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라이터의 자연사
월지
2012. 9. 6. 17:02
라이터의 자연사
박현호
붉게 타오르는 도시의 아침
길게 에돌아가는 산모롱이 길
떨리는 손아귀 안에서 너는 죽었다.
불안한 나의 손이
너의 머리를 쓸어내릴 때마다
쿨럭이며 수많은 별을 토해냈으나
더는 불꽃으로 타오르지 못했다.
네 위장은 이미 텅 비어 투명하였다.
너의 고향은 중동의 거친 모래바람
나의 원적은 황무지를 가로지르는 불길
서로를 불태웠던 석 달의 뜨거운 동거
슬플 때 같이 울고 기쁠 때 같이 웃었다.
뿌연 연기 속에서 삶은 오히려 투명하였다.
다시 나무를 흔드는 바람에 너를 맡긴다.
빈 몸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가벼운가.
잘 가라 친구여. 네 자연사는 편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