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愈[768∼824]
중국 당(唐)나라 문학자·사상가. 자는 퇴지(退之). 창려(昌黎) 출생. 792년 진사에 등과, 지방절도사의 속관을 거쳐 803년 감찰어사가 되었으나, 수도의 행정장관을 탄핵하여 양산현령(陽山縣令)으로 좌천되었다. 이듬해 소환되어 주로 국자감에 근무하였으며, 817년 오원제(吳元濟)의 반란을 평정한 공으로 형부시랑(刑部侍郞)이 되었다. 819년 헌종(憲宗)이 불골(佛骨)을 모신 것을 간하다가 조주자사(潮州刺史)로 좌천되었으나, 이듬해 헌종이 죽자 소환되어 이부시랑에 올랐다. 문학에 있어 그의 공적으로 산문의 문체개혁을 들 수 있다. 종래 대구(對句) 중심의 변려문(騈儷文)에 반대하고 자유로우면서도 달의(達意)가 되는 문체를 만들어 고문(古文)이라 일컫고, 친구 유종원(柳宗元) 등과 함께 발전시켜 중국 산문문체의 모범이 되었다. 시에 있어 서정적 테마에 한정하지 않고 논설을 전개하거나 사실을 기술하는 등 지적인 흥미를 정련된 표현으로 나타내기를 시도하였다. 그 결과 때로는 산문적이며 난해하다는 평도 받았으나 제재(題材)의 확장과 더불어 송(宋)나라 시에 끼친 영향이 크다. 사상면에서는 유가사상을 존중하고 불교·도교를 배격하였으며, 도통(道統)을 중히 여겨 문자 해석보다 사상에 중심을 두었다. 저서로 이고와의 공저 《논어필해(論語筆解, 2권)》 《창려선생집(40권)》《외집(外集, 10권)》 《유문(遺文, 1권)》 등이 있다. 시호는 문공(文公).
山石
산석
山石犖確行徑微 산의 돌은 험하고 가는 길은 좁은데
산석락확항경미
黃昏到寺蝙蝠飛 황혼에 절에 이르니 박쥐들만 날아 다니네
황혼도사편복비
升堂坐階新雨足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단비가 듬뿍 내려
승당좌계신우족
芭蕉葉大梔子肥 파초 잎은 커지고 치자는 두터워졌네
파초섭대치자비
僧言古壁佛畫好 오래된 벽의 불화가 좋다고 스님이 말하기에
승언고벽불화호
以火來照所見稀 등불 들고 와 비춰보니 드물게 보는 것이네
이화내조소견희
鋪床拂席置羹飯 방석 털고 식탁보 깔고 국과 밥을 차리니
포상불석치갱반
疏糲亦足飽我飢 거친 현미밥 넉넉하여 주린 배를 채웠네
소려역족포아기
夜深靜臥百虫絶 밤 깊어 조용히 자리에 드니 벌레소리 안 들리고
야심정와백충절
淸月出嶺光入扉 밝은 달 고개 위에 솟아 사립문에 비춰든다
청월출령광입비
天明獨去無道路 새벽 일찍 혼자 떠나니 길을 찾지 못하여
천명독거무도노
出入高下窮煙霏 높고 낮은 언덕길 오르내리다가 안개에 길이 막히네
출입고하궁연비
山紅澗碧紛爛漫 햇빛에 만물이 난만히 드러나니 산 붉고 물 푸른데
산홍간벽분난만
時見松櫪皆十圍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열 아름이나 되네
시견송력개십위
當流赤足蹋澗石 맨발을 흐르는 물에 담구고 개울 돌을 밟으니
당류적족답간석
水聲激激風吹衣 물소리는 콸콸, 옷은 바람에 나부낀다
수성격격풍취의
人生如此自可樂 인생이 이만하면 즐길 만하니
인생여차자가낙
豈必局束爲人鞿 어찌 반드시 속박되어 남의 굴레에 얽매일까
개필국속위인기
嗟哉吾黨二三子 애닲구나! 우리 친구들이여
차재오당이삼자
安得至老不更歸 어찌 다 늙도록 물러나지 못 하는가!
안득지노부갱귀
八月十五夜贈張功曹
팔월십오야증장공조
纖雲四捲天無河 가는 구름 사방에 걷혀있으나 하늘에 운하수가 안보여
섬운사권천무하
清風吹空月舒波 맑은 바람 빈 하늘에 불어오고 달은 빛을 펴는 구나
청풍취공월서파
沙平水息聲影絕 모래톱 평평하고 물 잔잔하여 소리와 그림자도 끊어져
사평수식성영절
一杯相屬君當歌 한 잔 들어 서로 권하니 그대는 노래를 불러야 하리라
일배상속군당가
君歌聲酸辭且苦 그대의 노랫가락 쓰리고 노랫말 또한 괴로워
군가성산사차고
不能聽終淚如雨 끝까지 듣지 못하고 눈물 비같이 흘러내린다.
불능청종루여우
洞庭連天九疑高 동정호 물은 하늘에 닿고 구의산은 높기도 하고
동정련천구의고
蛟龍出沒猩鼯號 교룡은 출몰하고 성성이와 박쥐는 울부짖는다.
교룡출몰성오호
十生九死到官所 구사일생 침주 관소에 이르니
십생구사도관소
幽居默默如藏逃 그윽한 거처는 조용하여 깊숙이 도망쳐 숨은듯 하구나
유거묵묵여장도
下床畏蛇食畏藥 침상을 내려오니 뱀이 무섭고 먹을 것에 독은 없을지
하상외사식외약
海氣濕蟄熏腥臊 호수 기운 습하고 더운데 비린 냄새 후끈거리는구나
해기습칩훈성조
昨者州前槌大鼓 지난번에 주청사 앞에서 큰 북 쳐서 알렸는데
작자주전퇴대고
嗣皇繼聖登夔皋 새 황제 등극하시고 기와 고요같은 충신들 등용하셨네
사황계성등기고
赦書一日行萬里 특사(特赦)하는 글 하루에도 천리나 달려서
사서일일행만리
罪從大辟皆除死 죄로 사형을 받았던 자들 모두 죽음을 면하였네.
죄종대벽개제사
遷者追迴流者還 좌천된 자 유배되었던 자 모두 다시 돌아왔네
천자추회류자환
滌瑕蕩垢清朝班 잘못은 벗겨지고 때는 씻겨져 맑은 관리 되었다네
척하탕구청조반
州家申名使家抑 고을에서는 나의 이름 올렸으나 관찰사가 억눌렀고
주가신명사가억
坎軻祇得移荊蠻 불행히 얻은 것은 다만 형주땅 오랑캐고을 전근발령뿐
감가기득이형만
判司卑官不堪說 맡은 일 모두 낮은 관직이라 설명하기도 어렵네
판사비관불감설
未免捶楚塵埃間 티끌 속에 매달려 회초리로 얻어맞는 신세 모면하고
미면추초진애간
同時輩流多上道 같이 유배되었던 친구들 조정으로 급히 불리어 가고
동시배류다상도
天路幽險難追攀 길은 아득하고 험하여서 따라가 잡기가 힘들었네
천로유험난추반
君歌且休聽我歌 그대 노래 잠시 그치고 내 노래를 들어 보게나
군가차휴청아가
我歌今與君殊科 내 노래는 지금 그대의 노래와 종류가 다르니
아가금여군수과
一年明月今宵多 일년 동안에 밝은 달이 오늘 밤이 가장 밝다네
일년명월금소다
人生由命非由他 인생살이 운영에 달렸지 다른 데 달려있지 않으니
인생유명비유타
有酒不飲奈明何 술이 있어도 마시지 않는다면 저 밝은 달 무엇하리
유주불음내명하
謁衡岳廟遂宿岳寺題門樓
알형악묘수숙악사제문누
五岳祭秩皆三公 오악 제사의 제관들 모두가 삼공이고
오악제질개삼공
四方環鎭嵩當中 사방을 사악이 둘러쌓고 숭산이 가운데 우뚝하네
사방환진숭당중
火維地荒足妖怪 불의 형산은 땅이 거칠어 요괴가 많고
화유지황족요괴
天假神柄專其雄 하늘이 산악 신에게 권력을 주어 홀로 웅자하도다
천가신병전기웅
噴雲泄霧藏半腹 뿜어 오르는 구름 쏟아지는 안개 산허리를 감추고
분운설무장반복
雖有絶頂誰能窮 비록 꼭대기가 있지만 누가 끝까지 오를 수 있으랴
수유절정수능궁
我來正逢秋雨節 내가 봉우리에 오르니 한창 가을 비 내리는 때라
아내정봉추우절
陰氣晦昧無淸風 음기만 어둑하고 맑은 바람 불지 않네
음기회매무청풍
潛心黙禱若有應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도하노니 신의 감응이 있는 듯
잠심묵도야유응
豈非正直能感通 어찌 정직하면 신명과 감통할 수 없겠는가
개비정직능감통
須臾靜掃衆峰出 잠깐 고요히 쓸어내니 여러 산봉우리들 나타나고
수유정소중봉출
仰見突兀撑靑空 쳐다보니 돌올한 봉우리 푸른 하늘을 지탱하고 있네
앙견돌올탱청공
紫蓋連延接天柱 자개봉은 연이어 늘어져 하늘 기둥과 접하고
자개련연접천주
石廩騰擲堆祝融 석름봉은 날아 던져져 축융봉에 쌓이네
석름등척퇴축융
森然魄動下馬拜 삼엄하여 혼백이 요동하니 말에서 내려 절하고
삼연백동하마배
松柏一逕趨靈宮 송백 사이의 작은 길로 영궁이 달려오듯 나타나네
송백일경추령궁
紛牆丹柱動光彩 분칠한 담장 붉은 칠한 기둥 광채를 발하는 듯
분장단주동광채
鬼物圖畫塡靑紅 불상과 그림도 청홍으로 뒤덮였네
귀물도화전청홍
升階傴僂荐脯酒 계단에 올라 몸을 구부리고 고기와 술을 바치고
승계구루천포주
欲以菲薄明其衷 조촐히 그 마음을 밝히려 한다
욕이비박명기충
廟內老人識神意 묘단의 노인들 신의 뜻을 아는 듯
묘내노인식신의
睢盱偵伺能鞠躬 눈을 크게 뜨고 국궁을 한다
휴우정사능국궁
手持杯珓導我擲 손에는 배교를 잡고 나를 이끌어 던지게 한 후
수지배교도아척
云此最吉餘難同 이것이 가장 길하여 더 할 바가 없다하네
운차최길여난동
竄逐蠻荒幸不死 황량한 오랑캐 땅으로 쫓겨와도 다행히 죽지 않고
찬축만황행부사
衣食才足甘長終 의식도 그런대로 족하고 오래 사는 것도 다행이네
의식재족감장종
侯王將相望久絶 왕후장상 되는 소망 오래 전에 없어지고
후왕장상망구절
神縱欲福難爲功 신이 비록 복주어도 공을 이루기 어렵다네
신종욕복난위공
夜投佛寺上高閣 밤에 불사에 묵으며 높은 누각에 오르니
야투불사상고각
星月掩映雲曈曨 별도 달도 빛이 가려지고 구름 끼어 희미하고
성월엄영운동롱
猿鳴鐘動不知曙 원숭이 울고 종소리 울려도 날 새는 것도 모르는데
원명종동부지서
杲杲寒日生于東 환하게 동산 위로 차가운 해가 떠오른다
고고한일생우동
石鼓歌
석고가
張生手持石鼓文 장생이 손으로 석고문을 가져와
장생수지석고문
勸我試作石鼓歌 나에게 권하여 석고가를 지어보라 하네
권아식작석고가
少陵無人謫仙死 두보도 없고 이백도 죽었는데
소능무인적선사
才薄將奈石鼓何 재주 없는 내가 석고문을 어찌 하겠는가
재박장나석고하
周綱凌遲四海沸 주나라의 기강이 허물어져 세상이 들끓어
주강능지사해비
宣王憤起揮天戈 선왕이 분기하여 하늘 창을 휘둘렀네
선왕분기휘천과
大開明堂受朝賀 명당을 크게 열고 아침인사를 받으시니
대개명당수조하
諸侯劍佩鳴相磨 제후들 다투어 와 칼과 패옥 부딪혀 소리나네
제후검패명상마
搜于岐陽騁雄俊 기양에 가을 사냥 웅장하고 씩씩하게 달리고
수우기양빙웅준
萬里禽獸皆遮羅 만리의 금수들 모두가 거물에 걸려드네
만리금수개차나
鐫功勒成告萬世 공을 새기고 만고에 알리려
전공늑성고만세
鑿石作鼓隳嵯峨 돌을 뚫고 석고문 만들어 우뚝우뚝 무너지네
착석작고휴차아
從臣才藝咸第一 신하의 재주는 모두들 천하제일이지만
종신재예함제일
揀選撰刻留山阿 그 중에 가려 모아 산언덕에 두었구나
간선찬각류산아
雨淋日炙野火燎 비에 젖고 햇빛에 지져지고 들불에 굽혀도
우림일자야화료
鬼物守護煩撝呵 귀신이 수호하여 번잡함 없앴네
귀물수호번위가
公從何處得紙本 공은 어디서 탁본을 얻었는가
공종하처득지본
毫發盡備無差訛 조금도 빠짐이 없고 차이와 틀림이 없네
호발진비무차와
辭嚴義密讀難曉 말은 엄하고 뜻은 조밀하여 읽어도 어렵고
사엄의밀독난효
字體不類隷與蝌 자체는 해서도 아니고 과두문자도 아니네
자체부류례여과
年深豈免有缺畫 세월이 흘러도 어찌 획 하나 빠지지 않고
년심개면유결화
快劍砍斷生蛟鼉 날카로운 칼날에 잘리어도 교룡처럼 살았을까
쾌검감단생교타
鸞翔鳳翥衆仙下 난새가 날고 봉황이 춤추고 뭇 신선 내려오듯
난상봉저중선하
珊瑚碧樹交枝柯 산호와 푸른 나뭇가지 끝에서 서로 만나네
산호벽수교지가
金繩鐵索鎖鈕壯 금 새끼에 철 노끈, 그리고 무쇠 손잡이
금승철삭쇄뉴장
古鼎躍水龍騰梭 옛 솥이 물에 뛰듯 베틀 북이 용처럼 뛰어오르네
고정약수룡등사
陋儒編詩不收入 고루한 선비 시경 편찬하여 이를 싣지 못하고
누유편시부수입
二雅褊迫無委蛇 소아 대아 좀게 편찬 자세하지 못하네
이아편박무위사
孔子西行不到秦 공자님 서행할 때 진나라에 못가서
공자서항부도진
掎摭星宿遺羲娥 별자리 모아오고 해와 달은 버렸도다
기척성숙유희아
嗟予好古生苦晩 애닯아라, 내 본래 옛것을 좋아하는데 늦게 태어났으니
차여호고생고만
對此涕淚雙滂沱 이 상황에 이르러 눈물이 두 줄기로 흘러내리네
대차체누쌍방타
憶昔初蒙博士征 지난 날 생각하니 처음 박사로 불려와
억석초몽박사정
其年始改稱元和 그 해에 연호가 바뀌어 원화로 불리었네
기년시개칭원화
故人從軍在右輔 친구는 종군하여 우보에 있으면서
고인종군재우보
爲我度量掘臼科 나를 위해 생각하여 북 묻힌 곳 발굴했네
위아도량굴구과
濯冠沐浴告祭酒 관을 씻고 목욕하고 제주에게 아뢰노니
탁관목욕고제주
如此至寶存豈多 이와 같은 지극한 보배 어찌 그리 많으리오
여차지보존개다
氈包席裹可立致 모존자리 감싸 세워서 보낸다면
전포석과가립치
十鼓只載數駱駝 열 개 북을 낙타 몇 마리에 다 실으리라
십고지재수낙타
荐諸太廟比郜鼎 태묘에 이 북을 바치면
천제태묘비고정
光價豈止百倍過 그 빛난 값어치 어찌 백배 이상 나가지 않으리오
광가개지백배과
聖恩若許留太學 성은에 힘입어 태학에 남기를 허락 받는다면
성은야허류태학
諸生講解得切磋 여러 선비 읽고 풀어 철차탁마 얻어리라
제생강해득절차
觀經鴻都尙塡咽 홍도문의 경전을 보려 여전히 길거리를 메우고
관경홍도상전열
坐見擧國來奔波 서로 보려고 온갖 사람이 파도 같이 모여 들었네
좌견거국내분파
剜苔剔蘚露節角 이끼를 깎고 긁어내어 마디 각을 드러내어
완태척선노절각
安置妥帖平不頗 평탄한 글 첩에 두어 조금도 기울지 않게 하리
안치타첩평불파
大廈深檐與蓋覆 대하의 깊은 처마, 지붕으로 덮어놓으면
대하심첨여개복
經歷久遠期無佗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으리라
경력구원기무타
中朝大官老于事 조정의 대관들은 일마다 능숙하여
중조대관노우사
詎肯感激徒媕婀 어찌 기꺼이 감격하지 않고 머뭇거리는가
거긍감격도암아
牧童敲火牛礪角 목동이 불을 놓고 소들이 뿔을 갈면
목동고화우려각
誰復著手爲摩挲 누가 다시 손을 대어 어루만져 사랑할까
수복저수위마사
日銷月鑠就埋沒 날이 가고 달이 가면 매몰될 것인데
일소월삭취매몰
六年西顧空吟哦 육년을 서쪽을 돌아보며 공연히 옳다고 소리쳤네
육년서고공음아
羲之俗書趁姿媚 왕희지의 속된 글씨 예쁘기는 하나
희지속서진자미
數紙尙可博白鵝 여러 장 종이 써도 흰 거위만 많아지네
삭지상가박백아
繼周八代爭戰罷 주나라를 이어 팔대동안 이어온 전쟁 끝났는데
계주팔대쟁전파
無人收拾理則那 아무도 거두지 않으니 도리상 어찌할까
무인수습리칙나
方今太平日無事 이제 천하가 태평하고 날마다 별일 없어
방금태평일무사
柄任儒術崇丘軻 유술을 받들고 공맹을 숭상하니
병임유출숭구가
安能以此上論列 어찌 능히 이것을 의론에 부쳐
안능이차상논렬
愿借辯口如懸河 조심스레 말을 빌려 현하지변에 맡겨보리
원차변구여현하
石鼓之歌止于此 석고의 노래는 이에서 그치나
석고지가지우차
嗚呼吾意其蹉跎 아, 내 뜻은 그렇게도 어그러지려나
오호오의기차타
師說
사설
古之學者 이 必有師하니 師者는 所以傳道授業解惑也라
고지학자 필유사 사자 소이전도수업해혹야
옛날의 배우는 자는 반드시 스승이 있으니, 스승이란 것은 도를 전하고 업을 주고 의혹을 푸는 때문이다.
人이 非生而知之者면 孰能無惑이리오.
인 비생이지지자 숙능무혹
사람은 나면서 이(도)를 아는 자가 아니면 누가 의혹이 없을 수 있으리오.
惑而不從師면 其爲惑也이 終不解矣리라
혹이부종사 기위혹야 종불해의
의혹이 있으면서 스승을 좇지 않는다면 그 의혹됨이 마침내 풀리지 않을 것이리라.
生乎吾前하여 其聞道也이 固先乎吾면 吾從而師之요
생호오전 기문도야 고선호오 오종이사지
나의 앞에 (세상에) 나서 그 도를 들음이 진실로 나보다 먼저라면 나는 좇아서 이를 스승으로 삼고,
生乎吾後라도 其聞道也이 亦先乎吾면 吾從而師之니, 吾는 師道也라
생호오후 기문도야 역선호오 오종이사지 오 사도야
나의 뒤에 났더라도 그 도를 들음이 또한 나보다 먼저라면 나는 좇아서 이를 스승으로 삼는 것이니,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는 것이라.
夫庸知其年之先後 生於吾乎리오 是故로 無貴無賤하며‘
부용지기년지선후 생어오호 시고 무귀무천
대저 어찌 그 나이가 나보다 먼저거나 뒤에 남을 가리리요. 이런 까닭으로 귀함도 없고 천함도 없으며,
無長無小 하고 道之所存이 師之所存也니라.
무장무소 도지소존 사지소존야
어른도 없고 젊은이도 없고, 도의 있는 곳이 스승의 있는 곳이니라.
嗟乎라 師道之不傳也이 久矣라 欲人之無惑也나 難矣로다
차호 사도지부전야 구의 욕인지무혹야 난의
아아, 사도가 전하지 못함이 오래도다. 사람들이 의혹이 없기를 바라나 (이것은) 어렵도다.
古之聖人은 其出人也이 遠矣로되 猶且從師而問焉이어늘
고지성인 기출인야 원의 유차종사이문언
옛 성인은 그가 사람에서 뛰어남이 멀건만 오히려 또한 스승을 좇아서 그에게 물었거늘,
今之衆人은 其下聖人也이 亦遠矣로되 而恥學於師라
금지중인 기하성인야 역원의 이치학어사
지금의 여러 사람들은 그가 성인에서 뒤떨어짐이 또한 멀건만 그러나 스승에게 배우기를 부끄러워하니라.
是故로 聖益聖하며 愚益愚이 其皆出於此乎인저.
시고 성익성 우익우 기개출어차호
이런 까닭으로 성인은 더욱 성스러워지고 어리석은 자는 더욱 어리석어지느니, 성인 성인된 까닭과 우인이 우인된 까닭이 그것이 모두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愛其子하여는 擇師而敎之하고 於其身也엔 則恥師焉하니 惑矣로다
애기자 택사이교지 어기신야 즉치사언 혹의
그 자식을 사랑하려는 스승을 가리어 이를 가르치고 그 몸에 있어서는 어떤 이를 스승으로 삼기를 부끄러워하니 미혹하도다.
彼童子之師는 授之書而習其句讀者也니 非吾所謂傳其道解其惑者也라
피동자지사 수지서이습기구독자야 비오소위전기도해기혹자야
저 동자의 스승은 이에게 글을 가르쳐 주되 그 구두(句讀)를 익히는 것뿐이니, 내가 말하는 바 그 도를 전하고 그 의혹을 풀어 주는 것은 아니니라.
句讀之不知와 惑之不解에 或師焉하며 或不焉하니 小學而大遺라
구독지부지 혹지불해 혹사언 혹불언 소학이대유
구두를 알지 못하는 것과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혹은 스승을 두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기도 하니, 작은 것은 배우면서 큰 것은 버리는 것이라
吾未見其明也호라
오미견기명야
나는 그 밝음을 보지 못하겠도다.
巫醫樂師百工之人은 不恥相師어늘
무의낙사백공지인 불치상사
무당, 의사, 악사, 백공의 사람들이 서로 스승으로 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거늘,
士大夫之族은 曰 師 曰 弟子 云者면 則群聚而笑之하고
사대부지족 왈 사 왈 제자 운자 즉군취이소지
사대부의 족속은, '스승이라' '제자니' 운운하면, 곧 무리로 모여서 이를 비웃고,
問之則曰 彼與彼이 年相若也며 道相似也니 位卑則足差요 官盛則近諛라 하니
문지즉왈 피여피 년상약야 도상사야 위비즉족차 관성즉근유
嗚呼라 師道之不復을 可知矣로다
오호 사도지불복 가지의
이(까닭)를 물으면 곧 말하기를, '저와 저는 나이가 서로 같고, 도가 서로 비슷하니, 지위가 낮으면 부끄러함에 족하고, 벼슬이 성하면 아첨에 가까운 것이라' 하니 아아, 사도가 회복되지 못할 것을 (가히) 알 수 있도다.
巫醫樂師百工之人을 君子不齒어니와 今其智乃反不能及하니 基可怪也歟인저
무의낙사백공지인 군자불치 금기지내반불능급 기가괴야여
무당, 의사, 악사, 백공의 사람들을 군자는 상대도 하지 않거늘, 이제 그들의 지혜는 곧 도리어 (능히) (저 사람들에게) 미칠 수 없으니 그것은 (가히 ) 괴이하게 여길 만하지 않은가.
聖人은 無常師라 孔子師□子□弘師□老□하시니 □子之徒其賢이 不及孔子라
성인 무상사 공자사담자장홍사양노담 담자지도기현 불급공자
성인에게는 상사(常師)가 없도다. 공자는 담자, 장흥, 사양, 노담을 스승으로 삼으시니, 담자의 무리는 그들의 어짊이 공자에게 미치지 못함이라.
孔子曰 [三人行에 則必有俄師라]하시니 是故로 弟子 不必不如師요 師不必賢
공자왈 삼인행 즉필유아사 시고 제자 불필불여사 사불필현
於弟子라
어제자
공자 말씀하시되, '세 사람이 가는 데에 곧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하시니, 이런 까닭으로 제자는 반드시 스승만 같지 못함이 않으며, 스승은 반드시 제자보다 어질지는 아니하다.
聞道 有先後하고 術業이 有專攻이니 如是而已니라
문도 유선후 술업 유전공 여시이이
도를 듣는 것이 선후가 있고 술업에는 전공이 있으니. 이와 같을 따름이니라.
李氏子蟠이 年十七에 好古文하여 六藝經傳을 皆通習之라 不拘於時하고
이씨자반 년십칠 호고문 육예경전 개통습지 불구어시
晴學於余어늘
청학어여
이씨의 아들 반이 나이 열 일곱에, 고문을 좋아하여 육예와 경전을 모두 이것을 통습한지라 시속에 구애되지 않고 나에게 배우기를 청해 왔거늘
余嘉其能行古道하여 作師說以之하노라
서가기능행고도 작사설이지
나는 그가 (능히) 고도(古道)를 실천할 수 있음을 가상히 여겨 (이) 사설(師說)을 지어 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