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한국

윤선도 2

월지 2006. 1. 11. 15:38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春 츈

 


압개예 안개것고 뒫뫼희 해비췬다

배떠라 배떠라

밤믈은 거의디고 낟믈이 미러온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江村강촌 온갓고지 먼빗치 더옥됴타


날이 덥도다 믈우희 고기떧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갈며기 둘식새식 오락가락 하나고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낫대는 쥐여잇다 濁酒탁쥬ㅅ甁병 시릿나냐


東風동풍이 건듣부니 믉결이 고이닌다

다라라 돋다라라

東湖동호를 도라보며 西湖셔호로 가쟈스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압뫼히 디나가고 뒫뫼히 나아온다


는거시 벅구기가 프른거시 버들숩가

이어라 이어라

漁村어촌 두어집이 냇속의 나락들락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말가한 기픈소희 온갇고기 뛰노나다


고은볃티 쬐얀는데 믉결이 기름갓다

이어라 이어라

그믈을 주어두랴 낙시를 노흘일가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濯歌纓탁영가의 興흥이나니 고기도 니즐로다


夕陽셕양이 빗겨시니 그만하야 도라가쟈

돋디여라 돋디여라

岸柳汀花 안류뎡화는 고븨고븨 새롭고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三公삼공을 불리소냐 萬事만사를 생각하랴


芳草방초를발와보며 蘭芷난지도 뜨더보쟈

배셰여라 배셰여라

一葉扁舟일엽편쥬에 시른거시 므스것고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갈제는내뿐이오 올제는달이로다


취하야 누얻다가 여흘아래 나리려다

배매여라 배매여라

落紅락홍이 흘러오니 桃源도원이 갓갑도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人世紅塵인세홍딘이 언메나 가렷나니


낙시줄 거더노코 篷窓봉창의 달을보쟈

닫디여라 닫디여라

하마 밤들거냐 子規 자규 소래맑게난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나믄 興흥이 無窮무궁하니 갈길흘 니젓딷다


來日래일이 또업스랴 봄밤이 몃덛새리

배브텨라 배브텨라

낫대로 막대삼고 柴扉새비를차자보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漁父生涯어부생애는 이렁구러 디낼로다


夏 하


 

구즌비 머저가고 시낻묻이 맑아온다

배떠라 배떠라

낫대물 두러메니 기픈 興흥을 禁금못할돠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煙江疊嶂연강덥쟝은 뉘라셔 그려낸고


년닙희 밥싸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드러라 닫드러라

靑篛笠쳥약립은 써잇노라 綠蓑衣녹시의 가져오냐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無心무심한 白鷗백구는 내좃는가 제좃는가


마람님희 바람나니 蓬窓봉창이 서늘코야

다라라 돋다라라

람바람 뎡할소냐 가는대로 배시겨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사어

北浦南江븍포남강이 어데아니 됴흘리니


믉결이 흐리거든 발을싯다 엇더하리

이어라 이어라

吳江오강의 가쟈하니 千年怒濤쳔년노도 슬플로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楚江초강의가쟈하니魚腹忠魂어복튱혼 낟글셰라


萬柳綠陰만류녹음 어릔고데 一片苔磯일편태긔 奇特긔특하다

이어라 이어라

다리예 다닫거든 漁人爭渡어인쟁도 허믈마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鶴髮老翁학발로옹 만나기든 雷澤讓居뢰택양거 效則효측하쟈


긴날이 져므는줄 興흥의 미쳐모라도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뱃대를 두드리고 水調歌슈됴가를 블러보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款乃聲中우애셩듕에 萬古心만고심을 긔뉘알고


夕陽 셕양이 됴타마는 黃昏황혼이 갓갑거다

배셰여라 배셰여라

바회 우희에 구븐길 솔아래 빗겨잇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碧樹鶯聲벽슈앵셩이 곧곧이 들리나다


몰래 우희 그믈널고 둠미퇴 누어쉬쟈

배매여라 배매여라

모괴를 믭다하랴 蒼蠅창승과 엇더하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다만한 군심은 桑大夫상대부 드르려다


사이 風浪풍낭울 미리 어이 짐쟉하리

닫디여라 닫디여라

野渡橫舟야도횡쥬 뉘라셔 닐럿는고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澗邊幽草간변유초도 眞實진실로 어엳브다


蝸室와실을 바라보니 白雲백운이 둘러잇다

배븟텨라 배븟텨라

부들부체 가라쥐고 石逕셕경으로 올라가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漁翁어옹이 閑暇한가터냐 이거시 구실이라


秋 츄


 

物外믈외예 조한일이 漁父生涯어부생애 아니러냐

배떠라 배떠라

漁翁어옹을 욷디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四時興사시흥이 한가지나 秋江츄강이 읃듬이라


水國슈국의 가을히 드니 고기마다 살져읻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萬頃澄波만경딩파의 슬카지 容與용여하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人間인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됴타


白雲백운이 니러나고 나모긋티 흐느긴다

다라라 돋다라라

밀믈의 西湖셔호-오 혈믈의 東湖동호가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白蘋紅蓼백빈홍료 난곳마다 景경이로다


그러기 떳난밧긔 못보던 뫼 뵈나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하려니와 取취한거시 이 興흥이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夕陽셕양이 바애니 千山쳔산이 錦繡금슈-로다


銀唇玉尺은슌옥쳑이 몃치나 걸렫나니

이어라 이어라

蘆花로화의 블부러 갈해야 구어노코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딜병을 거후리혀 박구키예 브어다고


바람이 고이부니 다론돋긔 도라와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暝色명색은나아오대 淸興쳥흥은 머러읻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紅樹淸江홍슈쳥강이 슬믜디도 아니한다


흰이슬 빋견는데발근달 도다온다

배셰여라 배셰여라

鳳凰樓渺봉황루묘 然연하니 淸光쳥광을 눌을줄고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玉兔옥토의 띤는 藥약을 豪客호객을 먹이고샤


乾坤건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드메오

배매여라 배매여라

西風塵셔풍딘 몯미츠니 부체하야 머엇하리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드론말이 업서시니 귀시서 머엇하리


옷우희 서리오되 치운줄을 모를로다

닫디여라 닫디여라

釣船됴션이 좁다하나 浮世부셰과 얻더하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리하고 모뢰도 이리하쟈


松間石室숑간셕실의 가 曉月효월을 보쟈하니

배브텨라 배브텨라

空山落葉공산락엽의 길흘엇디 아라볼고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白雲백운이 좃차오니 女蘿衣녀라의 므겁고야


冬 동


 

구룸거든 후의 힏빋치 두텁거다

배떠라 배떠라

天地閉塞텬디폐색 호대바다흔 依舊의구하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업슨 믉결이 깁편듯하어잇다


주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앋느냐

닫드러라 닫드러라

瀟湘洞庭쇼샹동뎡은 그믈이 언다한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때예 漁釣어됴하기 이만한데 업도다


여튼 갣고기들 히먼소해 다갇느니

다라라 돋다라라

져근덛 날됴흔제 바탕의 나가보쟈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밋기 곧다오먼 굴근고기 믄다한다


간밤의 눈갠 後후에 景物경믈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는 萬頃琉璃만경류리 뒤희는 千疊玉山쳔텹옥산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仙界션계ㄴ가 佛界불계ㄴ가 人間인간이 아니로다


그믈낙시 니저두고 뱃젼을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압개를 건너고쟈 멷번이나 혜여본고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無端무단한 된바람이 행혀아니 부러올까


자라가는 가마괴 믿낟치 디나거니

돋디여라 돋디여라

압길히 어두우니 暮雪모셜이 자자뎓디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鵝鴨池아압디를 뉘텨셔 草木慙초목참을 싣돋던고


丹崖翠壁단애취벽이 畫屛화병같티 둘럿는데

배셰여라 배셰여라

巨口細鱗거구셰린을 낟그나 몯낟그나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孤舟蓑笠고쥬사립에 興 흥계워 안잣노라


가의 외로온솔 혼자어이 싁익한고

배메여라 배메여라

머흔구룸 恨한티마라 世上셰샹을 가리온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波浪聲파랑셩을 厭염티마라 塵喧딘훤을 막는또다


滄洲吾道창쥬오도를 녜브터 닐럳더라

닫디여라 닫디여라

七里 칠리 여흘 羊皮 양피 옷슨 긔얻더 하니런고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三千六百삼쳔뉵백 낙시질은 손고븐제 엇디턴고


어와져 므러간다 宴息연식이 맏당토다

배븟텨라 배븟텨라

 가는 눈쁘린길 블근곳 흣더딘데 흥치며 거러가셔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雪月셜월이 西峯 셔봉의 넘도록 松窓숑창을 비겨잇쟈

 

*인터넷이 아래 아(.)자를 인신하지 못하여, 현대어의 '아'나 '으'의 형태로 표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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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詞(춘사)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온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다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東湖)를 돌아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숲인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맑은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고운 볕 쬐이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그물을 던져 둘까 낚싯대를 놓으리까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탁영가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물가의 버들 꽃은 고비고비 새롭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정승도 부럽잖다 만사(萬事)를 생각하랴


   방초(芳草)를 밟아보며 난지(蘭芷)도 뜯어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갈 때는 안개더니 올 때는 달이로다


   취(醉)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려다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잋이 흘러오니 신선경(神仙境)이 가깝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느냐 두견 소리 맑게 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남은 홍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더라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그리 길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어부의 평생이란 이러구러 지낼러라


夏詞(하사)


   궂은비가 점차 멎어가고 시냇물도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깊은 흥이 절로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싸인 산봉우리는 그 누가 그려낸 그림인가


   연(蓮)잎에 밥을 싸고 반찬은 준비하지 말아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는 가져 왔느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좇는 것인가 저가는 나를 좇는 것인가

  

   마름 잎에 바람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靜)할소냐 가는대로 배 맡겨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북쪽 개와 남쪽 강 어디 아니 좋겠는가


   물결이 흐리거든 발 씻은 들 어떠하리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오강에 가자 하니 자서원한(子胥怨限) 슬프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초강(楚江)에 가자 하니 굴원충혼(屈原忠魂) 낚을까 두렵다


   버들 숲이 우거진 곳에 여울돌이 갸륵하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다리에서 앞 다투는 어부들을 책망 하랴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백발노인을 만나거든 순제(舜帝) 옛일 본을 받자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돛대를 두드리며 수조가(水調歌)를 불러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뱃소리 가운데 만고의 수심을 그 뉘 알꼬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웠도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푸른 나무숲 꾀꼬리 소리 곳곳에 들리는구나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배 지붕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쉬파리와 어떠한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들을까 두렵다



   밤사이 바람 물결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사공은 간 데 없고 배만 가로놓였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작은 집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 올라가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어옹(漁翁)이 한가(閑暇)터냐 이것이 구실이다


秋詞(추사)


   물외(物外)의 맑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던가

   배 뛰워라 배 뚸워라

   어옹(漁翁)을 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사철 흥취 한가지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강촌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맑은 물에 실컷 즐겨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흰 그름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서호(西湖) 가고 썰물에 동호(東湖) 가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흰 마름 붉은 여뀌꽃 곳마다 아름답다


   기러기 날아가는 밖에 못 보던 산이 보이누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좋지마는 내 더욱 원하는 것은 새로운 자연을 즐기는 흥취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석양이 비치니 온 산이 수놓은 비단이로다

  

   커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불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오


   옆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흰 이슬 내렸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궁전(宮殿)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굴 줄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걸에 먹이고 싶구나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낙엽(空山落葉)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冬詞(동사)


   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가 막혔으니 바다만은 여전하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 고요하다


   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강(瀟湘江) 동정호(洞庭湖)는 그물이 언다 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이때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날씨가 추워지니 물이 얕은 포구의 고기들이 깊은 못으로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미끼가 아름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고 한다


   지난 밤에 눈 갠 후에 사방의 경물(景物) 혹은 경치가 달라졌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넓고 넓은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계(人間界)가 아니로다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자러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운데 저녁 눈이 꽉 차 있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거위 떼를 누가 쳐서 (자취)를 씻었던가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고주(孤舟)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앉았노라


   물가에 외롭게 선 솔 혼자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원망마라 인간세상을 가려준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 막는도다


   창주(滄洲)가 우리 도(道)라 옛부터 일렀더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칠리탄(七里灘)에 낚시질하던 엄자릉(嚴子陵)은 어떻던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십년 동안 낚시질하던 강태공은 어떻던고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 흥겨워하며 걸어가서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눈 달이 서산(西山)에 넘도록 송창(松窓)을 기대어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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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개예 : 앞 강변에. 앞 개울에

배떠라 : 배 띄워라. '떠라'는 '띄워라'의 오기인 듯함

지국총(至匊悤) : 닻을 감을 때 나는 소리.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의성화.

어사와(於思臥) : 배를 젓는 소리의 의성어. 엇샤. 어와.

닫드러라 : 닻을 들어라.

건듣 부니 : 얼핏 부니. 문득 부니.

돋다라라 : 돛을 달아라.

이어라 : 흔들어라. 노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탁영가(濯纓歌) : 굴원의 어부가(漁父詞)에 있는 노래로 '탁영'은 갓끈을 씻는다는 뜻이다

돋디여라 : 돛을 내리어라.

●굴원충혼(屈原忠魂) : 중국 춘추 시대에 초의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굴원의 본명은 평으로 초나라 희왕때  삼려대부가 되어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러나 참소로 인하여 왕이 멀리하므로 '이소'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뒤 경양왕 때에 다시 참소를 받아 양자강변으로 유배되었다. 이 곳에서 어부사를 지어 충성심을 밝히고 멱라수에 빠져 목숨을 끊었다. 그의 어부사 속에 '차라리 상수에 가서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하여 이 결백한 몸에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둘러쓴단 말가'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어복충혼(魚腹忠魂)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충신의 절조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뢰택양거(雷澤讓居) : 뇌택은 연못이름.

뱃대를 : 돛대를.

슈됴가(水調歌) : 뱃노래.

셩듕 :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뱃노래

만고심(萬古心) : 뱃노래 가운데 배어 있는 옛 사람들의 풍류

빗겨 있다 : 비스듬히 걸려 있다.

벽슈앵셩(碧樹鶯聲) : 푸른 나무에서 들리는 꾀꼬리 소리

몰괘 : 모래

둠 : 뜸. 풀로 거적처럼 엮은 물건.

모괴를 : 모기를

창승(蒼蠅) : 쉬파리

●상대부(桑大夫) : 전한의 재정가인 상흥양을 말하는 데 소인배를 말하는 것으로 간신을 상징하므로 부정적 시어이며 고전 작품에서는 구름과 바람 등은 간신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간변유초(澗邊幽草) : 물가에서 자라난 그윽한 풀

구실(口實) : 직분. 맡아 보는 일. 할 일

물외(物外) : 속세의 바깥. 세상 물정에서 벗어난 것

사시흥(四時興) : 사계절의 흥겨움

슈국(水國) : 강촌. 물이 많은 곳. 여기서는 보길도

용여(容與)하쟈 : 마음껏 놀자. 한가롭게 노닐자.

백빈홍료(白蘋紅蓼) : 흰 마름 풀과 붉은 여뀌

바애니 : 눈부시게 빛나니.

은슌옥척(銀脣玉尺) : 크고 좋은 물고기

딜병 : 질흙으로 구워 만든 술병

명색(瞑色) : 저물어 가는 빛. 황혼.

쳥흥(淸興) : 고상한 흥취. 맑은 흥겨움

빋견는데 : 비스듬히 가로 걸려 있는데

봉황루(鳳凰樓) : 임금이 계신 궁궐

셔풍딘(西風塵) : 서풍으로 날아드는 먼지

숑간셕실(松間石室) : 소나무 숲 사이 돌로 지은 작은 건물

주대 : 줄과 대. 낚시줄과 낚시대.

동뎡(洞庭) : 중국 호남성에 있는 소상강과 동정 호수

바탕 : 바다. 일터. 어장.

곧다오면 : 낚싯밥이 좋으면. 미끼가 좋으면

만경유리(萬頃琉璃) : 유리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 겨울바다

천텹옥산(千疊玉山) : 겹겹이 쌓인 구슬같이 아름다운 산. 겨울산

혜여본고 : 생각해 보았던고

자자뎓다 : 자욱하게 서려 있다.

아압디(鵝鴨池) : 거위와 오리가 모여 사는 못

초목참(草木斬) : 초목까지도 부끄러움을 당한 치욕

단애취벽(斷崖翠壁) : 단풍든 낭떠러지와 푸른 절벽

화병(畵餠) : 그림 병풍.

파랑셩(波浪聲) : 파도 소리

딘휜 : 세속의 시끄러움

챵쥬오도(滄州吾道) : 강호에서 우리들이 즐겨하는 일

손 고븐 제 : 손꼽아가며 날을 보낼 적에

연식(宴息) : 편히 쉼

블근 곳 : 쌓인 눈이 석양 놀에 반사되어 붉게 보이는 것

셜월(雪月) : 눈 내린 밤에 비치는 달

숑창(松窓) : 소나무가 서 있는 창문.

비겨 잇쟈 : 비스듬히 앉아 있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