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및 여행기

발걸음 닿는 곳[기도원-남산-한재-봉수대-거북바위-기도원 산행기

월지 2007. 12. 23. 13:44

 

12월 22일 토요일.

연하고질의 2007년 마지막 정기산행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월(歲月)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산에서 낭만(浪漫)과 풍류(風流)를 찾고자 했던 우리들은

지난 5월 세월을 벗어나 우리들만의 산방(山房)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연하고질(煙霞痼疾). 안개와 노을에 미친 사람들.......

 


연말이라 바빠서 그런지 참석률이 저조하다.

그래서 우리와 색깔이 비슷한 산방(山房)인 숲길

회장님과 총무님을 용병(傭兵)으로 초빙(招聘)하였다.

그리하여 오늘 산행인원은 질고지, 이화, 월지, 탑건, 청랑 등 5명이었다.

 


오전 8시에 울산에서 출발하였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들머리인 남산기도원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10시가 넘어 있었다.


오전 10시 15분. 기도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 개울을 지나자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었다.

길은 가파른 산비탈을 치고 올랐으나

진폭이 큰 지그재그를 그리며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가서 그런지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힘이 들지는 않았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강수확률이 높다고 했으나

비는 오지 않고 오히려 물기 머금은 바람만 푸근하였다.

낮게 가라앉은 공기 탓인지 낙엽 시드는 냄새가 진하게 콧속을 파고들었다. 

 

 


오전 11시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청도 서쪽 화양읍 들판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연무가 잔뜩 끼어 조망이 좋지는 않았다.

 

 

 

 

 


전망대를 지나자 길은 물고기 등 같은 능선으로 이어졌고

이따금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암릉 구간이 나타났다.

그러나 경사는 완만해지고 군데군데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서 그런지 걷기는 한결 수월했다.

 

 

 


길이 다른 지능선(支稜線)을 따라온 길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자

넓은 공터의 헬기장이 나오고 거기서부터 넓고 평탄한 길을 따라

5분쯤 더 걸어가자 남산 정상이었다. 오전 11시 45분이었다.

 


정상은 잡목이 잔뜩 우거져 조망은 별로였다.  

간단하게 증거만 남기고 넓은 능선길을 계속 따라갔다.

몇분 후 아트막한 봉우리인 삼면봉(三面峰)이 나왔다.


지도를 보니 삼면봉을 기점으로

청도읍, 각남면, 화양읍이 분기되어 있었다.

여기서 능선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기되었는데

오른쪽 능선은 밤티재를 거쳐 화악산으로 이어졌고

왼쪽 능선은 봉수대능선을 거쳐 대포산으로 이어졌다.

 


왼쪽 능선을 타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가니

펑퍼짐한 분지인 한재고개가 나왔다. 오후 12시 15분이었다.


한재고개에서 점심을 먹었다.

라면을 끓여 약간의 알콜을 곁들이자

기분이 알딸딸해져왔다.

 


오후 1시 10분. 식사를 마치고

완만한 오르막의 능선길을 걸었다. 

산 아래 오른쪽 들판에는 한재 미나리단지가

하얀 비닐을 덮어쓴 채 다가올 봄날을 꿈꾸고 있었다.

 

 


오후 1시 45분. 봉수대능선의 초입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길은 다시 은왕봉으로 이어지는 왼쪽 능선과

대포산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능선으로 분기(分岐)되었다.

 

 

 

 

왼쪽 능선을 탔다.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었고

거북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잡목과 소나무 숲을 번갈아 지나가면서

쿠션 좋은 비단길로 변했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편안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새삼 교주님(?)의 깊은 배려가 느껴져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구나가 화려하고 주목받는 삶을 꿈꾸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눈부신 성취와 그에 따른

의기양양함을 맛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의 이 산길이 그러하듯,

드러나지 않지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 소박하고 평범한 쾌적함이야말로 

보통의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런가.


이 발걸음 닿는 곳.

바로 거기가 삶이고 길일뿐.......

 

 


은왕봉이 지척에 보이는 지점에서

능선에서 벗어나 왼쪽 산비탈을 걸어 내려왔다.

 


얼마 안 있어 푸근한 연기냄새와 함께

소박한 당우(堂宇)의 신둔사(薪芚寺)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내에 서있는 안내문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1173년(고려 명종 3년)에 창건하였다고 쓰여 있으나
이 절집의 유구한 역사를 짐작할 만한 유일한 증표(證票)는

개보수한 흔적이 뚜렷한 5층 석탑의 이끼 낀 탑신(塔身)이 전부였다. 

 

 

 


신둔사를 지나자

콘크리트로 말끔하게 포장된 임도가 나왔고

그 길을 따라 10분쯤 걸어 내려오자

우리가 출발할 때 세워둔 차가 보였다. 

오후 2시 50분이었다.


2007년 12월 22일

못은 달을 비추는 거울 月池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