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 신선한 붓으로 매양 몽유도원도를 그려내고 있으니 날로 그 빛이 다르다.
이미 시효가 지난 산 아래에서와는 달리 산중에서는 이제서야 만발한 산도화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개인 다음날 말갛게 씻긴 그 얼굴은 한물 간 작부(酌婦)의 지분 냄새처럼 사내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나른한 봄날 그런 유혹에 풍덩 빠져보는 것도 풍류남아(風流男兒)의 은근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돌부리에 부딪친 계곡물은 무수한 옥구슬을 만들어내고 그 구슬마다 향기가 나는 것은 곧 꽃의 눈물이 보태졌기 때문이리라.
밭을 가는 늙은이는 봄빛을 땅에 묻고 있지만 그러나 꽃이여 울지 마라.
네 너를 술로 먹고 안주로 먹으니 너는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나와 더불어 영원하리니.
2011년 4월 23일 못은 달을 비추는 거울 月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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