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및 여행기

혼미함 속에 꿈틀거리는 행룡[학풍회 2009년 5월 간산기]

월지 2009. 5. 19. 17:40

 

대운산 자연휴양림 내 정자

 

밤부터 내린 비가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을 모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한 일이지만

제대로 된 간산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옥상 고문님


그래도 한 달을 준비해 온 간산(看山)인데

비를 핑계 삼아 마냥 먹고 마실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옥상 고문님이 대운산 자연휴양림 안에 설치된 정자에 올라

간단하게 이곳의 형국을 설명하신다.

 

공인박물관에서 바라본 우백호

 

공인박물관에서 바라본 좌청룡

 

이곳은 공인박물관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운산 정상에서 뻗어 내려온 행룡(行龍)이 둘로 갈라져

 좌청룡 우백호로 공인박물관을 좌우로 감싸고 있다.


특히 오른쪽으로 보이는 우백호는

기세 좋게 앞으로 뻗어나가다가 용당지(龍塘池)로

 입수(入水)를 하는 모양이 일품이다.


그리고 저 앞으로 보이는 산이 우불산(于弗山)인데

저 건너편 영산대학교 쪽에서 보면 일자문성(一字文星) 형국이지만

여기서 보면 겹겹이 꽃잎으로 둘러싸인 연화부수(蓮花浮水) 형국이다.


이런 연화부수 형국은

연꽃을 떠받치고 있는 물을 잘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땅에다 구멍을 뚫으면 절대 안 된다.


그런데 웅촌, 서창 지역에는

일제시대부터 광산을 개발하면서

산 곳곳에 구멍을 뚫어놓아

원래의 지기(地氣)에 비해 많은 인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또 저 우불산은

옛날부터 가뭄이 들 때는

기우제를 지내온 신령스런 산인데

 물줄기가 회야강을 따라 울산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양산이 아닌 울산에서 매년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이곳의 지명은 탑골이라 한다.

그 유래를 보면 옛날에 이 골짜기에는 큰절이 있었는데

절은 무너지고 탑만 남게 되어 탑골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정 때 왜놈들이 그 탑을 반출해 가버려

지금은 탑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옥상 고문님의 입에서 청산유수로 흘러나오는 말씀은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살아있는 향토사다.

 

대운산 자연휴양림의 오솔길


옥상고문님의 말씀을 듣고

일행은 숲속의 잘 닦인 오솔길을 따라

공인박물관으로 향했다.

 

대운산 자연휴양림의 오솔길


곳곳에 피어난

떼죽나무 꽃과 찔레꽃이

피워내는 향기가 진하게 코끝을 찌른다.

 

공인박물관


공인박물관(空印博物館)은 

그 이름에서 느껴지듯 천성산의 대성암이라는 절에서

건립하여 운영하는 박물관인데

원래 토요일에는 개관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풍회 회원들


그런데 옥상고문님이 선이 닿는 곳에 연락을 취하자

우리 학풍회 회원들만을 위해 특별히 관람을 허락했다.

고문님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유물에 대해 설명하시는 토민당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다채롭고 훌륭했다.

 

신라토기

 

고려청자

 

청동불상

 

초소형 청동탑

 

불상과 탑이 새겨진 벽돌

 

만해 한용운의 유묵

 

만공 스님의 유묵

 

효봉 스님의 유묵(사는게 사는게 아니고 죽는게 죽는게 아니다-언제쯤 그런 경지에...)

 

추사 김정희의 유묵


신석기 시대의 유물에서부터

각 시대의 토기, 자기, 회화, 각종 불교유물까지

다양한 품목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근세 한국불교사에 큰 이름을 남긴

고승들의 유묵(遺墨)이 볼만하였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자

점심때가 훨씬 지나 있었다.

 

폭탄주(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하다)


운영진에서 미리 예약해둔 탑골산장으로 이동하였다.

시작부터 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연거푸 돌았다.

그리고 아나고회에다 파전, 닭백숙이 연달아 나왔다.

 

청일당 회장님과 은진당 재무님


 

특히 대장금님이 가져오신

잘 익은 김치에다 싸먹는 아나고회 맛이 일품이었다.


아침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키고 나자 정신이 혼미하였다.


그 혼미함 속에

대운산 정상으로부터 힘차게 뻗어 내려온 행룡(行龍)과

박물관의 각종 유물들이 꿈틀거리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2009년 5월 16일 

못은 달을 비추는 거울 月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