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및 여행기

푸르름이 주는 약간의 감상에 대해

월지 2007. 6. 18. 16:27

 

 

2007년 6월 16일(토요일) 12시. 딸아이가 퇴원을 했다. 2달 전쯤 딸아이는 발을 다쳤다. 그 2달 전에도 딸아이는 왼쪽 발가락이 부려져 깁스를 했다. 그런데 깁스를 푼 지 채 1달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오른쪽 발가락 전부와 엄지발가락 안쪽 관절이 완전히 뭉개지는 대형 사고를 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 친구 중 한명이 넘어지면서 젖혀진 딸아이 발을 내리누른 것이다. 발가락에 핀을 3개나 박는 수술을 하고 2달여. 이제 그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한 것이다.

 


퇴원 절차를 끝냄과 동시에 구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자리에 있는 터미널 식당으로 달려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북부순환도로를 거쳐 마우나오션리조트로 갔다.

 


햇볕은 싱그러웠고 바람은 서늘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발트빛 하늘이 장관이었다. 찔끔 눈물이 날 만큼 눈이 부셨다. 누가 고려청자의 오묘한 빛깔을 하늘의 그것에 비유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절묘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리조트 입구에 있는 눈썰매장에서 루지를 탔다. 처음에는 루지가 뭔지도 모른 채 산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모노레일이 타보고 싶어서 무조건 입장권을 끊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바퀴달린 눈썰매 같은 것을 타고 꼬불꼬불한 콘크리트길을 내려가 올라올 때 타고 오는 것이 모노레일이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비탈진 언덕을 올라오면서 쳐다본 하늘은 존재의 원초적 서러움 같은 것이 어려 있었다. 

 


우리는 다시 정자해변을 둘러보고 주전바닷가 해송 그늘아래에서 돗자리를 깔았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고 바닷물은 비취빛이었다. 밀려오는 파도는 거칠었고 우리 발아래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졌다.


“저 다양한 푸르름의 층위는 그 만큼의 위안과 또 그만큼의 눈물을 번갈아 주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씨줄과 날줄처럼 위안과 눈물이 서로 교직(交織)되어 짜여 지는 것이 우리 일상(日常)이 아닐까...,” 한 줌의 클로버 꽃과 또 한 줌의 검은 몽돌을 주워 놓고 자칭(自稱) 공작실습(工作實習)에 빠진 딸아이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07년 6월 16일

달은 못을 비추는 거울 月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