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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과 개와 꽃과 닭과 뱀과 개구리를 찾아서[학풍회 2012년 3월 간산기]

월지 2012. 3. 11. 19:36

 

봄이 오는 들판

 

때는 바야흐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뭇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며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들판 위로 일렁이는 아지랑이는 그 꿈의 한 개념적 징표이리라.

 

호두형(虎頭形) 형국

 

학풍회의 20123월 간산지는 밀양 일원의 음택 명당이다. 12명 정원의 승합차가 한자리의 빈자리도 없어 꽉 찼다. 풍수와 명리에 두루 해박한 옥상 고문님, 이미 땅의 이치를 터득하여 이론에 구애받지 않고 한눈에 혈자리를 알아보는 이현당 선배님, 오랜 세월 정치한 이론공부와 풍부한 현장답사를 겸해오신 만주 선배님이 동행하셨다. 거기다 옥상고문님이 특별히 모시고온 대암(大岩) 양희운 선생님은 78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왕성한 체력, 180센티미터가 넘는 당당한 풍모와 함께 풍수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셨다.

 

호두형 앞쪽의 복견형(伏犬形) 형국

 

만주 선배님이 안내한 첫 번째 간산지는 밀양 산내면의 동천과 단장면의 단장천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에서 그 지맥을 멈춘 밀양시 단장면 태룡리 산 5번지 임야이다. 그리니까 밀양시내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울산으로 넘어오다 보면 산내면과 단장면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길목이 나오는데 그 길목에서 오른쪽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이 바로 그 산이다. 그 형세가 마치 커다란 호랑이가 몸을 잔뜩 웅크리고 머리는 약간 쳐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맥세(脈勢)의 흐름으로 파악해보면 낙동정맥이 가지산을 지나 능동산을 거쳐 재약산으로 흘러가다가 서북쪽으로 한줄기 가지를 쳐서 정각산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그 정각산의 끝자락에 해당된다. 풍수의 기본이론 중에 하나가 계수즉지(界水卽止), 생기(生氣)는 물을 만나게 되면 그 흐름을 멈춘다.”고 했으니, 두 갈래의 물줄기가 산자락을 감싸 안고 있으니 이곳에 혈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혈처가 구체적으로 어디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호랑이 목덜미에 조성된 묘 - 지기가 머물지 않고 지나가버려서 혈처가 되지 못한다

 

단장면 쪽 들판에서 호랑이의 목덜미쯤에 해당하는 산등성이를 향해 오르는데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인적에 쫓긴 듯 꿩이 푸드득거리며 날고 토끼가 놀라 달아난다. 능선에 오르니 마치 말의 잔등처럼 오목한 곳에 밀양박씨 묘 1기가 누웠다. 모두들 이곳은 생기가 지나가는 곳이지 머무르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혈처는 아니라고 한다.

 

호랑이 머리에 조성된 분묘

 

지기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는 만주 선배님

 

능선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자 몇 기의 묵묘가 나오고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자 상석도 없는 묘 2기가 쌍분으로 나란히 누웠다. 만주 선배님의 설명에 의하면, 이 묘는 밀양에서 13대째 부를 이어오고 있는 어느 집안의 선대 묘인데 형국론으로 따지면 호두형(虎頭形)이고 맞은편의 안산이 경주산이라는 산으로 개의 형국인데 호랑이의 먹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안산

 

지기를 탐지하는 대암 선생

 

풍수서에 의하면, 호랑이 형국은 몸통은 토성(土星), 머리는 금성(金星)으로 이루어지거나, 금성이 연이어진 것이고, 능선이 바윗줄[石脈]로 이어져 오면서 급격한 상하변화와 좌우변화를 줄 때 강한 느낌을 주어 호랑이의 사나운 이미지가 형성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산은 그 등고선을 따라 군데군데 마치 사람이 인위적으로 성을 쌓은 듯 석맥(石脈)이 띠처럼 이어져 있다. , 호랑이 형국에서는 호랑이의 먹이로서 개나 노루 형상의 산이 안산으로 있어야 길격(吉格)으로 치는데, 이 산 맞은편에 경주산이라고 하는 개모양의 산이 엎드려 있다.

 

이현당 선배님이 지목한 혈처

 

산허리를 따라 형성된 암반

 

한편, 이현당 선배님은 이 분묘로 내려오지도 않고 묘 바로 위쪽에 지팡이를 꽂으시고는 이곳이 이 산의 혈처라고 주장하시며, 이곳은 옛날 풍수에 도통한 어느 선인이 혈처를 보호하기 위해 매표(埋表)를 해놓은 곳이라고 하셨다. 또 대암 선생께서도 주위에 흩어진 바위의 배치를 따져보고 주위의 바위들이 지기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으므로 이현당 선배님이 지목한 근처를 혈처라고 하시면서 저 아래 분묘에도 약간의 여기(餘氣)가 흘러들어가므로 괜찮은 자리라고 하셨다.

 

점심식사를 한 돼지국밥집

 

산을 내려오자 다들 배가 고팠다. 밀양시내의 재래시장으로 들어가 밀양의 대표음식인 돼지국밥을 먹었다. 투박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역시 이름은 헛것을 전하지 않았다. 반주로 소주 5병을 비웠다.

 

금로옥결형 혈처에 오르기 전 또다른 혈처를 지목하시는 이현당 선배님

 

점심식사를 마친 후 만주 선배님이 안내한 곳은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의 화악산 산자락이었다. 대항저수지를 지나자 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계곡이 몇 갈래로 갈라지는 자리에 차를 세우게 하고 만주 선배님은 길 왼쪽편의 말안장 같이 생긴 산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금로옥결형 명당 - 주산

 

금로옥결형 명당 - 안산

 

차를 타고 계곡으로 들어오면서 차창으로 봤을 때에는 길 오른쪽으로 건너다보이는 산자락이 눈길을 확 사로잡았는데, 그것과는 반대쪽의 산으로 안내해서 의아하였다. 그러나 웬걸. 만주선배님이 지목하신 묘 자리에 서보니 둥글둥글한 산봉우리들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형국이 마치 꽃봉오리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것 같았다.

 

금로옥결형 명당 - 우백호

 

금로옥결형 명당 - 좌청룡

 

그런데 만주선배님의 설명은 영 딴판으로, 이곳의 형국은 금로옥결형(金爐玉結形)이란다. 글자 그대로 풀면 금으로 된 화로에서 옥이 응결된다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곳이 열이 많은 화성(火星)에 해당된다는 것인데, 묘 자리 주위의 흙이 퍼석퍼석한 마사토로 되어 있고 나무나 풀이 자라지 않는 맨땅이라는 점 이외에는 좀처럼 수긍이 되지 않았다.

 

가묘 앞쪽에 혈처를 지목하시는 이현당 선배님

 

한편, 옥상 고문님은 대뜸 이 묘는 가묘라고 단정을 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만주 선배님은 이 묘 자리의 후손들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출세한 사람들이 많은데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최근 이 묘를 비롯해 많은 묘를 파묘하고 대신 가묘를 만들어두었다고 설명했다.

 

너무 높은 안산

 

이 자리로 올라오는 도중에 남동향의 한 자리를 지목하고 대단한 명당이라고 하셨던 이현당 선배님은 이곳도 혈처는 가묘자리가 아니고 그 앞으로 몇 미터 떨어진 곳을 지목하셨다. 그리고 대암 선생님은 이곳은 다 좋은데 안산이 너무 높아 답답한 느낌을 준다고 감평하셨다.

 

멀리 보이는 금계포란형 명당

 

가까이 당긴 모습

다음으로 만주 선배님이 안내한 곳은 처음 차를 타고 들어올 때 대단한 자리로 느껴진 바로 그 분묘였다. 새가 두 날개를 접어 포근하게 앞자락을 감싸고 그 새의 품속에 해당하는 자리에 2기의 쌍분이 나란히 조성되어 있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자리였다. 게다가 묘 앞으로 저 멀리 몇 갈래의 산줄기가 겹쳐 있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의 형국은 누가 보아도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다.

 

금계포란형 명당

 

금계포란형 명당

 

금계포란형 명당 - 주산

 

금계포란형 명당 - 안산

 

금계포란형 명당 - 좌청룡

 

금계포란형 명당 - 우백호

 

학풍회원들

 

학풍회원들

 

이 묘가 자리 잡고 있는 산록의 옆 골짜기에는 이 묘의 지손(支孫) 중 한명이 집을 짓고 나름대로의 정신적인 수양을 하며 살고 있는데, 이분의 말씀으로는 이 산의 형국은 한 여인이 두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는 모습인데 자신의 선산은 그 여인의 자궁에 해당하는 자리라고 한다.

 

훨씬 아래쪽에 혈처를 지목하시는 이현당 선배님

 

한편, 이현당 선배님은 그 묘 자리에서 한참 아래쪽의 한 지점을 지목하시며 이곳이 이 산의 혈처인데, 혈처에는 네 곳에서 생기가 들어온다. 그 하나는 땅속에서 올라오는 기운이고, 그 둘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운이며, 그 셋은 산줄기를 따라 들어오는 기운이고, 그 넷은 혈처 주위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들어오는 기운이다라고 설명하셨다. 그리고는 엘로드를 꺼내 그것이 급격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며 엘로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네 기운 중에서 사방에서 들어오는 기운이라고 하셨다.

 

또다른 묘자리를 설명하시는 만주선배님

 

바람직한 안산에 대해 설명하시는 대암 선생

만주 선배님은 금계포란형의 명당을 벗어나 운주사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한참을 더 올라간 지점으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그러나 그곳이 명당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서 대암 선생은 용의 흐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곳곳에 배치된 바위가 용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뱀사등

 

뱀사등에 조성된 분묘

 

뱀사등 앞의 바위

 

밀양을 떠나 울산으로 들어오면서 대암 선생은 울주군 상북면 산전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불과 수십 미터를 사이에 두고 뱀사등과 개구리봉으로 불리는 두 개의 조그만 언덕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두 언덕 모두에는 몇 기의 묘가 조성되어 있었다.

 

개구리봉에 조성된 분묘

 

근처의 개구리 바위

 

대암 선생은 이런 형국은 살아있는 뱀이 개구리를 쫓는 이른바 생사추와형(生巳追蛙形)인데, 이곳은 뱀의 머리는 서남쪽을 향하고 있는 반면 개구리는 그 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또 여러 개의 바위들이 뱀의 아가리를 누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뱀사등에 조성된 분묘의 후손들은 잘 풀린 사람이 별로 없는 반면 개구리봉에 모셔진 분묘의 후손들은 꽤 잘 나가는 집안이라고 한다.

 

뒷풀이

 

뒷풀이

 

날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남초당 형님이 운영하는 범서 서사의 한 주막에서 삼겹살과 미나리와 닭백숙으로 저녁을 겸한 술자리가 이어졌다. 몇 차례 왕생, 왕생, 왕생혈이 제창되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였다. 얼마 안 있어 봄꽃들은 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2012310

달은 못이 꾸는 꿈 月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