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 2006. 3. 28. 15:49
 

달마(達摩 : ? ~ 528)는 남인도 향지국(香至國)의 셋째 왕자로 태어났다. 본명은 보리다라이다. 보리다라는 동인도 승려 반야다라(般若多羅 : ? ~ 457)의 제자로 반야다라에게서 법을 이어받은 뒤 보리달마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달마는 40년 동안 스승인 반야다라를 섬겼다.


하루는 달마가 스승에게 물었다.


"저는 이미 법을 얻었는데 이제 어느 나라에 가서 교화를 해야 합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네가 나의 법을 이어받았으나 너무 멀리 교화하러 가지 말고, 내가 열반에 들고 나서 6,7년 후에 중국에 가서 법음(法音)을 전하도록 하라."


이후 달마가 중국에 와서 양나라 무제(武帝)를 만났다. 그 때가 520년(梁나라 보통 1년) 10월이었다.


양무제가 물었다.


"짐이 즉위한 후로 오늘까지 스님들을 공양하고, 절을 짓고, 경전을 펴내고, 불상을 조성했는데, 이러한 공덕은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런 공덕이 없습니다."


"어째서 공덕이 없습니까?"


"이런 공덕은 중생세계에서는 조그마한 과보라고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생사를 윤회하는 원인을 만들 뿐입니다. 이는 마치 형태를 따르는 그림자가 있기는 하나 그 그림자는 실체가 없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양무제가 의아스러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실한 공덕입니까?”


"본체가 맑고 공적(空寂)한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이런 지혜는 세속적인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자 무제는 다시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성스러운 진리 가운데 첫째가는 것입니까?"


달마가 대답했다.


"진리는 확연하여 아무것도 성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무제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짐(朕)을 대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입니까?"


"모릅니다."


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나중에는 얼굴까지 붉힌 채 말이 없었다.


달마는 아직도 심법(心法)을 펴기에는 인연이 닿지 않음을 알고 그해 10월 19일에 양나라를 떠났다.


이때 양나라 고좌사(高座寺)에 있던 지공(志公)화상이 일부러 양무제를 찾아가서 이렇게 물었다.


"듣건데 인도에서 승려가 왔다는데 어디 계십니까?"


양무제는 불쾌한 듯이 말했다.


"어제 양자강을 건너 위(魏)나라로 갔소,"


이 말에 지공 화상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보았지만 보지 못했고, 만났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가 누구란 말이요?"


"달마 대사는 부처님의 심법을 전하는 분입니다."


이 말에 무제는 한탄하면서 말했다.


"보았지만 본 것이 아니고, 만났지만 만나지 못했도다."


양무제가 즉시 중사(中使) 조광문(趙光文)을 보내어 달마를 다시 모셔오려고 하자 지공 화상이 말했다.


"조광문 뿐만 아니라 온 나라 사람이 다 가서 청해도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달마는 위나라 효문제(孝文帝)가 인도의 불타 선사를 위해 세워 놓았던 숭산(嵩山)의 소림사(小林寺)에 들어가 9년 동안 참선만 하였다. 이때 그의 심법을 이을 혜가(慧可)를 만난다. 혜가는 원래 노장학을 익히다가 40세가 넘어 달마를 만나 스승으로 섬겼다. 혜가는 소림사에 와서 매일 법을 물었으나 달마는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하루는 혜가가 '옛사람들은 법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는데 나 또한 무엇을 아끼랴?' 이렇게 생각하고 달마의 방문 앞에서 밤새 눈을 맞으며 꼼짝도 하지 않고 날을 새웠다. 날이 새자, 그제야 달마가 혜가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너는 눈 속에 서서 무엇을 구하려 하느냐?"


혜가는 꼿꼿이 선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바라옵건대 감로(甘露)의 문을 활짝 열어 뭇 중생을 널리 건져 주소서."


이에 달마가 말했다.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는 여러 겁을 수행해야만 얻어지는 것이다. 너의 작은 뜻으로는 큰 법을 얻으려 해도 얻을 수가 없느니라."


이 말을 듣고 혜가는 즉시 날카로운 칼을 뽑아 자신의 왼팔을 끊어 달마앞에 놓았다. 그제서야 달마는 입을 열었다.


“여러 부처님들과 보살들이 법을 구할 때엔 육신을 육신으로 보지 않았고, 목숨을 목숨으로 보지 않았다. 네가 이제 팔을 끊었으니 법을 구할 만 하다."


이렇게 해서 혜가는 달마의 제자가 되었다.


하루는 혜가가 달마를 찾아와서 청했다.


"저의 마음이 아직 불안하니 저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십시오."


달마가 말했다.


"그래?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안하게 해 줄테니."


혜가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무리 찾아도 마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찾아지면 그것이 어찌 너의 마음이겠느냐! 벌써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달마는 이렇게 말하고 혜가에게 되물었다.


“너의 마음을 이미 편안하게 해주었다. 너는 보고 있느냐?"


이 말에 혜가는 활짝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에야 모든 법이 본래부터 공적하고 그 지혜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살은 생각을 움직이지 않고 지혜의 바다에 이르며, 생각을 움직이지 않고 열반의 언덕에 오르나이다."


"옳은 말이다."


"스승이시여, 이 법을 문자로 기록할 수 있습니까?"


이때 달마는 다음과 같이 일렀다.


"나의 법은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하니 문자를 세우지 않느니라."


달마의 이 말은 후세 선종(禪宗)의 종지(宗旨)가 되었다. 즉, 문자를 세우지 않고(不立文子), 언어 밖의 마음과 마음을 전하며(敎外別傳), 바로 사람의 마음을 직관해서(直指人心), 부처를 이루는(見性成佛) 것이다.


달마는 중국 선종의 시조로 숭앙받으면서 그 선의 생명이 오늘까지 끊이지 않고 흘러넘치고 있다.


서기 536년 달마는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제자들을 불렀다.


"너희들은 깨달은 바를 이야기 해보라."


한 제자가 말하기를,


"문자에 집착하지 않되 포기하지 말며 그걸 구도의 도구로 운용합니다."


"네가 얻은 것은 내 껍질(皮)뿐이다."


다른 제자가 말하기를,


"제가 이해하건데, 부처의 나라를 기쁘게 본 것처럼 한번 봄으로 그치는 것입니다."


"넌 고작 내 살(肉)만 얻었다."


또 다른 제자가 일렀다.


"사대(四大) 본래 공(空)이요. 눈․귀․코․혀․몸도 공이요. 어디에도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너는 내 뼈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혜가의 차례가 되자, 혜가는 달마에게 예를 행하고 꼼짝하지 않고 서있을 뿐이었다.


이에 달마가 크게 웃으며,


"넌 나의 골수(骨髓)를 얻었구나."


이에 달마는 혜가에게 의발을 전해주며 그에게 법을 전하며, 게송을 읊었다.


吾本來唐國  내 본시 당나라에 와서

오본래당국

傳敎救迷情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여 미혹한 중생을 구하노니

전교구미정

一花開五葉  한 꽃에 다섯 잎이 피니

일화개오엽

結果自然成  그 결과가 자연히 이루리로다.

결과자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