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및 여행기

산도화

월지 2011. 4. 26. 11:24

 

봄은 그 신선한 붓으로

매양 몽유도원도를 그려내고 있으니

날로 그 빛이 다르다.

 

 

 

 

이미 시효가 지난

산 아래에서와는 달리

산중에서는 이제서야 만발한 산도화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개인 다음날

말갛게 씻긴 그 얼굴은

한물 간 작부(酌婦)의 지분 냄새처럼

사내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나른한 봄날

그런 유혹에 풍덩 빠져보는 것도

풍류남아(風流男兒)의 은근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돌부리에 부딪친 계곡물은

무수한 옥구슬을 만들어내고

그 구슬마다 향기가 나는 것은

곧 꽃의 눈물이 보태졌기 때문이리라.

 

 

 

 

밭을 가는 늙은이는

봄빛을 땅에 묻고 있지만

그러나 꽃이여 울지 마라.

 

 

 

 

 

네 너를 술로 먹고 안주로 먹으니

너는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나와 더불어 영원하리니.

 

 

2011년 4월 23일

못은 달을 비추는 거울 月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