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 2
春 츈
밤믈은 거의디고 낟믈이 미러온다
江村강촌 온갓고지 먼빗치 더옥됴타
날이 덥도다 믈우희 고기떧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東風동풍이 건듣부니 믉결이 고이닌다
압뫼히 디나가고 뒫뫼히 나아온다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濯歌纓탁영가의 興흥이나니 고기도 니즐로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一葉扁舟일엽편쥬에 시른거시 므스것고
落紅락홍이 흘러오니 桃源도원이 갓갑도다
낙시줄 거더노코 篷窓봉창의 달을보쟈
닫디여라 닫디여라
夏 하
煙江疊嶂연강덥쟝은 뉘라셔 그려낸고
년닙희 밥싸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드러라 닫드러라
靑篛笠쳥약립은 써잇노라 綠蓑衣녹시의 가져오냐
北浦南江븍포남강이 어데아니 됴흘리니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돋디여라 돋디여라
款乃聲中우애셩듕에 萬古心만고심을 긔뉘알고
바회 우희에 구븐길 솔아래 빗겨잇다
몰래 우희 그믈널고 둠미퇴 누어쉬쟈
닫디여라 닫디여라
澗邊幽草간변유초도 眞實진실로 어엳브다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漁翁어옹이 閑暇한가터냐 이거시 구실이라
秋 츄
漁翁어옹을 욷디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
닫드러라 닫드러라
人間인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됴타
밀믈의 西湖셔호-오 혈믈의 東湖동호가쟈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딜병을 거후리혀 박구키예 브어다고
돋디여라 돋디여라
乾坤건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드메오
닫디여라 닫디여라
空山落葉공산락엽의 길흘엇디 아라볼고
冬 동
구룸거든 후의 힏빋치 두텁거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져근덛 날됴흔제 바탕의 나가보쟈
간밤의 눈갠 後후에 景物경믈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仙界션계ㄴ가 佛界불계ㄴ가 人間인간이 아니로다
이어라 이어라
돋디여라 돋디여라
압길히 어두우니 暮雪모셜이 자자뎓디
巨口細鱗거구셰린을 낟그나 몯낟그나
孤舟蓑笠고쥬사립에 興 흥계워 안잣노라
닫디여라 닫디여라
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와져 므러간다 宴息연식이 맏당토다
雪月셜월이 西峯 셔봉의 넘도록 松窓숑창을 비겨잇쟈
*인터넷이 아래 아(.)자를 인신하지 못하여, 현대어의 '아'나 '으'의 형태로 표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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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詞(춘사)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온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다
날씨가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낚싯대는 쥐고 있다 탁주병 실었느냐
동풍이 잠깐 부니 물결이 곱게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東湖)를 돌아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온다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숲인가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맑은 깊은 연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
고운 볕 쬐이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그물을 던져 둘까 낚싯대를 놓으리까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탁영가에 흥이 나니 고기도 잊겠도다
석양이 기울었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물가의 버들 꽃은 고비고비 새롭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정승도 부럽잖다 만사(萬事)를 생각하랴
방초(芳草)를 밟아보며 난지(蘭芷)도 뜯어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갈 때는 안개더니 올 때는 달이로다
취(醉)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려다가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잋이 흘러오니 신선경(神仙境)이 가깝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인간의 붉은 티끌 얼마나 가렸느냐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벌써 밤이 들었느냐 두견 소리 맑게 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남은 홍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더라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그리 길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싯대로 막대 삼고 사립문을 찾아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어부의 평생이란 이러구러 지낼러라
夏詞(하사)
궂은비가 점차 멎어가고 시냇물도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깊은 흥이 절로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싸인 산봉우리는 그 누가 그려낸 그림인가
연(蓮)잎에 밥을 싸고 반찬은 준비하지 말아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는 가져 왔느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좇는 것인가 저가는 나를 좇는 것인가
마름 잎에 바람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靜)할소냐 가는대로 배 맡겨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북쪽 개와 남쪽 강 어디 아니 좋겠는가
물결이 흐리거든 발 씻은 들 어떠하리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오강에 가자 하니 자서원한(子胥怨限) 슬프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초강(楚江)에 가자 하니 굴원충혼(屈原忠魂) 낚을까 두렵다
버들 숲이 우거진 곳에 여울돌이 갸륵하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다리에서 앞 다투는 어부들을 책망 하랴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백발노인을 만나거든 순제(舜帝) 옛일 본을 받자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돛대를 두드리며 수조가(水調歌)를 불러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뱃소리 가운데 만고의 수심을 그 뉘 알꼬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웠도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푸른 나무숲 꾀꼬리 소리 곳곳에 들리는구나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배 지붕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쉬파리와 어떠한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들을까 두렵다
밤사이 바람 물결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사공은 간 데 없고 배만 가로놓였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작은 집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 올라가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어옹(漁翁)이 한가(閑暇)터냐 이것이 구실이다
秋詞(추사)
물외(物外)의 맑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던가
배 뛰워라 배 뚸워라
어옹(漁翁)을 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사철 흥취 한가지나 가을 강이 으뜸이라
강촌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맑은 물에 실컷 즐겨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인간세상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흰 그름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흔들린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서호(西湖) 가고 썰물에 동호(東湖) 가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흰 마름 붉은 여뀌꽃 곳마다 아름답다
기러기 날아가는 밖에 못 보던 산이 보이누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낚시질도 좋지마는 내 더욱 원하는 것은 새로운 자연을 즐기는 흥취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석양이 비치니 온 산이 수놓은 비단이로다
커다란 물고기가 몇이나 걸렸느냐
배 저어라 배 저어라
갈대꽃에 불을 붙여 골라서 구워 놓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질흙병을 기울여 바가지에 부어다오
옆바람이 곱게 부니 다른 돗자리에 돌아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어두움은 가까이에 오되 맑은 흥은 멀었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단풍잎 맑은 강이 싫지도 밉지도 아니하다
흰 이슬 내렸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궁전(宮殿)이 아득하니 맑은 빛을 누굴 줄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옥토끼가 찧는 약을 호걸에 먹이고 싶구나
하늘 땅이 제각긴가 여기가 어디메뇨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바람 먼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들은 말이 없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속세와 어떠한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솔숲 사이 내 집 가서 새벽달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낙엽(空山落葉)에 길을 어찌 찾아갈꼬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흰 구름 따라오니 입은 옷도 무겁구나
冬詞(동사)
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가 막혔으니 바다만은 여전하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 고요하다
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강(瀟湘江) 동정호(洞庭湖)는 그물이 언다 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이때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날씨가 추워지니 물이 얕은 포구의 고기들이 깊은 못으로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미끼가 아름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고 한다
지난 밤에 눈 갠 후에 사방의 경물(景物) 혹은 경치가 달라졌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넓고 넓은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계(人間界)가 아니로다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자러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운데 저녁 눈이 꽉 차 있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거위 떼를 누가 쳐서 (자취)를 씻었던가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낚으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고주(孤舟)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앉았노라
물가에 외롭게 선 솔 혼자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원망마라 인간세상을 가려준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 막는도다
창주(滄洲)가 우리 도(道)라 옛부터 일렀더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칠리탄(七里灘)에 낚시질하던 엄자릉(嚴子陵)은 어떻던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십년 동안 낚시질하던 강태공은 어떻던고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 흥겨워하며 걸어가서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눈 달이 서산(西山)에 넘도록 송창(松窓)을 기대어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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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떠라
: 배 띄워라. '떠라'는 '띄워라'의 오기인 듯함
지국총(至匊悤) : 닻을 감을 때 나는 소리.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의성화.
어사와(於思臥) : 배를 젓는 소리의 의성어. 엇샤. 어와.
●탁영가(濯纓歌) : 굴원의 어부가(漁父詞)에 있는 노래로 '탁영'은 갓끈을 씻는다는 뜻이다
●굴원충혼(屈原忠魂) : 중국 춘추 시대에 초의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굴원의 본명은 평으로 초나라 희왕때 삼려대부가 되어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러나 참소로 인하여 왕이 멀리하므로 '이소'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뒤 경양왕 때에 다시 참소를 받아 양자강변으로 유배되었다. 이 곳에서 어부사를 지어 충성심을 밝히고 멱라수에 빠져 목숨을 끊었다. 그의 어부사 속에 '차라리 상수에 가서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하여 이 결백한 몸에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둘러쓴단 말가'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어복충혼(魚腹忠魂)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충신의 절조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만고심(萬古心) : 뱃노래 가운데 배어 있는 옛 사람들의 풍류
벽슈앵셩(碧樹鶯聲) : 푸른 나무에서 들리는 꾀꼬리 소리
●상대부(桑大夫) : 전한의 재정가인 상흥양을 말하는 데 소인배를 말하는 것으로 간신을 상징하므로 부정적 시어이며 고전 작품에서는 구름과 바람 등은 간신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물외(物外) : 속세의 바깥. 세상 물정에서 벗어난 것
슈국(水國) : 강촌. 물이 많은 곳. 여기서는 보길도
숑간셕실(松間石室) : 소나무 숲 사이 돌로 지은 작은 건물
동뎡(洞庭) : 중국 호남성에 있는 소상강과 동정 호수
만경유리(萬頃琉璃) : 유리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 겨울바다
천텹옥산(千疊玉山) : 겹겹이 쌓인 구슬같이 아름다운 산. 겨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