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섬은 식욕이 왕성하였다[마산 돝섬 여행기]
2007년 9월 26일 수요일.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다. 전날 저녁 부산의 처가에 들러 하룻밤을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장인․장모를 모시고 나들이 길에 나섰다.
목적지는 마산 돝섬. 어디를 갈까 궁리를 하다가 얼떨결에 떠오른 지명(地名)이다. 부산에서 해변길을 따라 진해를 거쳐 마산연안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남짓이었다.
선착장으로 들어가니 우리를 싣고 갈 여객선이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여객선이 출발하자 딸아이는 신이 났다. 딸아이가 제대로 된 배를 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배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자 배 뒤편으로 하얗게 파도가 갈라지며 이따금씩 물고기들이 튀어 오른다. 아이들의 입에서 일제히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10분 정도 달린 배는 곧바로 섬에 닿았다. 배에서 내려 선착장을 벗어나니 황금빛 돼지상이 우리를 반긴다. 이 섬이 돼지와 관련이 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섬의 유래를 설명하는 표석(標石)을 보니 그 짐작이 맞았고 섬의 모양도 돼지를 닮았다.
우리는 해안을 따라 나있는 길을 걸으며 천천히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명절 뒤끝이라 섬은 한산하였고 대부분의 시설물은 낡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고졸(古拙)의 편안함을 주었다.
현란한 빛으로 눈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이 뱉어내는 소음으로 떠들썩한 명승지(名勝地)보다는 조용하고 한가하고 쓸쓸하기까지 한 이런 퇴락(頹落)한 곳에서 더 큰 편안함과 위안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촌스런 정서일까...,
섬을 일주(一週)한 후 딸아이에게 몇 개의 놀이기구를 태워주고 다시 여객터미널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5시가 다 되어있었다.
선착장에서 다시 돌아보니 돼지섬은 식욕이 왕성한 것 같다. 공부를 핑계로 결혼 후 7년 남짓한 세월을 처가살이로 보낸 사위의 장인․장모에 대한 부담감(負擔感)까지 조금 훔쳐 먹은 것 같다. 터미널을 나서는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2007년 9월 26일
못은 달은 비추는 거울 月池