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아 고향집을 다녀왔습니다.
어버이날을 미리 치르려는 속셈이지요 ㅎㅎ
외갓집 대문 앞에 피어난 모란이 푸근합니다.
집앞에 있는 못둑을 거닐었습니다.
못 건너편 정면으로 보이는 집이 고향집입니다.
외삼촌 제사 때문에 고향에 온 사촌과 저 못에서 잠시 낚시를 했습니다.
낚시를 집어던지기가 무섭게 물더군요.
둘이서 한시간 남짓한 사이 불루길 50여마리를 건져 올렸습니다.
못 아래쪽 들판을 거닐었습니다.
논마다 소먹이용 밀과 보리가 잔쯕 심어져 있습니다.
들판은 봉계에 이르기까지 10리에 걸쳐 이어져 있습니다.
곳곳에 못자리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농사기술도 옛날에 비하면 많이 발전되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5~6학년 때부터 못자리용 비닐하우스가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개구장이 시절이라, 둥그랗게 솟은 비닐에 돌이나 나무꼬챙이로 구멍을 많이 냈습니다.
논둑에는 풀이 가득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누구나 쇠풀로 베어갔기 때문에
논둑에 풀이 별로 없었습니다. 쇠풀 한소쿠리 베어오는 것이 참으로 고역이었습니다.
쇠풀 베러갔다가 도랑가에 핀 찔레순을 꺾어 먹기도 했습니다.
찝질하면서도 달큼한 것이 제법 괜찮은 간식이었습니다.
간식이 풍부한 요즘 애들은 질겁을 하겠지요. ㅎㅎ
동네 어른들의 여름 경로당입니다.
툭 터인 들판 가운데의 소나무숲에 지어져 있어 여름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시원합니다.
저런 풍경을 보면 노년은 역시 시골이 좋은 듯합니다.
들판에서 바라본 고향의 산입니다.
왼쪽이 묵정산이고 오른쪽이 망부석으로 유명한 치술령입니다.
두 산 사이의 계곡이 제법 깊습니다.
인근에 변전소가 들어서고 고압선이 설치되면서
수려한 풍광을 망쳐놓고 말았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본 고향집 앞 못입니다.
못안못이라고도 하고 월평못이라고도 하는데
제 호(號)인 월지(月池)는 저 지명에서 나왔습니다.
못 건너편 산의 형국이 새가 고개를 숙여 못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형국입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린후 고향집에서 바라본 못안못입니다.
형님 내외와 어머니를 모시고 경주로 나가 오리고기를 먹었습니다.
돌아오니 벌써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이맘때쯤 고향의 공기는 그 어느때보다 맑고 청량합니다.
고향집을 뒤로 하고 울산 시내로 돌아올 때는 저 초승달만큼이나 가슴이 싸아합니다.
2011년 5월 5일
못은 달을 비추는 거울 月池
'고향,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김밥 (0) | 2013.04.03 |
---|---|
초읍도서관에서 (0) | 2007.09.17 |
추억산행[월평-보덕골-돌기재-묵정산-백양골-월평 산행기] (0) | 2007.06.18 |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0) | 2007.05.13 |
못[망향부(望鄕賦)] (0) | 2005.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