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및 여행기

고기잡이 번개

월지 2006. 7. 24. 11:07

*두우회 7월 정기총회에서의 일이다.  여러 이야기 끝에 “비가 오면 왜 물고기들이 상류로 올라가는지”가 논의의 대상이 되어 사계(斯界)의 전문가(專門家)들로부터 그 원인(原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그 논의의 골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정혁진 박사가 제기한 견해로 공기설(空氣說)이 있다. 비가 오면 물이 탁해져 물고기들이 아가미가 막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맑은 물을 찾아 상류로 올라간다는 것이 이 견해의 골자인데, 탁한 물은 주로 상류로부터 내려오는데 맑은 물을 찾아 다시 상류로 올라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라는 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종광 박사가 제기한 수온설(水溫說)이 있다. 비가 오면 상류와 하류에 온도차이가 발생하는데, 물고기들이 상류의 온도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상류로 올라간다는 견해로 최병원, 김군환 등 다수의 학자들로부터 찬동을 받아 다수설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이 견해는 물고기의 종류마다 선호하는 물의 온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고기들이 비가 오면 상류로 올라간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고, 비가 내리지 않아도 위치에 따라 물의 온도에는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에는 물고기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검증이 필요한 견해로 보인다. 


그리고 박현호 박사가 제기한 섭생설(攝生說)이 있다. 비가 오면 산이나 들판에 널려 있던 물고기의 먹이가 될 만한 물질들이 물에 쓸려 내려오기 때문에 그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물고기들이 앞을 다투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견해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최대의 인자(因子)는 역시 먹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탁월한(?) 견해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어변성룡설(魚變成龍說)이라는 특이한 견해가 있다. 역시 박현호 박사가 제기한 것으로, “오랫동안 깊은 소(沼)에 머물며 때를 기다리던 이무기가 큰 비를 만나 용(龍)으로 - 여기에 다시 여의주(如意珠)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적절한 강도의 번개가 쳐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 승천한다.”는 전통적인 설화에서 보듯이 물고기들도 비를 만나게 되면 보다 큰 대물(大物)로 변신하기 위해 상류로 올라간다는 다분히 신화적(神話的)이고, 낭만적(浪漫的)인 견해이다. 그러나 무릇 모든 물고기는 장소를 이동하려는 욕구와 변신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에는 그 통로를 확보하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비가 오고 이에 따라 충분한 물길이 생기게 되면 억눌렸던 그 욕구를 실현하게 된다는 취지로 선해(善解)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견해로 보인다(그런 의미에서 이 견해를 ‘욕구실현설’ 내지 ‘이동통로설’로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이렇게 다양한 견해가 개진(開陳)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견해도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는 통설(通說)의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하였다. 그리하여 논의(論議)는 다시 ‘다가오는 일요일’에 물고기 잡이 번개모임을 추진하여 물고기의 다양한 생태와 각 물고기의 맛은 어떠한지 여부를 실증(實證)해 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그 결과 가칭, ‘물고기 잡이 번개모임 추진위원장’에 박현호, ‘동 부위원장’에 이종광이 각 선임되었다. 


드디어 ‘다가오는 그 일요일’인 2006년 7월 23일 아침, 전날의 산행으로 피곤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장이라는 거창한 감투를 써버린 관계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새벽 8시에 눈을 떴다(참고로 일요일의 내 평균 기상시각은 오전 11시 전후이다).


먼저, 두우회 회장인 이종범 군과 물고기 잡이의 대가(大家)인 정혁진 군에게 전화로 참석여부를 타진하였다. 두 사람 모두로부터 참석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두우회 전 회원에게 ‘오전 10시까지 울산 남구 무거동 소재 문수고등학교 정문 앞으로 집합하라’는 내용의 번개모임 공지를 날렸다. 곧이어 김군환 군으로부터 참석한다는 연락이 오고, 부위원장인 이종광 군으로부터는 계모임이 있어 참석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나머지 회원들로부터는 연락이 없었다.


드디어 같은 날 오전 10시, 문수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정혁진, 이종범, 김군환, 박현호 등 4인의 “두우회 물고기 잡이 전사(戰士)”들이 모두 모였다. 정혁진 군은 **투망을 가져왔고, 이종범 군은 잡은 고기를 담을 바께스 대용으로 쓸 빈 풀통을 가져왔다. 없는 것은 ***반두뿐이었다. 그리하여 천상입구에 있는 조그만 낚시점에서 반두를 사고, 정혁진 군이 운전하는 지프차를 타고 국도를 질주해 김군환 군이 지목한 포인트(Point)인 울산 울주군 두서면 서하리에 도착하였다.


가는 도중 확인한 사실 중 하나는 김군환, 이종범, 정혁진 등 3인은 다시없는 앙숙관계라는 것이었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어떤 이야기꺼리를 꺼내면, 다른 두 사람이 온갖 희한한 논리를 동원해 총공격을 감행함으로써 묵사발을 만들어 버렸다. 마치 어린아이들 같았다. 그래도 좋았다.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고, 어린아이의 동심(童心)으로 돌아간 것 같은 그 순순함과 여유로움이 좋았다. 

 

 


 

신국도(新國道)에서 서하리로 진입하는 다리 밑에서 잠시 몸을 푼 후, 서하리에서 인보리로 가는 구국도(舊國道) 옆으로 흐르는 도랑으로 이동하여 반두를 들고 본격적인 천렵(川獵)을 시작하였다. 반두로 천렵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두를 드는 사람, 고기를 후려서 몰고 오는 사람, 잡은 고기를 담은 바께스를 드는 사람 등 3명이 필요하다. 그 역할분배와 관련해서, 처음에는 김군환 군이 반두를 들고, 정혁진 군이 고기를 후리고, 이종범 군은 바께스 대용의 풀통을 들었다. 그리고 박현호 군은 종군기자(從軍記者) 겸 총감독(사실은 구경꾼)을 했다.


정혁진 군이 고기를 후리기만 할 뿐 반두를 들어 올릴 때 도와주지 않자, 김군환 군이 투덜거렸다.


"야 이노무 손아! 지난번에 왔던 영은이(중학교 동기 최영은 군을 말함)는 고기도 잘 후리고 반두도 같이 잘 들어 줬는데, 니는 그래 밖에 몬하나?"


그러자, 정혁진 군이 되받아쳤다.


“야! 내가 영은이가? 영은이는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고 추어주면 죽을동 살동 열심히 잘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몬 그란다.”


이렇게 하여 **** ‘영은스럽다’는 신조어(新造語)가 탄생하였다.


물고기는 생각보다 잘 잡혔다. 주로 어린 미꾸라지가 많이 잡혔는데, 반두를 걷어 올릴 때마다 적을 때는 2~3마리, 많을 때는 10마리가 넘게 잡혔다. 그리하여 약 400m에 이르는 도랑의 2/3 지점까지 거슬러 올라왔을 때는 풀통이 묵직할 만큼 많은 양의 물고기가 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그때까지 총감독을 하고 있던 박현호 군이 나서서 고기를 후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얼마 후 반두를 건져 올렸는데, 반두 안에 황소개구리 같이 커다랐게 생긴 이상한 놈이 한 마리 들어 있는데, 자세히 보니 어른 팔뚝만한 자연산 메기였다. 4인의 전사들의 입에서는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고, 특히 박현호 군의 목에는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다.


같은 날 12시 40분경, 불과 2시간 만에 두우회 회원 전원이 매운탕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물고기를 잡아 만족할 만한 전과(戰果)를 올린 후 고기잡이를 끝냈다. 김군환 군이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출출하다”며 인보에 가서 막걸리 한 사발 하고 가자고 하였다. 그리하여 두우회 전사 4인은 보무(步舞)도 당당(堂堂)하게 김군환 군이 지목한 구멍가게로 들어가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은 술에다 삶은 계란을 안주 삼아 몇 잔씩 들이켰다. 빈속에 들이켜 부은 낮술은 금세 취기를 몰고 와 눈앞이 어질어질하였다.


막걸리와 계란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마친 전사들은 매운탕에 넣을 푸성귀를 구하기 위해 울산 울주군 두서면 전읍리 수정내 소재 이종범 군의 고향집 텃밭으로 향했다. 거기서 파, 고추, 산초, 방아 등을 채취하고, 같은 날 오후 2시경 울산 중구 우정동 소재 이종범 군의 가게로 돌아왔다.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석하지 않은 두우회 전 회원에게 매운탕 먹으러 오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그 결과 참석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보내온 회원은 손원호, 김정희, 최병원 내외 등이었다.

 


이종범 군의 가게에 도착한 후, 정혁진 군이 잡은 고기를 손질하고, 이종범 군의 집사람과 뒤늦게 참석한 최병원 군 내외가 커다란 양철 바께스 가득히 먹음직스러운 매운탕을 끓여 내었다. 매운탕에 밥을 말고 들이키는 소주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특히 박현호 군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늦게 참석한 회원들을 향해 팔뚝만한 메기를 잡을 때의 무용담(武勇談)을 큰 소리로 떠들어 대며 무려 4그릇의 매운탕을 비움으로써 그 위대(胃大)함과 장대(腸大)함을 과시하였다.

 

 


같은 날 오후 5시경 그렇게 많아 보이던 매운탕 바께스가 바닥을 드러냄으로써 드디어 물고기 잡이 번개모임이 끝났다. 그리고 정혁진 군과 최병원 군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은 최근 막걸리 집을 개업한 중학교 동기 조순옥 양을 격려하기 위해 가게가 있는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로 향했다. 조순옥 양의 가게에서 막걸리와 홍어를 시켜놓고 담소(談笑)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미 4그릇의 매운탕을 비운 뒤끝이라 더 이상의 술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거운 배를 부여잡고 가게 밖으로 나와 보니 하늘에는 무거운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태화강 쪽 넓은 들판에는 푸른 벼들이 왕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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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우회(斗友會): 두광중학교 28회 동기들 중 11명이 결성한 친목모임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정기총회를 갖는다. 2006년 7월의 경우 휴가시즌을 고려하여, 시기를 앞당겨 7월 18일 저녁 7시에 정기총회를 가졌다. 참고로 회장은 이종범이고, 총무는 나 월지(月池)이다.


**투망(投網): 그물의 하나. 원추형 모양으로 윗부분에 몇 발의 벼리가 있고 아래에는 추가 달려 있어, 물에 던지면 좍 퍼지면서 가라앉아 바닥에 닿은 후 그것을 당겨 올려 고기를 잡는다. 혹자는 ‘초망’이라고도 하나, 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로써 ‘투망’을 잘못 읽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예로는 탄약을 들 수 있다. 예컨대, 한약(韓藥 또는 漢藥)을 나이든 할머니들은 ‘탄약’이라고도 하는데, 국어사전에 탄약을 찾으면, “탄약(彈藥, ammunition) - 전투에 사용되는 탄환류 ·폭탄류 ·지뢰 ·기뢰 ·폭뢰 및 발사화약 ·기폭약 ·점화화약 ·신관, 화생방물질을 충전한 장치 등의 일체”가 나올 뿐 아플 때 복용하는 약(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는 한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할머니들이 '한약'이라는 말을 잘못 알아듣고 관용적으로 '탄약'이라고 발음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두: 양쪽 끝에 가늘고 긴 막대로 손잡이를 만든 그물. 주로 얕은 개울에서 물고기를 몰아 잡는다. 혹자는 ‘반도’라고도 하나 이는 반두의 고어(古語)이다.

 

****영은스럽다: 잘한다! 잘한다! 하며 칭찬하고 추어주면 신이 나서 줄을둥 살둥 더욱 열심히 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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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법 

[일부개정 2005.3.31 법률 7477호]


제3조 (이 법을 적용하는 수면) 이 법은 바다·바닷가와 어업을 목적으로 하여 인공적으로 조성한 육상의 해수면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 <개정 1995.12.30, 2004.12.31>


제73조 (유해어법의 금지) 누구든지 폭발물·유독물 또는 전류를 사용하여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거나 무기산등의 유해약품 기타 유독물을 수산동식물의 양식목적 또는 어구·어망에 부착된 이물질의 제거목적으로 보관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행정관청 또는 주무관청의 사용허가를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1995.12.30, 2001.1.29>


제79조 (자원보호에 관한 명령) ①수산동식물의 번식·보호를 위하여 다음 각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수산자원보호령)으로 정한다. <개정 1995.12.30, 2001.1.29>


1. 수산동식물의 포획·채취의 제한 또는 금지


2. 어구·어법 또는 어선의 제한 또는 금지

..............................


제95조 (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30, 1999.4.15, 2001.1.29, 2004.12.31>

        .................

        9. 제73조 또는 제75조의 규정을 위반한 자

        .................


수산자원보호령 

[일부개정 2006.7.14 대통령령 제19611호]  


제3조 (적용범위) ①「수산업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52조의 규정에 의한 어업단속·위생관리·유통질서 기타 어업조정에 관한 사항, 법 제54조의2의 규정에 의한 총허용어획량의 설정에 관한 사항과 법 제79조의 규정에 의한 자원보호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는 법과 「수산업법 시행령」에 따라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영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개정 1991.3.28, 1996.12.31, 2006.7.14>


제14조 (비어업자의 포획·채취의 제한)어업자가 아닌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이외의 어구 또는 방법으로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지 못한다. 다만, 내수면에 있어서는 「내수면어업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개정 1971.7.21, 1976.7.9, 1991.3.28, 2000.12.27, 2006.7.14>


1. 투망


2. 쪽대·반두·4수망


3. 1본조(대낚시 또는 손줄낚시)


4. 삭제<1982·11·13>


5. 가리·외통발


6. 낫대(비료용 해조에 한한다)


7. 집게·갈구리


8. 손


②어업자가 아닌 자는 밀양강·남강 및 덕천강에서는 6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섬진강·탐진강의 본류에서는 6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외줄낚시 또는 두리그물을 사용하여 은어를 포획하여서는 아니된다.<개정 1991·3·28>


③이 영 이외의 어업자가 아닌 자의 수산동식물 포획·채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다.<개정 1974·12·31, 1991·3·28, 1996·8·8>

 

 

 

 

* 결국, 수산업법 및 동법 시행령의 어느 규정에 의하더라도, 우리들의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님을 알수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이글을 읽으시고 관공서에 신고하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시는 분이 있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무고죄로 처벌받는 수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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