방촌지대이소성저기하, 고왈미래이불영, 방래이필소, 즉과이불류.
사방 한 치 크기의 작은 마음에 담아둘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므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짐작하지 말고, 지금 당면하고 있는 현재는 빠짐없이 살피며, 이미 지나간 과거는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方其寂然之中, 猶疑夫空洞無有, 及事到物至, 皆足以發之.
방기적연지중, 유의부공동무유, 급사도물지, 개족이발지.
마음이 고요할 때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 같지만, 사물을 접하면 모두 대응할 수 있다.
如富長者槖藏許多珠貝犀玉錦綺文繡, 待用不匱, 而不以是爲繫.
여부장자탁장허다주패서옥금기문수, 대용불궤, 이불이시위계.
마치 부자가 허다한 보배와 비단을 자루에 담아두고 부족함 없이 쓰면서 얽매이지 않는 것과 같다.
是以善居室者不泥於財, 善治心者不梏於邪, 性定而誠存, 固無害其爲忘.
시이선거실자불니어재, 선치심자불곡어사, 성정이성존, 고무해기위망.
그러므로 집안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재물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삿된 것에 붙잡히지 않는다. 성품이 안정되고 성실을 보존하면 잊어도 해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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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전집(星湖全集)』 권53 「습망재기(習忘齋記)」에서
*루(絫): 포개다. 쌓다. 더하다.
*서(黍): 기장, 무게와 용량의 단위, 술그릇
*약(龠): 피리, 용량의 단위, 한 홉의 1/10
*타(佗): 다르다. 더하다.
*소(炤): 밝다. 비추다. 반딧불
*탁(槖): 전대
*서(犀): 물소
*기(綺): 비단
*수(繡): 수. 수놓다.
*궤(匱): 함, 삼태기
*곡: 쇠고랑, 수갑, 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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