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본적
조산(曹山: 839~901)은 천주(泉州)의 포전현(蒲田縣) 사람으로 속성은 황(黃)씨이다. 법명은 본적으로 어릴 때 유학(儒學)을 공부하다가 19세 때 출가하여 영석산(靈石山)으로 들어가 25세 때 구족계를 받고 동산(洞山)의 법을 이었다. 스승과 함께 중국 선종의 일파인 조동종(曺洞宗: 화두를 들고 하는 간화선이 아닌 화두 없이 선을 하는 묵조선을 하는 종파)을 열었다.
어느 날 선사가 스승인 동산에게 하직을 하니 스승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변함이 없는 곳으로 가렵니다."
"변함이 없다면 가는 것이 있겠는가?"
이제 조산이 말했다.
"가더라도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는 이네 인연 따라 방랑하였다. 처음에는 무주(撫州)의 조산(曺山)에서 살다가 나중에는 하옥산(荷玉山)으로 옮겼다. 이 때 종릉(鐘陵) 대왕이 조산을 흠모하여 세 번이나 사신을 보내 청했으나 병을 핑계 삼아 응하지 않았다. 세 번째 사신을 보낼 때 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도 조산선사를 모셔오지 못하면 나를 만날 필요도 없느니라."
사신이 명을 받들고 산에 와서 슬피 울며 말했다.
"화상께서 대자비를 베풀어 이 중생을 구제해 주소서. 왕명에 따라 주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은 모두 죽습니다."
이 말을 들은 조산은 "사신께 후환이 없도록 옛 어른의 시 한 수를 전하리라."하고는 다음의 시를 써 보냈다.
"시들어 가는 나뭇등걸이 숲속에 끼여 있어
몇 차례 봄을 만났건만 그 마음 변하지 않네.
나무꾼도 오히려 돌아보지 않거늘
이름난 목수가 무엇 하러 뒤쫓는가?"
왕은 이 시를 보고 조산이 있는 곳을 향해 절하며 말했다.
"제자는 금생에 영영 선사를 뵙지 못하게 되었구나."
청세(淸稅)라는 스님이 조산을 찾았을 때였다.
"저는 외롭고 가난합니다. 스님께서 구제해 주십시오."
"청세야, 이리 가까이 오너라."
청세스님이 가까이 다가오자 조산이 말했다.
“천하의 명주를 서 되나 마시고도 아직 입술도 적시지 못했다는 건가?"
조산이 어느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하는가?"
"마당을 씁니다."
"부처님 앞을 쓰는가, 부처님 뒤를 쓰는가?"
"앞과 뒤를 한꺼번에 씁니다."
"내 짚신이나 갔다 다오."
어느 날 한 스님이 조산에게 물었다.
"나라 안에서 칼을 빼들 사람은 누구입니까?"
"나(曹山)다!"
스님이 물었다.
"누구를 죽이려고 했습니까?"
"무엇이든 모조리 죽인다."
그러자 스님이 다시 물었다.
"갑자기 전생의 부모를 만나면 어찌하겠습니까?"
"가리지 않는다."
그러자 또 다시 물었다.
"그러면 자신은 어찌하겠습니까?
"나를 누가 어쩐단 말이냐!"
"왜 죽이지 못합니까?"
이에 조산이 말했다.
"손 댈 곳이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