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빠 노릇하기도 쉽지가 않다.
주중 일과 술자리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몸은 휴일만 되면 나른하게 가라앉게 마련이다.
그래서 휴일에는 늦잠이라도 좀 자려고 하면,
아이와 마누라가 교대로 들어와 온몸을 비비며 나들이를 재촉한다.
산이나 계곡 같이 사람이 많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은 그래도 좀 낫다.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일주일 동안 쌓인 머릿속 쓰레기를 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붐비는 할인점이나 놀이공원 같은데는
그 탁한 공기속에서 끊임없는 기다림과 줄서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건 놀이가 아니라 숫제 중노동이다.
2006년 4월 16일 오후,
딸아이와 마누라의 성화에 못이겨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양산 통도사 입구 통도환타지아...,
대신 딸아이에게서 어린이날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놀이공원
같은데는 가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았다.
통도환타지아 입구
마법의 성(?)
마법의 성앞에 선 붉은 악마
휴일인데도 의외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옛날 부산에 살때는 어린이 대공원에 가면
하루종일 줄 서느라 시간을 다 보냈었다.
물을 마시는 붉은 악마 - 다리에 깁스까지 하고도 잘만 논다.
확실이 아이와 어른의 눈높이는 다른 것같다.
아이는 언제 보았는지
장난감 가게를 지나가다
'이것 사달라, 저것 사달라'떼를 쓰더니
결국 제 엄마로부터 붉은 악마
뿔이 달린 머리띠를 울궈냈다.
놀이기구
번지점프(?)
자유이용권으로
회전목마, 하늘자건거, 범퍼카, 제트비행기,
다람쥐통, 바이킹 등등 놀이기구를 차례대로 섭렵해 나갔다.
내게는 어지럽기만할 뿐
별 재미가 없는 데도, 딸아이는
상기된 표정으로 마냥 새 놀이기구를 찾아
엄마, 아빠의 소매를 끌고 다닌다.
몇시간을 끌려 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다.
호수와 롤러코스트
내 눈에는 놀이공원 안에 있는 호수와
그 호숫가에서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나무들,
그리고 놀이공원에서 바라보는 영취산 정상의
산그림자가 더 근사하게 들어오는데, 이 아이에게는
놀이기구만이 그 호기심 가득한 동공에 포착되는가 보다.
나의 경우 중학교 2학년 때의 수학여행 중,
용인 에버랜드에서 멋도 모르고 처음 타본
롤러코스트에서 느낀 그 무지막지한 공포때문에
자발적으로 놀이공원에 가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이 아이는 언제쯤 인생이라는 게 단맛뿐만 아니라,
쓴맛, 짠맛, 매운맛, 떫은맛, 싹은맛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까...,
영취산의 산그림자
서서히 산그림자가 길어지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는 조금만 더 타다가 가자고 조르다
결국 제 엄마에게 한대 쥐어박히고 나서야
놀이공원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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