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앙산 혜적

월지 2006. 4. 2. 22:35
 

앙산(仰山: 807~883)은 광동성(廣東省) 소주(韶州)에서 태어났다. 속성은 섭(葉)씨이며, 법명은 혜적이다. 17세 때 출가하여 위산(?山)의 법을 이었다. 소석가(小釋迦)라 불릴 만큼 지혜가 깊었고 스승 위산의 법을 이어받아 위앙종(?仰宗)의 선풍(禪風)을 열어나갔다.


앙산이 상좌(上座)에게 물었다.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생각하지 말라 하였으니, 이런 때엔 어떻게 하겠는가?"


상좌가 대답했다.


"이런 때가 바로 제가 생명을 던질 때입니다."


"생명을 던지기 전에 어째서 나한테 묻지 않는가?"


"그럴 때엔 스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앙산이 말했다.


"이놈이 나를 부축하는 척하며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구나!"


하루는 어떤 행자(行者)가 법사(法師)를 따라 법당에 들어갔다가 부처님을 향해 침을 뱉었다. 이에 법사가 꾸짖었다.


"행자가 버릇이 없구나! 부처님에게 침을 뱉다니."


그러자 행자가 말했다.


"그럼 제게 부처님이 없는 곳을 가르쳐 주십시오. 거기에다 침을 뱉겠습니다."


법사는 대꾸하지 못했다. 이 일을 앙산이 듣고 법사를 불러 말했다.


"그땐 아무 말 없이 행자의 얼굴에 침을 뱉고, 만약 행자가 무어라 하거든,

'나에게 행자가 없는 곳을 가르쳐 주면 거기에다 침을 뱉겠노라.'고 했어야 옳다."


앙산이 위산의 제자로 있을 때에 위산이 앙산에게 말했다.


"얘야 어서 깨치거라. 문자와 개념에 집착하지 마라."


앙산이 말했다.


"믿는 것조차 싫습니다!"


그러자 위산이 물었다.


"믿기에 싫은 거냐? 아니 믿기에 싫은 거냐?


앙산이 대답했다.


"나 이외 뭘 믿을 수 있습니까?


그 말에 위산은 다그쳤다.


"그렇다면 넌 소승불법(小乘佛法)신도밖에 안돼."


앙산이 자리를 뜨면서 말했다.


"전 부처조차 싫습니다."


위산이 앙산의 뒤에 대고 말했다.


"경전에 부처의 말씀이 얼마나 되며 악마의 말이 얼마이더냐?"


"몽땅 악마의 말이요!"


위산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좋도다! 이젠 그 무엇도 널 어지럽게 못하리라."


앙산이 여름을 지내고 위산을 뵈러 왔다. 그러자 위산이 물었다.


"이번 여름을 어디서 어떻게 지냈더냐?"


"땅을 일구어 씨를 한 바구니 뿌렸습니다."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그러자 이번에는 앙산이 스승 위산에게 물었다.


"스님께선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낮에 밥 먹고 밤엔 잤다."


그러자 앙산이 말했다.


"그럼 스님께서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앙산이 동평에 있을 때 위산이 편지와 거울을 보내왔다. 거울을 받아든 앙산은 대중들에게 물었다.


"이 거울이 위산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말해보겠느냐? 내 것이라 해도 이것은 위산이 보낸 것이요. 위산의 것이라 하면 이는 그가 내게 준 것이거늘 대체 누구의 것이냐?"


앙산이 거푸 세 번을 물었으나 대답하는 이가 없자, 거울을 박살 내 버렸다.


스승 위산과 앙산은 함께 산을 구경하였다. 위산이 물었다.


"물질(色)을 보는 것이 곧 마음을 보는 것이 된다."


앙산이 되물었다.


"지금 '물질을 보는 것이 곧 마음을 보는 것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 나무들은 물질이니, 어느 나무가 스님께서 보신 마음입니까?"


위산이 대답했다.


"그대가 마음만을 본다면 어찌 나무가 보이겠는가? 나무를 본 것이 바로 그대의 마음이니라."


그러자 앙산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마음을 먼저 본 뒤에 나무가 보인다고 말할 것이지 어째서 나무를 본 뒤에 마음을 본다고 하십니까?"


위산이 말했다.


"지금 나는 나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대는 듣는가?"


앙산이 말했다.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시면 그 뿐이지 저에게 듣는가 못 듣는가는 물어서 뭣합니까?"


"나는 지금 그대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듣는가?"


이에 앙산이 말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신다면 그 뿐이지 듣는가 못듣는가는 물어서 무엇하는가? 그런 걸 물으시려면 나무에게 듣는가, 못 듣는가를 물으셔야 할 것입니다."


어떤 스님이 앙산에게 물었다.


"깜깜한 밤에도 나무는 분명이 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나무의 그림자는 있는 것입니까? 없는 것입니까?"


앙산이 말했다.


"있고 없는 것은 그만두고 너는 지금 나무가 보이는가?"


앙산이 어느 날 밤, 장사(長沙)화상과 같이 달구경을 하고 있었다. 앙산이 달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모두 저 놈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잘 사용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장사가 말했다.


"그러면 저 놈을 사용해보십시오."


앙산이 되물었다.


"네 놈은 어떻게 사용하느냐?"


그러자 장사가 갑자기 앙산을 걷어차서 넘어뜨렸다.


넘어진 앙산이 슬슬 일어서면서 "어찌 이리 호랑이 같은 남자냐?"고 하였다. 그때부터 장사화상은 '호(虎)화상'이라고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