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
굴원(屈原/BC 343 ?~BC 277 ?)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비극 시인으로 초(楚)의 왕족과 동성(同姓). 이름은 평(平). 생몰연대는 기본자료인 《사기(史記)》 <굴원전>에 명기(明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설이 있으나, 지금은 희곡 《굴원》의 작자인 곽말약[郭沫若]의 설에 따른다.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 회왕(懷王)의 좌도(左徒:左相)의 중책을 맡아, 내정·외교에서 활약하였으나 법령입안(法令立案) 때 궁정의 정적(政敵)들과 충돌하여, 중상모략으로 국왕 곁에서 멀어졌다. 《이소(離騷)》는 그 분함을 노래한 것이라고 《사기》에 적혀 있다. 그는 제(齊)나라와 동맹하여 강국인 진(秦)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합종파(合縱派)였으나, 연형파(連衡派)인 진나라의 장의(張儀)와 내통한 정적과 왕의 애첩(愛妾)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왕은 제나라와 단교하고 진나라에 기만당하였으며, 출병(出兵)하여서도 고전할 따름이었다. 진나라와의 화평조건에 따라 자진하여 초나라의 인질이 된 장의마저 석방하였다.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 있던 굴원은 귀국하여 장의를 죽여야 한다고 진언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고 왕의 입진(入秦)도 반대하였으나 역시 헛일이었다. 왕이 진나라에서 객사(客死)하자, 장남 경양왕(頃襄王)이 즉위하고 막내인 자란(子蘭)이 영윤(令尹:재상)이 되었다. 자란은 아버지를 객사하게 한 장본인이었으므로, 굴원은 그를 비난하다가 또다시 모함을 받아 양쯔강 이남의 소택지로 추방되었다.《어부사(漁父辭)》는 그때의 작품이다. 《사기》에는 <회사부(懷沙賦)>를 싣고 있는데, 이는 절명(絶命)의 노래이다. 한편 자기가 옳고 세속이 그르다고 말하고, 난사(亂辭:최종 악장의 노래)에서는, 죽어서 이 세상의 유(類:법·모범)가 되고 자살로써 간(諫)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창사[長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죽었다. 그의 작품은 한부(漢賦)에 영향을 주었고, 문학사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된다.
漁夫辭
어부사
屈原
굴원
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樵悴 形容枯槁
굴원기방 유어강담 행음택반 안색초췌 형용고고
굴원이 이미 죄에 몰려 원지(遠地)에 추방(追放)되어 연못의 언덕에 방황하여 걸어가면서 시부(試賦)를 읊조렸다. 그 안색이 초췌하고 형색은 파리한 모습이다.
漁父 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 何故至於斯
어부 견이문지왈 자비삼려대부여 하고지어사
어부가 이것을 보고 굴원에게 물어 가로되,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닌가? 어떤 연고로 여기에까지 이르렀는가?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굴원왈 거세개탁 아독청 중인개취 아독성 시이견방
굴원이 이르기를, 세상은 모두 흐려 악에 물들어 있는 데 나 홀로 맑고 중인(衆人)이 욕심 때문에 미혹(迷惑)되여 취(醉)한 것 같은데 나 혼자 이성이 밝게 깨어 있으므로 이 때문에 죄로 몰려 추방되어 이곳에 왔노라.
漁父曰 聖人不凝滯於物而能與世推移
어부왈 성인불응체어물이능여세추이
어부가 이르기를, 성인(聖人)은 사물(事物)에 굳어버려 융통성(融通性)이 없게 하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추이(推移)한다.
世人皆濁 何不淈其泥而揚其波
세인개탁 하불굴기니이양기파
세인(世人)이 모두 흐려 악에 물들어 있으면 어찌하여 그 진흙에 더렵혀지고 같은 세파(世波)를 올려 그들과 동조(同調)하지 않고 자기만이 결백(潔白)을 주장하는가?
衆人皆醉 何不飽其糟而歠其醨
중인개취 하불포기조이철기리
많은 사람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그 즐거움에 취해 있으면 어찌하여 그 술 찌꺼기라도 먹고 그 박주(薄酒)라도 마시면서 세인과 더불어 살지 않고 혼자 각성(覺醒)하는가?
何故 深思高擧 自今放爲
하고 심사고거 자금방위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남보다 뛰어나게 고상한 행동을 하여 스스로 자신을 원지(遠地)로 추방당하게 하는가?
屈原曰 吾聞之
굴원왈 오문지
굴원이 이르기를, 나도 이러한 말을 들었다.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신목자필탄관 신욕자필진의
금방 머리를 씻은 사람은 반드시 관을 털어 쓰고 몸을 금방 씻은 자는 반듯이 옷을 털어 입는다.
安能以身之察察 受物之汶汶者乎
안능이신지찰찰 수물지문문자호
맑고 깨끗한 몸에 어찌하여 외물(外物)의 더러운 수치(羞恥)를 받게 할 수 있겠는가?
寧赴湘流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而蒙世俗之塵埃乎
영부상류장어가어지복중 안능이호호지백이몽세속지진애호
차라리 상수(湘水)에 가서 강물에 빠져 물고기 배속에 장사 지낼 지낼지언정 결백한 몸에 어찌 세속의 진애(塵埃)의 더러움을 입을 수 있겠는가.
漁父莞爾而笑 鼓枻而去
어부완이이소 고예이거
어부는 씽긋 웃으면서 호의를 표시하고 상앗대 소리 요란하게 배를 저어 떠났다.
乃歌曰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내가왈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그러면서 노래 불러 가로되,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을 것이고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遂去不復與言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수거불복여언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을 것이다. 마침내 가고는 다시 더불어 말하지 않았다.
離騷
이소
屈原
굴원
帝高陽之苗裔兮, 朕皇考曰伯庸.
제고양지묘예혜, 짐황고왈백용.
攝提貞于孟 兮, 惟庚寅吾以降.
섭제정우맹추혜, 유경인오이강.
皇覽揆余初度兮, 肇錫余以嘉名.
황남규여초도혜, 조석여이가명.
名余曰正則兮, 字余曰靈均.
명여왈정칙혜, 자여왈영균.
紛吾旣有此內美兮, 又重之以修能.
분오기유차내미혜, 우중지이수능.
扈江離與 芷兮, 秋蘭以爲佩.
호강리여벽지혜, 인추란이위패.
余若將弗及兮, 恐年歲之不吾與.
율여약장불급혜, 공년세지불오여.
朝 之木蘭兮, 夕攬洲之宿莽.
조건비지목란혜, 석람주지숙망.
日月忽其不淹兮, 春與秋其代序.
일월홀기불엄혜, 춘여추기대서.
惟草木之零落兮, 恐美人之遲暮.
유초목지영락혜, 공미인지지모.
不撫壯而棄穢兮, 何不改乎此度?
불무장이기예혜, 하불개호차도?
乘騏驥以馳騁兮, 來吾道夫先路.
승기기이치빙혜, 래오도부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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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임금의 후손으로서 나의 훌륭하신 선친의 자(字)는 백용이라 하셨네.
*마침 인년(寅年)의 인월(寅月), 즉 정월달 인일(寅日)에 나는 태어났네.
*선친께서 나의 출생일을 따져 보시고 비로소 나에게 좋은 이름을 내려 주셨네
*나의 이름은 정칙이며 자는 영균이라하네.
*나는 이미 이러한 타고난 아름다운 바탕을 지닌데다가 또 뛰어난 재능을 더불어 갖추었네.
*몸에는 궁궁이와 구리떼뿌리 같은 향초를 걸치고 추란을 꿰어서 의대에 장식하였네.
*세월이 빨라 나는 따르지 못하리니, 세월이 나를 기다리지 아니하네.
*아침에 언덕의 목락을 따고 저녁에는 물섬의 숙망풀을 캐는도다.
*해와 달이 빨라 오래 머물지 않으니, 봄과 가을이 차례대로 바뀌누나.
*초목이 시들어 떨어지려니 젊은 날이 가는 게 두렵구나.
*젊고 좋은 것을 지켜서 더러운 간악함을 버리려니, 어이 이 바르지 않은 태도를 바꾸지 아니하시나?
*준마를 타고 내어 달리리니, 오라! 내가 앞길을 인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