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南泉: 748~834)은 하남성(河南省) 정주(鄭州)사람으로 속성은 왕(王)씨이다. 당나라 지덕(至德) 2년(757)에 출가하여 30세 때 숭산(嵩山)의 호(?) 율사에게 계를 받았다. 뒤에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문하에서 교학(敎學)을 버리고 도를 깨닫고 마조의 법을 이었다.
남전이 암자에 살고 있을 때, 어떤 스님이 찾아오자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산으로 들어갈 것이니 조금 있다가 차와 밥을 가져다주게."
그 스님은 즉시 응낙했다. 그러나 남전이 산으로 올라간 후, 그 스님은 암자의 가구들을 죄다 부숴서 불을 지피고는 그 옆에서 네 활개를 벌리고 낮잠에 들었다. 남전이 얼마 후에 돌아와 보니 그 스님이 잠이 들었기에 자신도 그 옆에 누워서 함께 잠을 잤다. 얼마 후 그 스님은 잠에서 깨자 훌쩍 떠나 버렸다. 남전은 몇 해를 살다가 여러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처음 이 암자에 살 때, 영리한 중 하나를 보았는데 아직껏 다시 보지는 못했다."
남전이 편력을 할 때 어느 마을에서 길을 물었다.
"이 길을 어디로 가는 길인가?"
촌로(村老)가 말했다.
"발바닥 밑에 두고도 모르시오?"
"산으로 갈 수 있는가?"
"또 찾는구려!"
"차(茶)가 있을까?"
"있소이다."
"차 한 잔 얻을 수 있을까?"
"찾으면 안 되니, 그저 따라오기나 하시오."
하루는 남전이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몸을 팔려고 한다. 누가 사겠는가?"
어떤 스님이 대답했다.
"제가 사겠습니다."
"비싸지도 싸지도 않다. 어떤 방법으로 사겠는가?"
그 스님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떤 스님이 남전에게 하직을 고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후일 누가 스님의 안부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씨름을 할 줄 안다고 해라."
"어떤 씨름을 한다고 할까요?"
이에 남전이 말했다.
"한 번 붙으면 양쪽이 다 없어지느니라."
한 번은 어떤 스님이 남전 곁에서 손을 모으고 서 있자 남전이 말했다.
"너무 속물스럽다."
스님이 얼른 합장을 하니 남전이 말했다.
"너무 중티가 나는 구나."
그 스님은 아무 말도 못했다.
어떤 스님이 참새가 부리로 바쁘게 쪼아대는 것을 보고 남전에게 물었다.
"참새는 어째서 저렇게 바쁩니까?"
남전은 얼른 신발을 벗어 땅을 치니 스님이 다시 물었다.
"땅을 치는 뜻이 무엇입니까?"
이에 남전이 대답을 했다.
"참새를 쫓으려고."
언젠가 남전이 귀종(歸宗)과 함께 길을 가다가 숲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남전은 꼼짝도 못하고 귀종을 불렀다. 귀종이 급히 앞에 나서며 한바탕 소리를 치니 호랑이가 슬금슬금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남전이 물었다.
"사형(師兄)은 호랑이가 어떻게 보이셨소?"
"고양이 같이 보였네."
남전이 말했다.
"나와는 약간 다르구먼,"
이번엔 귀종이 물었다.
"사제(師弟)는 호랑이를 어떻게 보았는가?"
"나는 호랑이같이 보았습니다.
남전이 황벽(黃檗)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는가?"
"나물을 다듬으러 갑니다."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이에 황벽이 칼을 들어서 보이니 남전이 말했다.
"손님 노릇만 할 줄 알았지, 주인 노릇은 할 줄 모르는군."
어느 날 육긍대부(陸亘大夫)가 남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말했다.
"승조(僧肇)법사가 '천지와 나는 같은 근원에서 나왔고, 만물과 나는 하나이다.'라고 했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에 남전은 뜰 앞에 피어 있는 꽃을 가리키며
"대부!"하고 불렀다.
대부가 돌아보자
"세상 사람들은 한 송이의 꽃을 꿈결처럼 바라보고만 있지."
육긍대부가 남전에게 물었다.
"스님, 옛날 어떤 사람이 병 속에 거위 새끼를 키웠습니다. 거위가 자랐는데 그걸 어떻게 꺼내겠습니까? 병을 깨도 안 되고 새도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 남전은 느닷없이 "대부!" 하고 불렀다.
"예."
엉겁결에 대부가 대답을 하고 쳐다보니 남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병 속에서 나온 거위를 보았는가?"
어떤 스님이 남전에게 물었다.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까?"
"있지."
"어떤 것이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못한 것입니까?"
이에 남전이 말했다.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다."
남전이 임종에 임할 때였다.
"내가 죽은 뒤에 절대로 나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너의 스승이 어디로 갔는가?' 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근본으로 돌아가셨다고 하겠습니다."
남전이 혀를 차며 말했다.
"벌써 나를 더럽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