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운문 문언

월지 2006. 4. 2. 23:47
 

운문(雲門: 864~949)은 절강성(浙江省) 가흥(嘉興) 사람으로 속성은 장(張)씨이며 법명은 문언이다. 17세 때 공왕사(空王寺)의 지징(志澄) 율사에게 출가한 뒤 수년간 <사분율>을 배웠다. 그 후 목주도명(睦州道明)을 만나 선(禪)에 입문했다. 운문은 도종스님의 권유로 덕산선감의 제자인 설봉의존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되었고, 후일 운문종(雲門宗)의 창시자가 되었다.


운문이 처음 목주 선사를 만났을 때였다. 목주 선사는 문을 닫아걸고 운문을 만나 주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박대 속에서 운문은 목주 선사를 만날 기회를 엿보다가 사흘째 되는 날 잠깐 문이 열리는 틈을 타서 뛰어 들었다. 이때 목주 선사가 소리를 질렀다.


"말해 봐라, 말해봐라!"


밑도 끝도 없는 이 소리에 운문이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꺼내려 하자 목주 선사는 냅다 떠밀어 버리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진나라 때 황제의 수레바퀴에 구멍 뚫린 놈이로구먼."


이 말에 운문은 막혔던 귀가 번쩍 뚫렸다.


하루는 한 제자가 물었다.


"한 입에 몽땅 삼킬 때의 마음은 어떠합니까?"


운문이 대답했다.


"내가 너의 뱃속에 들어있느니라."


"어째서 저의 뱃속에 계십니까?"


이에 운문이 소리를 질렀다."


“내가 한 이야기를 돌려다오. 이놈!"


어느 보름날 아침이었다. 운문이 대중들에게 말했다.


"보름날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겠다. 보름날 이후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각자 말해보라."


운문의 이 말에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운문이 스스로 대답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구나.(日日是好日)"


한 스님이 찾아와서 물었다.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운문이 대답했다.


"나무는 앙상한 모습이고, 천지엔 가을바람만 가득하지."


한번은 어떤 스님이 찾아와서 운문에게 물었다.


"청정법신(淸淨法身)이란 어떤 것입니까?"


"약초밭의 울타리니라."


그러자 이 스님이 말했다.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됩니까?"


이에 운문이 다시 대답했다.


"황금털의 사자니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의 본체(本體)란 어떤 것입니까?"


운문이 대답했다.


"너무 커서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운문은 찾아온 스님에게 종종 물었다.


"어디 있다가 왔나?"


"서선(西禪) 스님 문하에 있다가 왔습니다."


"요즘 서선 스님은 무슨 말을 했나?"


이 말에 찾아온 스님은 대답 대신 두 손을 불쑥 내밀었다. 이 순간 운문은 말없이 한 대 후려쳤다. 한대 맞은 스님이 대들었다.


"제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


운문이 도리어 두 손을 불쑥 내밀었다. 그 스님이 무슨 뜻인지 몰라 멀뚱히 쳐다보는 순간 운문은 다시 한 번 후려쳤다.


운문이 여러 스님에게 주장자를 불쑥 내밀며 말했다.


"이 주장자가 변해서 용이 되어 우주를 삼켜 버렸다. 자, 산하(山河)와 대지(大地)는 어디 있느냐?"


한번은 어떤 스님이 운문에게 물었다.


"부처도 조사도 다 뛰어넘은 말을 어떤 것입니까?"


운문이 대답했다.


"호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