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 위잉, 위이잉, 휭, 휘잉, 휘이잉......,”
바람이 꼬리를 물고 끝없이 몰려왔다.
춥지 않게 그렇다고 덥지도 않게
시끄럽지 않게 그렇다고 속삭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바람은 부드럽게 와글거리면서 원시의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늘은 때로 청자 빛 호수였다가
하얀 눈 덮인 부드러운 이랑이기도 하였다.
달은 호수를 떠가는 돛배였다가
이랑 사이를 굴러가는 굴렁쇠이기도 하였다.
돛배에서는 뚝뚝 은어(銀魚)의 비늘이 방울지어 떨어졌고
굴렁쇠에서는 바스락 바스락 은가루가 부서져 내렸다.
비늘은 목련꽃 시신(屍身)처럼 우아하였고
은가루는 싸아한 은단(銀丹)처럼 상큼하였다.
대지(大地)는 억새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목련꽃 시신이 쪽배처럼 흔들렸고
은가루가 포말(泡沫)처럼 흩날렸다.
길은 항로(航路)처럼 희미하였고
억새의 바다위로 한그루 소나무가 섬처럼 떠 있었다.
한 송이 구절초가 밤이슬에 젖어
소리 없이 서럽게 울고 있었다.
우는 것이 구절초만은 아니었다.
빛과 어둠 사이에 가로 놓인
그 넓은 색깔의 스펙트럼을
다 담아 내지 못하는 언어(言語)의 한계(限界)가
서러워 산객(山客)이 울었고
자신의 깊은 뜻을 알아주지 못하는
산객의 둔한 발걸음이 서러워
바람이 울었다.
“윙, 위잉, 위이잉, 휭, 휘잉, 휘이잉......,”
2005년 9월 20일
달은 못 위로 떠가는 돛배 月池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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