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난정서

월지 2006. 3. 24. 16:31

 

 

蘭亭序

난정서


        王羲之

        왕희지


永和九年 歲在癸丑 暮春之初 會于會稽山陰之蘭亭 修契事也

영화구년 세재계축 모춘지초 회우회계산음지난정 수계사야


영화9년 계축년 3월초 회계군 산음현의 난정에 모여 "수계"행사를 열었다.


群賢畢至 少長咸集 

군현필지 소장함집


선비들이 모두 이르고 젊은이와 어른들이 다 모였다. 


此地有崇山俊嶺 茂林修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차지유숭산준령 무림수죽 우유청류격단 영대좌우


이곳은 높은 산과 고개가 있고 깊은 숲과 울창한 대나무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이 좌우로 띠를 이루었다.



引以爲流觴曲水 列坐其次 

인이위류상곡수 열좌기차


흐르는 물을 끌어 잔을 띄우는 물굽이를 만들고 순서대로 자리를 잡으니, 


雖無絲竹管弦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

수무사죽관현지성 일상일영 역족이창서유정


비록 성대한 풍악은 없어도 술 한 잔에 시 한 수씩 읊으며 또한 그윽한 정회를 펼칠 만 하였다.


是日也 天朗氣淸 惠風和暢 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시일야 천랑기청 혜풍화창 앙관우주지대 부찰품류지성


이 날은 맑은 날씨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머리를 들어 세상의 넓음을 우러르고 고개를 숙여 사물의 흥성함을 살피니,


所以游目騁懷 足以極視之娛 信可樂也

소이유목빙회 족이극시지오 신가락야


경치를 둘러보며 정회를 펼침은 족히 보고 듣는 즐거움을 다하기에 참으로 기쁘기 한이 없었다.


夫人之相與 俯仰一世

부인지상여 부앙일세


무릇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한 평생을 살아가되,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

혹취제회포 오언일실지내 혹인기소탁 방랑형해지외


어떤 사람은 벗을 마주하여 서로 회포를 나누고, 어떤 사람은 정회를 대자연에 맞기며 유람을 한다.


雖趣舍萬殊 靜躁不同 

수취사만수 정조부동


비록 나아감과 머물음이 서로 다르고, 고요함과 시끄러움도 같지 않건만,


當其欣於所遇 暫得於己 快然自足 不知老之將至

당기흔어소우 잠득어기 쾌연자족 부지노지장지


자신의 처지를 만족하며 잠시나마 득의 하면 기쁘고 흡족하여 장차 늙어 죽으리라는 것도 모르는 법이다.


及其所之旣倦 情隨事遷 感慨係之矣

급기소지기권 정수사천 감개계지의


(그러나) 흥에 겨우면 다시 권태롭고, 감정이란 세상사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감흥이란 단지 그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向之所欣 俯仰之間 以爲陳迹 猶不能不以之興懷

향지소흔 부앙지간 이위진적 유불능불이지흥회


예전의 기쁨도 잠깐사이에 곧 시들해지니 더더욱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況修短隨化 終期於盡

황수단수화 종기어진


하물며 사람 목숨의 길고 짧음이 비록 하늘에 달려있다 해도 결국에는 죽어야 할뿐임에랴.


古人云 死生亦大矣 豈不痛哉

고인운 사생역대의 개불통재


옛사람이 이르기를 "삶과 죽음은 역시 중대한 일이다"라고 했으니 어찌 비통하지 않은가.


每覽昔人興感之由 若合一契 未嘗不臨文嗟悼 不能諭之於懷

매람석인흥감지유 약합일계 미상불림문차도 불능유지어회


매번 옛사람들이 감흥을 일으켰던 까닭을 살펴보면 마치 계약문서가 들어맞듯 일치하여, 그들의 문장을 보면 탄식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가슴에 와 닿지 않음이 없었다.


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傷爲妄作

고지일사생위허탄 제팽상위망작


그런즉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말이 얼마나 헛된 것이며 장수와 요절이

똑같다는 말이 거짓임을 알겠다.


後之視今 亦由今之視昔

후지시금 역유금지시석


후세 사람들이 오늘의 우리를 보는 것 또한 오늘의

우리가 옛사람을 보는 듯하리라.


悲夫 故列敍時人 錄其所述 雖世殊事異 所以興懷 其致一也

비부 고열서시인 록기소술 수세수사이 소이흥회 기치일야


슬프도다. 오늘 모임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두 그 술회를 시로 적었으니 비록 후세에는 세상이 달라져도 정회가 일어나는 까닭은 한가지인즉,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

후지람자 역장유감어사문


뒤엣 사람이 이 글을 보면 또한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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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丑(계축): 계축년 

*暮春(모춘): 늦봄. 3월초  

*稽(계): 조사하다. 고려하다.

*修契(수계): 고대 봄, 가을에 거행하던 행사   

*畢(필): 마치다. 완성하다. 전부. 모두.

*激(격): (물결이) 일다. 솟구치다.    

*湍(단): (물살이 )급하다. 세다.

*引(인): 끌다. 잡아당기다. 떠나다. 일으키다.

*觴(상): 술잔   

*絲竹管弦(사죽관현): 관현악기. 악기의 총칭. 음악   

*詠(영): 노래하다. 시를 읊다.

*暢(창): 막힘이 없다. 순조롭다.

*敍(서): 말하다. 이야기하다.

*幽(유): 깊고 멀다. 심원하다. 숨다. 피하다. 은폐하다. 조용하다. 평온하다.

*惠風(혜풍): 만물을 자라게 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 봄바람. 남풍. 임금님 은혜

*俯察(부찰): 굽어 살피다.    

*夫(부): 대저. 무릇    

*或取(혹취): 어떤 사람. 혹자

*諸(제): 온갖. 많은. 모든. 여러   

*覽(람): 보다. 대강 훑어보다. 읽다.   

*昔(석): 옛날. 이전. 종전. 과거

*興(흥): 흥. 취미. 재미  

*感(감): 느끼다. 생각하다. 감동시키다. 감동을 주다. 감사하다. 감정. 정감. 느낌

*由(유): 원인. 이유. 유래. ~때문이다. ~에 말미암다. 경과하다, 경유하다.

*若(약):~과 같다. 만약~이라면. ~및. 혹은

*契(계): 부동산의 매매증서나 소유권을 증빙하는 증서. 새긴 문자. 칼로 새기다.

*嘗(상): 겪다. 경험하다. 당하다. 시험해보다. 맛보다.

*臨(림):이르다. 오다.  (어떤 일에)부닥치다. 직면하다. 막~하려고 하다.

*嗟(차): 탄식하다. 감탄하다.   

*悼(도): 애도하다. 슬퍼하다. 두려워하다. 무서워하다.

*諭(유):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알리다. 분부하다. 타이르다.

*懷(회): 품. 가슴. 마음. 생각. 생각하다. 그리워하다. 임신하다.

*虛(허): 빈곳. 틈. 비(우)다. 자신이 없다. 내성적이다. 소심하다. 헛되이. 쓸데없이

*誕(탄):) 태어나다. 탄생하다. 생일. 가지런하다. 질서정연하다. 단정하다.

*觴(상): 젊어서 죽다. 요절하다.   

*妄(망): 망령되다. 터무니없다. 함부로. 멋대로. 마구

*悲(비): 슬픔. 슬퍼하다. 슬프다. 생각하다. 그리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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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亭序(난정서)

《삼월삼일난정시서(三月三日蘭亭詩序)》라고도 한다. 353년(永和 9) 3월 3일에 사안(謝安)·지둔(支遁) 등 41인이 회계산(會稽山) 양란저(陽蘭渚)의 정자에 모여서 제를 올리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는데, 기사(記事)와 영회(詠懷)를 모아 문집을 만들고 왕희지가 서를 지었다.


서(序)에는 우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경치를 묘사하고 이어서 모인 사람의 감상을 적었는데, 소리와 색이 어울려 정경이 서로 일어나서 성대한 모임을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문장을 지어 의론을 발표하는 데 있어서도 자연스럽고 적절한 배치를 했다. 계속해서 성대한 일도 영원하지 못하고 길고 짧은 것도 서로 변하듯이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는 감탄을 표현했다. 마지막에는 서를 지은 연유를 밝혀 후대 사람들에게 감흥과 회포를 제공했다.


문장은 삶과 죽음, 그리고 장수와 요절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황당무계한 것으로 생각해 당시 성행하던 허무주의 사상과 언론을 비판하며 현실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를 중시했다. 이것은 높은 사상적 경지를 보인 것은 아닐지라도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구차히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맑은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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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희지[王羲之, 307-365]

자는 일소(逸少). 우군장군(右軍將軍)의 벼슬을 하였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왕우군이라고도 불렀다. 오늘날의 산동성[山東省] 린이현[臨沂縣]인 낭야(琅琊) 출신이며, 동진 왕조 건설에 공적이 컸던 왕도(王導)의 조카이고, 왕광(王曠)의 아들이다. 중국 고금(古今)의 첫째가는 서성(書聖)으로 존경받고 있으며, 그에 못지않은 서예가로 알려진 일곱번째 아들 왕헌지(王獻之)와 함께 ‘이왕(二王)’ 또는 ‘희헌(羲獻)’이라 불린다. 16세 때 치감(郗鑒)의 요청으로 그의 딸과 결혼하였다.


처음에 서진(西晉)의 여류 서예가인 위부인(衛夫人)의 서풍(書風)을 배웠고, 뒤에 한(漢)나라 ·위(魏)나라의 비문을 연구하여 해서 ·행서 ·초서의 각 서체를 완성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서예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벼슬길에 나아가 비서랑(秘書郞)으로부터 출발하여 유량(庾亮)의 장사(長史)가 되고, 351년에는 우군장군 및 회계(會稽: 浙江省 紹興)의 내사(內史)에 이르렀다. 그는 명문 출신이며, 경세(經世)의 재략이 있어 은호(殷浩)의 북벌을 간(諫)하는 글과 사안(謝安)에게 민정(民政)을 논한 글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찍이 속세를 피하려는 뜻을 품고 있었는데, 왕술(王述)이 중앙에서 순찰을 오자 그 밑에 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355년(永和 11) 벼슬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경치가 아름다운 회계의 산수간에서 사안 ·손작(孫綽) ·이충(李充) ·허순(許詢) ·지둔(支遁) 등과 청담(淸談)을 나누고, 또 도사(道士) 허매(許邁)를 따라 채약에 몰두하는 등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다가 한평생을 마쳤다.


그는 내사 재직 중이던 353년(영화 9) 늦봄에, 회계의 난정(蘭亭)에서 있었던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연회에 참석하였다. 그때 모인 41인 명사들의 시를 모아 만든 책머리에 그는 스스로 붓을 들어 서문을 썼다. 이것이 《난정서(蘭亭序)》라는 그의 일대의 걸작이며, 산수문학의 남상(濫觴)이 되었다.


그는 예서(隸書)를 잘 썼고, 당시 아직 성숙하지 못하였던 해 ·행 ·초의 3체를 예술적인 서체로 완성한 데 그의 가장 큰 공적이 있으며, 현재 그의 필적이라 전해지는 것도 모두 해 ·행 ·초의 3체에 한정되어 있다. 해서의 대표작으로는 《악의론(樂毅論)》 《황정경(黃庭經)》이, 행서로는 《난정서》, 초서로는 그가 쓴 많은 편지를 모은 《십칠첩(十七帖)》이 옛날부터 유명하다. 또 송(宋)의 태종(太宗)이 992년에 조각한 《순화각첩(淳化閣帖)》이라는 법첩에는 그의 편지가 많이 수록되었고, 당(唐)나라의 회인(懷仁)이라는 중이 고종(高宗)의 명을 받아 672년에 왕희지의 필적 중에서 집자(集字)하여 세운 ‘대당삼장성교서비(大唐三藏聖敎序碑)’ 등도 그의 서풍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밖에《상란첩(喪亂帖)》《공시중첩(孔侍中帖)》《유목첩(遊目帖)》《이모첩(姨母帖)》《쾌설시청첩(快雪時晴帖)》등의 필적이 전하여온다. 그러나 이것들은 왕희지의 육필(肉筆) 그대로는 아니고 진적(眞跡)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짐작된다. 당나라 태종(太宗)이 왕희지의 글씨를 사랑한 나머지 온 천하에 있는 그의 붓글씨를 모아, 한 조각의 글씨까지도 애석히 여겨 죽을 때 자기의 관에 넣어 묻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하여오는 필적만 보아도 그의 서풍(書風)은 전아(典雅)하고 힘차며, 귀족적인 기품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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