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시늉이라도 하다 보면
人之心術隱微處 雖不可易見 然有一事可驗其刻薄者.
인지심술은미처 수불가이견 연유일사가험기각박자.
인간 심술의 은미한 부분은 쉽게 들여다보기 어렵지만, 한 가지 사례를 가지고 그가 각박한지 아닌지는 알아볼 수 있다.
凡聞人遭意外夭折非常厄窮驚慘可怜之事. 少無咨嗟之言. 惻愴之色者.
범문인조의외요절비상액궁경참가영지사. 소무자차지언. 측창지색자.
무릇 남이 뜻밖에 요절(夭折)하거나 흔치 않은 횡액에 빠지는 등, 놀랍고 슬퍼서 가여워할 만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전혀 한탄하는 말이나 측은해 하는 기색이 없는 것은
非人情也. 幾何不爲幸災樂禍之歸哉.
비인정야. 기하불위행재락화지귀재.
사람의 정리가 아니니, 얼마 안 가 재앙을 다행으로 여기고 화를 즐기는 단계에 이르지 않겠는가?
若斯之人. 見人悖逆而不知嫉. 受人恩愛而不知感. 直次第事耳. 安望其爲孝子忠臣也哉.
약사지인. 견인패역이부지질. 수인은애이부지감. 직차제사이. 안망기위효자충신야재.
이러한 사람은 남의 패역함을 보더라도 미워할 줄 모르고, 남의 은애를 입더라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 그저 으레 그런 것으로 여길 따름이니, 어찌 그가 효자ㆍ충신이 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以此觀人. 百無一失. 有才有文. 雖稱自好而眞小人也.
이차관인. 백무일실. 유재유문. 수칭자호이진소인야.
이런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관찰해 보면, 백에 하나도 실수가 없을 것이니, 재주가 있고 문장력이 있어서 자신을 잘 포장하는 자라고 하더라도 실상은 소인배인 것이다.
偶讀榕村集. 有一段實合余心. 故錄之.
우독용촌집. 유일단실합여심. 고녹지.
우연히 『용촌집』을 읽다가 실로 내 마음에 드는 한 단락이 있어서 기록해 둔다.
榕村曰. 人能勉強便好. 六家叔少時. 聞人家有不祥事. 便有喜色. 某規之曰.
용촌왈. 인능면강편호. 육가숙소시. 문인가유불상사. 편유희색. 모규지왈.
용촌이 말했다. 사람이 억지로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여섯째 숙부께서 어렸을 적에 남의 집에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희색을 띠었는데, 내가 충고하기를,
叔父何爲幸人之災. 樂人之禍. 叔頷之.
숙부하위행인지재. 낙인지화. 숙함지.
‘숙부께서는 어째서 남의 재앙을 다행으로 여기고, 남의 화를 즐거워하십니까?’라고 하니, 숙부께서 수긍하셨다.
自後勉強爲咨嗟. 或作愁苦酸悽不可忍耐之狀.
자후면강위자차. 혹작수고산처불가인내지상.
그 후에 억지로나마 한탄을 하면서, 더러 시름겹고 처량하여 차마 감내하지 못할 듯한 모습을 짓기도 하였다.
其始未必卽出於實心. 到後來. 便習而成性. 他如今福祿壽考. 甲於一族.
기시미필즉출어실심. 도후래. 편습이성성. 타여금복록수고. 갑어일족.
처음에는 반드시 진정한 마음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겠지만, 나중에 가서는 곧 익숙해져서 천성처럼 되어버렸다. 그분은 지금 복록이나 연세가 일족 중에서 으뜸인데,
若那意不變. 便非享福之相.
약나의불변. 편비향복지상.
만약 그 생각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복을 누릴 관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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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李德懋, 1741~1793)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제55권, 앙엽기(盎葉記) 중 「면강(勉強)」
*함(頷): 턱. 끄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