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법안 문익

월지 2006. 4. 2. 23:56
 

법안(法眼: 885~958)은 절강성(浙江省) 여항(餘杭) 사람으로 속성은 노(魯)씨이며, 법명은 문익이다. 7세 때 전위(全偉) 선사에게 출가하였고, 당대의 율사인 희각(希覺) 율사의 문하에서 율을 익혔다.


법안이 도를 얻기 위해 남쪽으로 가서 장경원(長慶院)의 혜릉(慧稜) 선사의 문하에 들어갔으나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다시 도반과 함께 행각에 나섰다가 폭설로 길이 막혀 지장원(地藏院)에 머물게 되었고 그 곳에서 계침(桂琛)선사를 만났다. 며칠 후 눈이 그쳐 떠나겠다고 계침 선사에게 인사를 하자, 계침 선사가 문에서 전송하며 말했다.


"삼계가 다 마음 안에 있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뜰아래 돌덩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저 돌은 마음 안에 있는지, 마음 밖에 있는지 말해 보라."


법안이 대답했다.


"마음 안에 있습니다."


이에 계침 선사가 되물었다.


“행각하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 마음속에 돌덩이를 넣고 다니는가?"


이 말에 법안은 말문이 꽉 막혔다. 법안은 행각을 포기하고 계침 선사 문하에서 수행을 계속해 깨달음을 얻게 되어 그의 법을 이었다.


법안이 대나무를 가리키면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보이느냐?"


"보입니다."


"대나무가 눈으로 들어오느냐, 눈이 대나무까지 가느냐?"


"둘 다 아닙니다."


법안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숨 넘어 가는 소리냐?"


한 신도가 병풍 하나를 드리자 법안이 보더니 물었다.


"그대는 솜씨가 교묘한가, 마음이 교묘한가?"


"마음이 교묘합니다."


그러자 법안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그대의 마음인가?"


그 신도는 대꾸가 없었다.


하루는 어떤 부인이 시주하러 절에 들어와 스님의 나이에 따라 보시를 하고 있었다. 이때 한 스님이 말했다.


"저 불상 앞에도 한 푼 놓아야지요."


그 부인이 물었다.


"저 불상의 나이는 얼마나 됩니까?"


그 스님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법안이 말했다.


"마음에 찰 만큼 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을....."


어느 날 염관(鹽官) 스님이 대중에게 말했다.


"허공으로 북을 삼고, 수미산으로 북채를 삼는다면 어떤 사람이 칠 수 있겠느냐?"


대중은 묵묵부답이었다.


이 이야기를 남전 스님에게 말 했더니 남전 스님이 말했다.


"나 같으면 부숴 진 북을 치지 않겠다."


이 말을 들은 법안이 말했다.


"남전도 치지 못하는군."


도생(道生) 법사가 말했다.


"허공을 두드리니 메아리가 일어나고, 목어(木漁)를 치니 소리가 없구나."


이에 법안은 재(齋)를 알리는 목어소리를 듣고 시자에게 말했다.


"이 소리를 들었느냐? 조금 전에 들었다면 지금은 듣지 못할 것이고, 지금 듣는다면 조금 전에는 듣지 못했으리라 알겠느냐?"


법안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혜초라고 합니다. 부처란 어떤 것입니까/"


법안이 대답했다.


"네가 바로 혜초구나!"


한 스님이 수행하면서 암자 문에다가 '마음'이라고 써 놓고 창에도 벽에도 모두 '마음'이라고 써 놓았다. 법안이 이를 듣고 말했다.


"그냥 문에다가는 ‘문'이라 쓰고, 창에는 ‘창’, 벽에는 '벽'이라고만 쓰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