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서당 지장

월지 2006. 3. 28. 20:27
 

서당(西堂 : 735 ~ 814)은 건주(虔州), 즉 강서성의 감현 사람이다. 속성은 료(廖)씨이며 법명은 지장이다. 8세 때 스승을 따라 가서 20세 때 수계를 했다. 어려서부터 용모가 범상치 않아 한 관상가가 "그대의 기골은 비범하여 틀림없이 법왕(法王)의 보좌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 당시 불적암(佛迹庵)에서 교화를 떨치고 있던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문하에 들어가 그의 법을 이었다.


어느 날 한 속인이 서당을 찾아와서 물었다.


"극락과 지옥이 있습니까?"


"있지."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는 있습니까?


"있지."


그 밖의 여러 가지를 물었으나 모두 있다고 대답했다.


"묻는 것마다 '있다'고 하시면 틀리지 않습니까?"


이에 서당이 되물었다.


"그대는 전에 다른 스승에게 배운 적이 있는가?"


"예, 저는 경산(徑山) 선사에게서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까."


"그래, 경산 선사는 그대에게 뭐라고 가르치던가?"


"경산 선사께서는 모든 것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서당은 다시 되물었다.


"그대는 처자식이 있는가, 없는가?"


"아내와 두 자식이 있습니다."


"경산 선사는 아내가 있던가, 없던가?"


"없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서당은 꾸짖는 투로 말했다.


"그것 봐라. 경산 선사가 '없다’고 한 것은 맞는 얘기가 아니냐."


이에 그 속인은 문득 깨달음을 얻고 절을 한 뒤 물러났다.


하루는 서당이 스승 마조의 심부름을 가게 되었다. 편지를 혜충 국사에게 전하는 일이었다. 길을 가다가 천사(天使 : 황제의 사자)를 만났다. 천사가 억지로 공양을 같이 하자고 하여 공양을 하고 있는데 당나귀가 히힝 하고 울었다.


천사가 서당을 놀려 주려고 나귀를 보며 말했다.


"예끼, 이놈의 중이"


서당이 천사를 바라보니 손가락으로 나귀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서당은 천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놈의 당나귀가!"


천사는 꼼짝 못했다.


서당이 혜충 국사의 처소에 이르자 국사가 물었다.


"그대 스승은 어떤 법을 가르쳐 주던가?"


서당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서 서니 혜충 국사가 다시 물었다.


"그것뿐인가? 아니면 또 있는가?"


서당은 말없이 다시 동쪽으로 가서 섰다.


그러자 국사가 말했다.


"그것은 마조의 방법이다. 그대의 방법은 무엇인가?"


서당이 입을 열었다.


"이미 다 아뢰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