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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東漢)과 진송(晉宋)이 숭상한 바가 같지 않음에 관한 설(說)|

월지 2013. 9. 2. 13:09

東漢晉宋所尙不同說

동한진송소상부동설

 

                        鄭介淸

정개청

 

東漢節義, 較以功名, 則其高尙, 猶可以激頑起懦.

동한절의, 교이공명, 즉기고상, 유가이격완기유.

 

동한(東漢)의 ‘절의(節義)’는 공명을 추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그 고상함이 오히려 어리석음을 깨치고 나약함을 일으킬 만하다.

 

晉宋淸談, 視之謀利, 則其氣岸, 亦足以矯情鎭物.

진송청담, 시지모리, 즉기기안, 역족이교정진물.

 

진송(晉宋)의 ‘청담(淸談)’은 이익에 골몰하는 것에 비하면 그 기개가 또한 인정(人情)을 바로잡고 세상을 진정시키기에 충분하다.

 

其未知從事於聖學, 而不循義理之安, 張皇意氣之發,

기미지종사어성학, 이불순의리지안, 장황의기지발,

 

그러나 성인의 학문을 따를 줄 몰라서 의리에 안주하지 않거나, 호기를 부리고 허세를 떨어,

 

以至於亡人之國而不自知其爲非也, 則亦無補於世敎也較然矣.

이지어망인지국이불자지기위비야, 즉연무보어세교야교연의.

 

나라를 망치고서도 스스로 그 잘못을 모르니, 전혀 교화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蓋節義底人, 其心高視天下, 而傲睨一世, 出乎禮義之規, 不屑性命之正.

개절의저인, 기심고시천하, 이오예일세, 출호예의지규, 불설성명지정.

 

‘절의파’는 천하를 깔보며 세상을 우습게 안다. 예의범절 따위에 얽매이지 않으며 바른 본성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使天下之人, 皆有以自是而非人, 終至於羣狡竝起, 睥睨神器.

사천하지인, 개유이자시이비인, 종지어군교병기, 비예신기.

 

그래서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만 옳고 남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마침내 간웅(奸雄)이 들고일어나 임금의 자리를 엿보도록 한다.

 

至於淸談之類, 則只是隨波逐流底人.

지어청담지류, 즉지시수파축류저인.

 

‘청담가’는 사실상 바람 불고 물결치는 대로 세태를 쫓는 사람들이다.

 

自以爲不要富貴而能忘貧賤. 然而這一邊, 雖似淸高; 那一邊, 實未免招權納貨,

자이위불요부귀이능망빈천, 연이저일변, 수사청고: 나일변, 실미면초권납화,

 

스스로 부귀는 원하는 바 아니며 빈천도 잊었다고 하지만, 한쪽으론 고상한 척하며, 돌아서서는 권력을 탐하고 재물을 챙긴다.

 

亦使一時之慕效者, 相率而爲驕虛浮誕, 卒無以爲振起恢復之策, 以成其簒奪之勢.

역사일시지모효자, 상솔이위교허부탄, 졸무이위진기회복지책, 이성기찬탈지세.

 

이들 또한 추종하는 사람들을 허황되고 오만하게 만들어 마침내 퇴폐한 세상을 회복시킬 방법이 없도록 하니, 역시 찬탈의 형세를 지어내게 된다.

 

蓋其節義慕巢許; 淸談祖莊老, 而築底爲獘, 至於如此.

개기절의모소허; 청담조장로, 이축저위폐, 지어여차.

 

‘절의파’가 소부(巢父)나 허유(許由)를 흠모하고, ‘청담가’가 장자(莊子)나 노자(老子)를 숭앙하여 쌓여온 폐단이 이에 이르렀지만,

 

而源其所始, 皆不知有明德新民之學, 而獨善於倫之外,

기원시소시, 배부지유명덕신민지학, 이독선어이윤지외,

 

따져보면 모두 수신과 치국의 학문을 모르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즉 절의는 인륜과 도덕에서 벗어난 독선적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며,

 

不究其視聽言動之理, 而自逸於檢防之節, 是皆衰世之所尙.

불구기시청언동지리, 이자일어검방지절, 시개쇠세지소상.

 

청담은 인간이 사는 이치를 생각하지 않고,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무시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이는 모두 말세에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其得罪於聖賢中和之道, 則通萬古而猶必一談.

기득죄어성현중화지도, 즉통만고이유필일담.

 

따라서 성현의 가르침인 중화(中和)의 도리에 죄를 짓는 것은 만고에 변함없이 똑같다.

 

後之爲國者, 其可監, 而爲學者, 亦可戒也. 讀朱子之書, 因感漫筆焉.

후지위국자, 기가감, 이위학자, 역가계야. 독주자지서, 인감만필언.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거울삼을 만하며 학문에 종사하는 자도 역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주자의 글을 읽다가 느낀 바 있어 어지러이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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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청(鄭介淸, 1529~1590)의 『우득록(愚得錄)』중「동한진송소상부동설(東漢晉宋所尙不同說)」

*頑(완): 완고하다. 무디다. 둔하다.

*懦(유): 나약하다. 만만하다.

*岸(안): 언덕. 기슭. 뛰어나다.

*循(순): 쫓다. 빙빙돌다.

*睨(예): 흘겨보다.

*屑(설): 가루. 조촐하다. 불편하다.

*睥(비): 흘겨보다. 옅보다.

*簒(찬): 빼앗다. 주살로 잡다.

*獘(폐): 넘어지다. 해어지다. 弊의 속자.

*彝(이): 떳떳하다. 법. 영원히 변하지 않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