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 종임
조주(趙州: 778~897)는 산동성 조주부(山東省 趙州府)에서 출생했으며 속성은 학씨, 법명은 종임(‘종심’이라고도 한다)이다. 어려서 출가하였으나 계를 받지 않고 편력하다가 남전보원(南泉普願)선사를 찾아갔다. 14세 때의 일이다. 아직 추위가 다 가시지 않은 이른 봄날이었던 모양이다. 남전은 양지바른 곳에서 낮잠을 자다가 찾아온 사미승 조주를 보고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예,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서상이라... 그럼 상서로운 모습은 보았는가?"
남전은 조주의 의중을 떠보았다. 그러자 조주는 대답했다.
"상서로운 모습은 보지 못했으나 누워있는 부처님은 보았습니다."
남전은 '이놈이 보통 놈이 아니구나.'하고 내심 놀라며 벌떡 일어나 앉아서 다시 물었다.
"너는 스승이 있느냐?"
이때 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전에게 절하면서 말했다.
"아직 추운 계절인데 스승님께서 존체 만복하시니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남전은 여기에서 이미 조주의 그릇을 알고 제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였다. 조주는 그 후 숭악(崇嶽)의 유리단에 가서 계를 받고 이내 남전 문하로 돌아와 60세가 될 때까지 남전을 모셨다. 그 후 조주는 60세의 고령으로 20년 동안을 떠돌아다니다가 80세가량 되었을 때에야 "칠세 어린애가 나보다 낫다면 내가 배울 것이요. 백세 노인이 나보다 못하다면 내가 가르칠 것이다."하면서 조주 교외의 관음원에 정주하여 깊은 지혜와 가벼운 유머로 많은 대중들을 위해 크게 교화를 폈다.
조주가 남전선사의 문하에 있을 때였다. 조주가 남전에게 물었다.
"무엇이 도(道)입니까?"
"평상심이 도이지"
조주는 다시 물었다.
"평상심이 무엇입니까?"
"그야 평상시 내는 마음이지."
그러자 조주는 남전에게 말했다.
"그러면 지금의 저의 마음도 평상심이겠습니다."
그러자 남전은 조주의 머리를 후려치며 말했다.
"예끼, 그것은 분별심이지 어찌 평상심이냐?"
조주가 남전문하에서 있을 때 남전의 문하들이 고양이를 주어서 길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주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 사이에 동당과 서당에서 서로 고양이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면서 다툼이 생겼다. 그 소리가 남전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어서, 남전이 고양이를 손에 들고는 "너희가 불도에 맞는 말을 하면 고양이는 살 것이나 만약 한마디도 못한다면 이 고양이는 살아남지 못하리라."하고 엄하게 물었다. 그러나 대중들이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러자, 남전은 서슴없이 냉큼 고양이를 베어 버렸다. 저녁에 조주가 산에서 나무를 하여서 돌아오자 남전은 조주를 불렀다.
"저녁에 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네가 거기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했겠느냐?"
조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짚신을 벗어 머리에 이고는 나가버렸다. 그것을 본 남전이 말했다.
"네가 있었더라면 고양이는 살았을 터인데..."
어느 날, 어떤 학승이 조주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無)"
학승이 다시 물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위로는 부처로부터 아래로는 곤충, 미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성이 있다 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불성이 없습니까?"
조주가 대답했다.
"분별하기 때문에 없다."
다른 날, 또 다른 학승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있지."
학승이 다시 물었다.
"불성이 있는데 어찌 개 거죽을 덮어쓰고 있습니까?"
"잘 알기에 일부러 범한 것이야."
어느 날 또 다른 학승이 조주에게 물었다.
"달마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祖師西來意)"
"뜰 앞의 잣나무니라.(庭前柏樹子)"
그러자 학승은 따지듯이 말했다.
"선사께서는 비유를 들어 말하지 마십시오."
"나는 비유를 들어 말하지 않는다."
이에 학승이 다시 물었다.
"달마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조주가 다시 대답했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루는 젊은 유생(儒生)이 조주를 찾아와 손에 들고 있는 주장자를 보면서 물었다.
"부처님은 중생의 원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그렇다."
"저는 스님께서 가지고 계신 주장자를 갖고 싶습니다."
그러자 조주는 유생을 건너다보면서 말했다.
"군자는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빼앗는 법이 아니다."
이 말에 유생은 얼른 응수했다.
"스님, 저는 군자가 아닙니다."
유생은 아주 기지 있게 대답했다. 그러나 조주는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되받아 말했다.
"나도 부처가 아니니라."
관직에 있는 사람이 조주를 찾아와서 물었다.
"대선지식도 지옥에 갑니까?"
" 암, 가고말고, 내가 제일 먼저 간다."
"도인이 어째서 지옥에 갑니까?"
이에 조주가 대답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을 볼 수 있겠는가?"
조주가 자신을 찾아오는 어느 학인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이곳을 와본 적이 있는가?"
"처음 입니다."
"그래? 그럼 차나 한잔 들게나."
조주는 또 다른 학인이 찾아오니까. 그 학인에게도 역시 물었다.
"그대는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가?"
"네, 전에 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앞의 학인에게 한 것과 똑 같이 말했다.
"그래? 그럼 차나 한잔 들게나."
그것을 보고 있는 원주가 조주에게 물었다.
"선사께서는 어째서 이곳에 왔던 사람이나, 처음 온 사람이나 다 같이 차나 한잔 들라고 하십니까?"
이 말에 조주는 원주를 돌아보며 말했다.
"원주! 자네도 한잔 들게나."
조주는 어느 날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이 모임에는 굴 안에 있는 사자도 있다. 그런데 사자 새끼만 없구나."
이 때 어떤 스님이 일어서서 손가락을 서너 번 튀기니 조주가 물었다.
"왜 그러는가?"
"사자의 새끼입니다."
이에 조주가 말했다.
"내가 사자 새끼라고 한 말이 이미 잘못된 것인데, 자네가 다시 발길질을 하니 무슨 쓸모가 있나?"
초심자가 조주를 찾아와 예를 드리자 조주가 물었다.
"무얼 가져 왔느냐?"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럼 내려놓게"
그러자 그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습니까?"
"그럼 계속 들고 있게."
조주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이 죽었을 때였다. 방장인 조주도 장례 행렬에 참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많은 죽은 사람들이 한사람의 산 사람을 쫓아가는군."
참선하는 어떤 스님이 조주를 찾아와서 물었다.
"스님, 가장 다급한 일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조주가 다급하게 일어나며 말했다.
"오줌 좀 눠야겠다. 이런 사소한 일도 이 늙은 중이 직접 해야 하는구나."
한 여승이 조주에게 물었다.
"저, 은밀한 도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조주는 여승의 몸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바로 이거다."
그러자 여승은 기겁을 하며 뿌리치면서 말했다.
"어머! 선사님께서 그러실 줄 몰랐어요."
조주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그러한 거다."
한 스님이 조주를 찾아와서 예를 드리면 말했다.
"저는 공부한 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큰 스님께서 잘 지도해 주십시오."
이에 조주가 물었다.
"저녁 공양은 했느냐?"
"예"
"그럼 바리때나 씻어라."
하루는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주입니까?"
조주가 대답했다.
"동문도 있고, 서문도 있고, 남문도 있고, 북문도 있다."
조주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오래 전부터 스님의 돌다리에 관해서 들었습니다만, 와서 보니 통나무 다리만 보이는 군요."
조주가 말했다.
"너는 통나무 다리만 보고 돌다리는 못 보는구나."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돌다리입니까?"
"당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너지."
조주가 그의 시자인 문원(文遠)과 못나기 내기를 하였다. 문원이 먼저 조주에게 말을 하라고 하자 조주가 입을 열었다.
"나는 한 마리 나귀와 같다."
"저는 그 당나귀의 다리와 같습니다."
그러자 조주가 말했다.
"나는 나귀 똥이다."
문원이 말했다.
"저는 그 똥 속의 벌레와 같습니다."
조주가 물었다.
"너는 똥 속에서 무엇을 하려느냐?"
문원이 대답했다.
"여름 안거(安居)를 지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