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동양

석두 희천

월지 2006. 3. 28. 19:16
 

석두(石頭 : 700 ~ 790)는 영남(嶺南)의 광동(廣東) 고요현(高要縣)사람이다. 속성은 진(陳)씨이며, 법명은 희천(希遷)이다. 원래 6조 혜능(慧能)선사의 문하에서 사미 시절을 보냈다. 혜능에게 법을 이어받지 못하고 혜능이 세상을 떠나며 청원에게 의탁하라고 했다. 이때 석두 나이는 겨우 14세였다. 개원(開元)16년(728)에 구족계를 받은 후 청원행사(靑原行思)의 법을 잇고 마침내 일대의 선사가 되었다.


6조 혜능 대사가 입적할 때 석두가 물었다.


"스승님께서 입적하신 뒤에는 누구를 의지해야 합니까?"


"청원을 찾아가거라."


그 후 혜능이 입적하자 바로 청원산(靑原山) 정거사(靜居寺)로 청원선사를 찾아갔다.


청원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조계(曺溪: 혜능이 주석하던 곳)에서 왔습니다."


청원이 등을 긁는 기구인 소양자(搔痒子)를 들면서 물었다.


"거기에도 이런 것이 있던가?"


"거기뿐 아니라 서천(西天)에도 없습니다."


"그대는 서천에 가본 적이 있는가?"


"갔었다면 있는 것입니다."


"틀렸으니 다시 말하라."


"화상께서도 반쯤은 말씀하십시오. 어째서 저에게만 말하라고 하십니까?"


석두의 이 말에 청원이 말했다.


"그대는 조계(曺溪)에 있었다는데 무엇을 얻어 가지고 왔는가?"


석두가 즉시 대답했다.


"조계에 가기 전에도 잃은 것이 업습니다."


"그럼 뭣하러 조계에 갔었는가?"


"제가 조계에 가지 않았더라면 어찌 잃은 것이 없는 줄 알겠습니까?"


그리고는 도리어 청원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일찍이 조계에 게실 때에 큰 스님을 아셨습니까?"


이 말에 청원이 되받아 물었다.


"그대는 지금 나를 아는가?"


"압니다."


"알기는 개코를 알아?"


석두가 청원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영남에서 나오신 뒤, 여기에 얼마나 머물러 계셨습니까?"


"나도 모른다. 그대는 언제 조계를 떠났는가?"


"저는 조계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대가 온 곳을 안다."


이때 석두가 한마디 쏘았다.


“스님께선 어른이신데 경솔한 말씀 마십시오."


청원은 석두가 예삿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문하에 머물게 하고 후일 석두에게 법을 이어주었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석두에게 와서 물었다.


"어떤 것을 해탈이라고 합니까?"


"누가 너를 속박했더냐"

 

"어떤 것이 정토(淨土)입니까?"


"누가 너를 더럽혔더냐?"


"어떤 것이 열반입니까?"


"누가 너에게 생사를 주었더냐?"


태전(太顚)스님이 석두에게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있다고 하는 것이나 없다고 하는 것이나 다 틀려먹었다.'고 하니 스님께서 이 틀린 것을 제거해 주십시오."


이때 석두가 말했다.


"한 물건도 없는데 제거한다는 것은 무엇을 제거한다는 말인가? 목구멍과 입을 통하지 말고 속히 말해보라."


태전은 대답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문 안에 들어왔느니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본래의 모습입니까?"


석두가 말했다.


"그대는 어째서 나한테 묻는가?"


"스님에게 묻지 않으면 어찌 얻겠습니까?”


"언제 잃었기에 얻겠다는 것인가?"


어떤 스님이 석두를 찾아왔다.


선사가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강서(江西)에서 옵니다."


"강서라면 마조(馬祖)선사를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선사는 곁에 있는 큰 말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조가 어찌 저 말뚝과 같겠는가?"


이 느닷없는 말에 그 스님은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끔뻑거리고 있다가 떠나갔다. 그 스님이 마조 선사에게 가서 앞의 이아기를 하며 그 뜻을 풀어주기를 청하자, 마조선사가 물었다.


"그대가 본 말뚝은 얼마나 크던가?"


"몹시 컸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힘이 장사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대가 남악(南嶽)에서 큰 말뚝 하나 지고 예까지 왔으니 어찌 장사가 아니겠는가?"


어느 날 석두가 약산(藥山)스님에게 물었다.


"너는 거기서 무엇 하느냐?"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가만히 앉아 있느냐?"


"가만히 앉아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무엇을 하는 것이 됩니다."


"너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하니, 하지 않는 그것은 무엇인가?"


"일체의 성인들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