尙公嘗行野, 見一老人執耒耕野, 一犂兩牛, 開墢甚力.
상공상야행, 견일로인집뢰경야, 일려양우, 개발심력.
상공[尙公: 상진(尙震)]이 한번은 들을 지나다가 어느 늙은 농부가 쟁기를 잡고 밭갈이하는 것을 보았는데, 쟁기 하나에 소 두 마리를 메워 밭 갈기를 매우 공들여 하고 있었다.
尙公觀之, 仍曰. 田事甚可賞. 其兩牛中, 有優劣者之可言者乎.
상공관지, 잉왈. 전사심가상. 기양우중, 유우열자지가언자호.
상공이 구경하다가 “농사일을 참 잘하는구려. 소 두 마리 중에 어느 소가 나은지 말할 수 있겠소?”라고 물었다.
老父不應, 尙公前行, 老父趨詣之, 附耳語曰
노부불응, 상공전행, 노부추예지, 부이어왈
노인이 대답이 없어 상공이 앞으로 다가가니, 노인이 급히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여 말하기를,
公之所問兩牛, 一則力健而材, 一則力脆而才劣, 年亦老矣.
공지소문양우, 일즉역건이재, 일즉역취이열재, 연역노의.
“공이 물은 두 소 중에 한 마리는 힘도 세고 재주도 있는데, 한 마리는 힘도 약하고 미련한 데다 늙기까지 했습니다.” 하였다.
尙公曰. 然. 然老父之初不應, 今乃附耳語之, 何哉.
상공왈. 연. 연노부지초불응, 금내부이어지, 하재.
상공이 “그렇군요. 그런데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다가 지금에야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은 어째서요?”라고 하니,
老父曰. 牛, 大畜, 能解人言, 有恥惡之性.
노부왈. 우, 대축, 능해인언, 유취오지성.
노인이 말하기를, “소는 큰 가축이라서 사람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남을 미워할 줄도 알지요.
吾不欲賴其力委任使, 而訾其不材以傷其心也.
오불욕뢰기력위임사, 이자기불재이상기심야.
내가 저놈들 힘을 의지해 부려먹으면서 재주 없다고 헐뜯어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럽니다.” 하였다.
尙公言下大省, 自是平生恥言人過矣. 言其長, 不言其短.
상공언하대성, 자시평생치언언과의. 언기장, 불언기단.
상공이 그 말에 크게 반성하여 그때부터 한평생 남의 잘못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며, 장점만 말하고 단점은 말하지 않았다.
----------------
* 윤휴(尹鑴, 1617~1860)의 『백호전서(白湖全書)』제34권 「잡저(雜著)」 중 「풍악록(楓岳錄)」에서
*뢰(耒): 쟁기
*려(犁): 쟁기. 얼룩소
*잉(仍): 인하다. 거듭하다. 이에
*추(趨): 달리다. 재촉하다.
*예(詣): 이르다. 도착하다. 가다.
*취(脆): 무르다. 가볍다. 연하다.
*뢰(賴): 힘입다. 기대다.
*자(訾): 헐뜯다. 생각하다. 나쁘다.
'고전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녀의 얼굴 (0) | 2015.03.05 |
---|---|
한 집안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 (0) | 2015.03.02 |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0) | 2014.12.16 |
면신례(免新禮)의 폐단 (0) | 2014.12.01 |
밤에 앉아 책을 읽다 (0) | 2014.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